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원짜리 팔아도 삼성 현대 안부럽다

중국 대륙의 지배자들이 하늘의 뜻을 받는 봉선의식을 행했던 ‘태산’.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이 산의 높이는 해발 1532m. 옛사람들은 애당초 태산을 쌓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매년 초고층 바벨탑들을 경쟁적으로 쌓고 있는 현대 건축기술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태산 쌓기’는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지난 5일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수출액도 이미 5155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7대 수출국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가 반세기만에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무역 1조달러의 주역들은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다. 이들 대기업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TV 등이 세계 시장을 누비며, 무역대국 수출강국 한국을 만들어 냈다.

세계인이 감탄하는 삼성 스마트폰이나 세계 곳곳을 내달리는 현대자동차가 이들 대기업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기업 제품들에는 생산장비나 각종 부품 등을 생산하는 수많은 중소협력업체들의 땀과 노력도 배어있다. 이들 역시 무역 1조달러 달성의 빛나는 주연급 조연들이다.


중소기업중에서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초저가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기술력이나 경쟁력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시장이나 투자자들의 주목을 덜 받는다. 투자자들도 투자대상 기업을 고를 때 이왕이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짜리 그럴듯한 고가 장비 등을 만드는 기업에 먼저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을 잘 둘러보면 이른바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단돈 10원에도 못미치는 초저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며 대기업 부럽지 않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올리는 알짜 기업들 말이다.

의약품에 쓰이는 하드캡슐을 생산하는 서흥캅셀 (21,700원 ▲100 +0.46%). 주력제품인 하드캡슐의 개당 단가는 3~4원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드캡슐 123억개를 생산, 하드캡슐 매출액만 357억원을 달성했다. 말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이다.

서흥캅셀은 이달 단일 세계 최대의 하드캅셀 공장인 오송공장을 완공, 연간 하드캡슐생산량을 200억개로 늘렸다. 내년 세계 캡슐시장의 단독 2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매출액 1432억원 영업이익 236억원, 내년 매출액 1675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대실적 경신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에서부터 가전제품, 스마트폰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기초소재부품이 저항기와 인덕터다. 개당 단가가 2원수준의 초저가 제품이다. 하지만 이 부품이 불량이 나면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도 서고, 100만원을 훌쩍넘는 스마트폰도 깡통이 되고 만다.

아비코전자 (11,180원 ▼200 -1.76%)는 이 초저가 제품으로 지난해 매출액 478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10% 달한다. 불량률 등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전자업체들이 아비코전자 제품을 쓰고 있다.

티끌같은 기술과 제품이 모여 세계 일류제품이 탄생한다. 티끌로 태산을 쌓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증시도 탄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