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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살인사건의 진실' 이틀째 밤샘 참여재판의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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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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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한상령 인턴기자 =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살인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28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앞.

한국영화 '의뢰인'과 같은 내용이라는 입소문인지, 그저 실종으로만 남을 뻔한 11년전 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고 싶은 것인지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법정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40여석이 조금 넘게 자리가 마련된 법정은 크지 않았지만 피고인들의 무죄를 두고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을 예상하듯 재판열기가 뜨거웠다.

재판부의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대해 간략한 소개에 이어 검찰의 모두진술을 통해 공소사실 요지가 설명됐다

변호인측은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이뤄져 있는 증거들이면 신빙성이 확보될 때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는 '전문증거법칙'을 설명하며 배심원단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하기도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1년전인 2000년 11월4일 강원 평창군 평창읍 소재 한 중소업체의 사장 강모씨(당시 49세)가 실종됐다. 그러나 경찰은 실종된 강씨를 찾지 못한채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지난 2월, 사망한 강씨의 형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돈을 주면 실종된 동생 유골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전화를 건사람은 당시실종된 강씨 업체에서 일하던 양모씨(59)였다. 강씨의 형은 전화내용을 경찰에 알리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양씨를 찾은 것은 지난 4월14일.

양씨는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한 의료원에서 생활하며 "강 사장에게 빌린 돈이 많았는데 (나를) 평소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나 강 사장을 죽였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또 양씨는 같은 회사 직원이였던 김씨(46), 서모씨(49) 등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양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나는 이제 어차피 시한부 인생이라 3개월도 못사는데 김씨가 꿈에라도 쫓아와 훼방놓을까봐 무섭다"고 덧붙였다.

범행을 자백한 양씨는 젊은 시절 복싱으로 다져진 몸매와 조금 거친 성격을 가진 김씨가 남은 유가족에게 협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병세가 악화돼 4월20일사망했다. 양씨의 증언을 토대로 탄력적인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난관에 부딪혔다.

공범으로 지목된 김씨 등이 "양씨가 강 사장을 죽였고 우리는 같이 시체만 옮겼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양씨가 자신들의 가족을 협박해 마지못해 범행에 동참했다"고 진술을 했다.

그리고 이들이 지목한 곳에서 유골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황증거와 타인의 진술로만 (살인) 범죄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28일과 29일 이틀동안 열렸다.

첫날인 28일 심리에서 검찰은 위암으로 사망한 양씨, 김씨, 서씨 등이 사장 강씨를 살해할 만한 동기를 찾는데 주력했다.

재판은 살해된 업체 사장 강모씨와 피고인 서씨와 김씨 모두를 잘 알고 있는 증인 김모씨(46) 출석으로 진행됐다.

1997년부터 강씨를 알고 지낸 증인 김씨는 "강씨는 체구가 작아도 강단이 있어 사전모의를 하지 않고서는 혼자서 살해하기가 힘들다"며 "강씨에게 빚이 있던 피고인들이 반 강제적으로 강원도의 사업장으로 끌려오다시피 해 일을 시작했는데 월급을 주지 않아 자주 싸우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피고 김씨는 지입차량을 가지고 강씨 밑에서 일하며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을 때마다 "강 사장을 묻어버리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증인 김씨는 "강씨로부터 서씨와 양씨 모두 내게 도박빚을 진게 조금 있고 '호구들을 데리고 용돈이나 주면서 일을 시켜야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측에서는 피고들과 강씨 사이의 살인동기를 밝히려고 계속적으로 집중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강씨가 살해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피고인들 사이에 특별한 원한관계는 없었다"며 "양씨의 우발적인 범행일 뿐 피고인들은 가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고 김씨와 서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측에 따르면 "당시 양씨가 '신고하면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며 협박해 사체유기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이미 사망해버린 양씨의 증언을 토대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양씨의 협박에 피고인들이 따랐을 뿐이라고 변호했다.

이처럼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혐의증거들이 부족해 수사가 난항을 겪을 때 또 다른 김모씨(57)가공범을 주장하며 범행을 자백하며 나섰고 피고인들은 경찰 재수사를 통해 구속됐다.

