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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도 없고 인종도 없고 실패도 격려하는 창업의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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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미국)=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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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0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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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가정신 현장을 가다]<2> 왜 실리콘밸리로 모이는가

실리콘밸리는 전세계 청년의 창업을 위한 용광로 같았다. 출신국가, 배경에 상관없이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고 창업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과 함께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였다. 인도 출신의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생 2명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창업경험을 동료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실리콘밸리는 전세계 청년의 창업을 위한 용광로 같았다. 출신국가, 배경에 상관없이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고 창업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과 함께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였다. 인도 출신의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생 2명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창업경험을 동료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지난 달 11일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에 위치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건물의 165㎡(50여평) 남짓한 세미나룸. 샌드위치와 샐러드접시를 손에 든 100여명의 학생이 빙 둘러 앉았다. MBA에 다니는 2명의 인도학생이 자신들의 창업(스타트업) 경험을 동료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30분의 프리젠테이션 동안 여느 석학의 강연 못지않게 진지하게 경청하던 학생들은 발표가 끝난 뒤 질문을 쏟아냈다. "팀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투자는 어떤 시점에 받는 게 가장 좋은가." 같은 영어였지만 인도식, 아시아식, 유럽식, 남미식 등 발음도 천차만별이었다. 스탠퍼드는 전세계 청년의 창업을 위한 용광로 같았다.

인도에서 벤처를 창업한 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위해 스탠퍼드 MBA에 진학한 시드씨는 "실리콘밸리는 창업에 필요한 요소를 골고루 다 갖춘 곳"이라며 "이 때문에 전세계 청년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청년들이 왜 끊임없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지 듣기 위해 스탠퍼드 MBA 학생 등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에서 온 청년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실패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벨기에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 MBA에 진학한 베노잇 파소트씨(31)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하는 벨기에와 달리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이곳의 문화는 숨통을 트이게 한다"며 "이런 점에서 실리콘밸리는 참 '섹시'한 곳"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하면 재기불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미국 뉴햄프셔주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뒤 뉴욕의 헤지펀드에서 일하다 스탠퍼드 MBA에 진학한 짐 톰칙씨(30)는 "창업 신인들에 대한 관대한 문화 때문에 스탠퍼드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처럼 미국의 동부도 돈이 많고, 투자자가 많지만 성공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투자를 받기는 힘들다. 실패하면 '유감이다'라고 한마디 한 뒤 연을 끊는 동부지역의 투자자들과 달리 '실패를 통해 어떤 경험을 얻었는지'를 묻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싱가포르 출신 웨인라이트 유씨(29)도 "실패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피해서 스탠퍼드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 가정에서 자란 탓에 부모님의 걱정이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온 후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P&G에 취업했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이곳으로 공부하러 왔다. 부모님은 여전히 '너의 선택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전세계 청년들을 보면서 나의 결정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처럼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청년을 불러모으는 첫번째 이유는 창업에 대한 무한한 독려와 실패에 대한 관대한 태도였다.

창업의 꿈을 찾아 실리콘밸리로 모인 청년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동료 창업가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랍토풀로스(그리스), 짐 톰칙(미국), 필립 헤르만(독일), 웨인라이트 유(싱가포르), 베노잇 파소트(벨기에)씨.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창업의 꿈을 찾아 실리콘밸리로 모인 청년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동료 창업가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랍토풀로스(그리스), 짐 톰칙(미국), 필립 헤르만(독일), 웨인라이트 유(싱가포르), 베노잇 파소트(벨기에)씨.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쉼 없는 자극, 끊임없는 피드백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자극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야후 부사장을 지낸 뒤 지금은 실리콘밸리 모펫필드에 위치한 싱귤러리티대에서 창업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살림 이스마일씨(46)는 "실리콘밸리는 반경 50km 안에 모여있는 세계 최고의 두뇌들과 함께 기꺼이 위험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창업가들은 국적과 배경에 상관 없이 팀을 구성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대학을 나온 뒤 스탠퍼드 MBA에 진학한 필립 헤르만씨(29)는 "독일이라는 작은 어항에서는 내가 큰물고기일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수 천명 창업가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지금 나보다 더 훌륭한 동료들로부터 배우고 있는데, 이는 학벌과 배경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독일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격식, 무차별의 유연한 문화
실리콘밸리로 온 세계청년들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출신을 차별하지 않는 유연한 문화 자체가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힘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짐 톰칙씨는 MBA 과정 중 하나인 여름방학 인턴경험을 들려주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잠시 일했는데 첫날 입고 간 옷부터 핀잔을 받았다. 나름대로 격식 없이 입고 간다고 청바지에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갔는데도 사람들은 '너 뭐하는거냐'고 묻더라.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샌들을 신고 있었다." 같은 미국 출신의 그의 예상조차도 뛰어넘는 무격식의 문화였다. "대신 일하는 것만큼은 치열했다. 직위 구분 없이 오후 5시에 같이 저녁을 먹고 와서 다시 일에 몰두하더라. 일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 밖의 격식은 차리지 않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문화인 것 같다."

웨인라이트 유씨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 구글을 봐도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출신의 다양함에서 오히려 창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라고 말했다.

그리스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음악관련 벤처를 창업했던 안드레아스 랍토풀로스씨(37)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 구성을 실리콘밸리에 와서야 완료할 수 있었다"며 "14년간 런던에서 벤처를 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의 10주가 더 값졌다"고 말했다. 10주만에 조직된 그의 팀은 현재 도로사정이 열악한 제3세계 지역에서의 물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무인항공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스탠퍼드의 유연한 교육과정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필립 헤르만씨는 "경제경영 공식만 가르치는 독일 대학의 커리큘럼은 교재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스탠퍼드에서는 성공한 창업가와 투자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고, 교수들의 강의 역시 아주 현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미국)=최우영 기자 young@

와이컴비네이터·500스타트업스·싱귤러리티대학··
세계적 인큐베이팅기관 즐비



실리콘밸리에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 기업가들을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기관들이 있다. 특히 이런 기관들에서는 벤처창업 성공경험을 가진 창업가들이 후배를 키우고, 초기창업자금을 대며, 자신의 네트워크도 연결해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com)'와 '500스타트업스(500.co)'로 인큐베이팅과 엔젤투자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설적 엔젤 투자자로 불리는 폴 그레이엄, 지메일 개발자 폴 부크하이트, 로버트 모리스 메사추세츠공대 교수 등이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이 곳은 매년 두 차례 스타트업을 선발해 훈련시키고 이후 10~25만 달러 규모의 투자까지 진행한다. 벤처 창업가들과 엔젤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스타트업 상호간에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와이컴비네이터 졸업팀이라는 것만으로도 벤처캐피탈의 주목을 받을 정도이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드롭박스'도 와이컴비네이터에서 다듬어진 팀이다.

한 한국인 창업가는 "와이컴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스에서는 이곳에 입주한 예비 창업가들이 칸막이도 없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공동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차별도 없고 인종도 없고 실패도 격려하는 창업의 용광로
나사(NASA)와 구글이 후원해 3년전 첨단기술 발전과 창업을 위해 설립한 싱귤러리티대학(singularityu.org)은 매년 여름 10주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들을 배출한다. 세계 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교육, 에너지, 빈곤, 세계보건, 보안, 우주'라는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10년 안에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 지난 여름에는 109개국에서 2200여명이 신청해 이 가운데 1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학교 창업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살림 이스마일씨(사진) 역시 수십 번의 벤처창업을 경험하고 야후의 부사장을 역임한 창업가다.

'US Market Access Center(usmarketaccess.com)'는 특히 미국 외 창업가들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인큐베이팅 단체. 현재 이 곳에는 일본 스페인 체코 등에서 온 42개 업체가 입주해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창업가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추진중이다. 알프레도 코폴라 센터장은 "투자자, 대기업 관계자, 컨설턴트 등 88명의 멘토들이 각 나라 초기기업의 실리콘밸리 안착을 위해 멘토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미국)=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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