범행을 자백한 김씨는 6년전 뇌병변2급 판정을 받고 신체 일부가 마비돼 지팡이를 짚은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재판 2일째인 29일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측은 김씨에 대한 의사소견서를 제시하며 김씨의 법정증언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의사소견서에는 김씨가 뇌병변으로 일부 신체기능이 마비됐지만 판단력이나 의식상태에는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법정증언에 앞서 김씨는 큰 목소리로 "천천히 질문해주시면 제대로 대답하겠다"며 재판에 임했지만 반복되는 검찰과 변호인측의 질문에 지친듯 앞서 했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0년 10월 말 양씨, 김씨, 서씨 등과 함께 사장 강씨를 살해할 것을 미리 모의했다고 했다. 강씨가 살해 당한 2000년 11월4일 공장 소유의 소나타2 차량을 타고 서울에서 내려올 것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강씨를 살해한 후 강씨와 내연관계에 있던 한 보험설계사 여성과 치정으로 꾸미기 위해 자신이 타고 내려왔던 소나타2 차량을 여성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의 한 공영주차장으로 옮겨놨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같은 증언은 재판에 출석했던 여러 증인들의 증언과 엇갈렸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광진경찰서 한 경찰관이 증언한 양씨 자백내용과 피고인들 증언에 따르면 소나타2 차량은 강씨를 살해한 뒤 서씨가 직접 운전해 의정부로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전해졌다.

서씨는 "범행현장에는 새롭게 범행을 자백한 김씨가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가 자백한 내용에 따르면 사장 강씨가 살해 당하던 날 머리를 둔기류로 얻어 맞고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김씨와 서씨 그리고 자백한 김씨가 당황해 쳐다보고 있자 양씨가 '뭐 하고 있냐'며 다그쳐 사무실에 있던 빨간색 '카펫'으로 강씨를 말아 4명이 마구밟았으며 5분도 채 안돼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강씨의 몸이 풀렸다고 증언했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재판과정 내내 이 카펫의 유무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자백한 김씨 증언대로 피고인들은 사무실에 원래 있었거나 살인을 모의한 양씨가 미리 준비했을 수도 있는 카펫을 이용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강씨를 돌돌말아 발로 밟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1~2명 증언으로 인해 카펫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양씨, 서씨, 김씨 등이 사장 강씨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이용했던 엘란트라 승용차의 트렁크 규격을 고려할 때 성인남성을 카펫으로 돌돌 말아 넣기에는 부피가 커 트렁크가 닫히지 않았을 것이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양씨, 김씨, 서씨 그리고 자백한 김씨가 살해당한 강씨와 돈을 빌미로 한 원한관계를 증빙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인죄 혐의를 적용시키려 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도박빚을 지고 분당에 있는 2억원 짜리 아파트를 8000만원에 강씨에게 처분하면서 가정경제에 큰 파탄을 줬다며 늘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김씨는 강씨가 한 화물업체를 운영할 때 지입 화물차를 이용해 일을 했지만 도박빚 등으로 인해 결국 화물차 2대를 뺏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강씨에게 100만원 가량의 도박빚을 지고 있다가 강씨에게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담보로 잡혀 강씨가 이를 이용해 승합차를 할부계약하고 그 할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원한관계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백한 김씨도 강씨에게 도박빚을 지고 있다가 김씨 명의를 빌려 대출받은 돈으로 강씨가 사기도박 등을 열고 김씨에게는 바람잡이 역할을 시키는 등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돈 관계로 얽히고 설킨 이들의 원한관계를 해결해 줄 유일한 사람은 그래도 월급을 지급할 수 있었던 사장 강씨 뿐이였다'는 논리로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치열한 양측의 증인 심문절차가 모두 끝난 후 서류증거 조사가 시작됐을때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안의 시계는 이미 30일 오전 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29일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결정했어야했지만 살인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사와 이를 막으려는 변호사들 사이의 공방으로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30일 새벽으로 넘어가자 배심원 중 일부는 지친듯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짧게 나마 눈을 감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일부 조는 방청객들도 관찰됐다.

오전 3시를 넘어 피고인 심문절차와 검사 의견진술이 끝나고 변호인측과 피고인들의 최후변론이 이어졌다.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난 살인자가 아닙니다. 살인현장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양씨가 무서워서 같이 동조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씨도 "11년전에는 (자수를 생각했지만) 두려움 끝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삶을 살아와 후회와 늬우침이 가득하다"며 "양씨가 신고를 하면 가족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해 자수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후 오전 5시30분을 조금 넘어 배심원단 평의가 진행됐다.

당초 오전 7시30분에 선고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배심원단 의견이 팽팽히 맞서 평의는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오전 10시30분께를 넘어 5시간여동안 계속됐다.

오전 11시께 재판은 다시 시작됐지만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절차들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선고일정을 연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심원단에게도 "평의까지는 끝났지만 아직 재판의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서 선고가 날 때까지 평의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도 발언하면 안된다"는 주의도 덧붙였다.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사체유기 혐의만을 인정한채로 살인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와 서씨에 대한 선거공판은 오는 12월2일 오전 10시에 서울 동부지법에서 다시 열린다.

이날 재판은 복잡한 사건 내용만큼이나 재판시간도 2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배심원단 평의까지 24시간 이상 계속돼 '최장시간 재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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