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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바뀌어야 유로존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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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정리=강호병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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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0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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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제임스 크로티 美매사추세츠주 주립대 교수

▲머니투데이가 마련한 신년대담에서 제임스 R 크로티 美 매사추세츠주립대(앰허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교수(오른쪽)가 안현효 대구대 교수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크로티 교수는 유로존의 금기인 무역역조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머니투데이가 마련한 신년대담에서 제임스 R 크로티 美 매사추세츠주립대(앰허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교수(오른쪽)가 안현효 대구대 교수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크로티 교수는 유로존의 금기인 무역역조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유로존 위기대책에서 알맹이가 빠졌다. 바로 유로존 무역역조 문제다. 독일이 무역흑자를 고집하는 한 유로존 미래는 없다"

진보적 성향의 케인지언으로 통하는 제임스 R 크로티(James R. Crotty) 美매사추세츠주 주립대(앰허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교수(73)는 유로존의 아킬레스건을 이같이 집어냈다. 근본적 문제지만 수차례 나온 위기대책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부분이다. 국익을 지키면서 유로존을 이끌고 가려는 독일의 이기적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쉽게 재무적인 해법을 쓰는 것은 경계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직접 국채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나 미연방준비은행이 또 한번 돈을 찍어 채권을 사는, 소위 양적완화를 펼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실물 문제는 실물로 푸는 것이 정석이란 주장이다.

인터뷰는 앰허스트 캠퍼스에 있는 경제연구소(PERI)에서 이뤄졌다. 마침 동 대학 경제학과에 교환교수로 와있던 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46)가 대담을 맡았다.

-(질문 : 안교수, 이하 동일) 유럽 문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유럽이 재정동맹(Fiscal Union)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각국의 재정지출의 수준을 범유럽 차원에서 일정한 수준에서 통제하는데 합의했습니다. 내정에 간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답 : 크로티 교수, 이하 동일) 한 나라가 빚을 많이 지게 되면 금융시장에서 차입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죠.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기게 됩니다. 차입이 불가능하면 정부가 무너지게 될 테니까요. 유로존 재정합의는 각국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의사결정을 EU가 강제한 룰이 대신하게 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일랜드, 그리스, 이탈리아 국민들은 자국의 재정문제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자기가 결정할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 유럽 재정협약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신 듯 하군요. 위기해결을 위한 유로존의 접근방법이 근원적으로 틀렸다는 얘깁니까. 케인지언으로서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만..

▶위기 해결을 독일이 주도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독일이 위기의 진원지입니다. 유럽과 비유럽간 무역수지는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로존 안에서는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독일은 지나친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유럽국가들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일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등 노동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온 결과입니다. 독일 정책은 성공적이었고 자부할만 합니다. 그러나 그 그늘이 큽니다. 독일의 흑자는 유로존 내 다른 나라의 적자로 나타납니다. 적자를 겪는 나라는 돈을 빌려 메워야합니다. 독일이 유로존 채무위기를 풀려면 먼저 내수 소비를 확대하고 수입을 늘려서 다른 나라의 무역적자를 줄여주는 데서 출발해야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어요.

- 독일이 유로존 리더로서 역할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원래 정서가 그런 탓인지 독일이 위기해결에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독일이 확실히 잘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긴축적 재정정책을 밀고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것은 글로벌 대불황의 처방전일 뿐 입니다. 독일의 무역흑자와 역내 교역상대국의 적자를 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가 세금 올리고 지출을 줄이면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지 못해 재정적자는 더 커질 것입니다. 적자 때문에 정부 빚도 덩달아 같이 늘겠죠.

↑▲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독일은 도덕적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근검절약하며 적자를 모르고 살았다는 점을 자부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남을 구제해주는 것을 내켜하지 않고, 구제해주는 일이 있더라도 꼭 성당에서 고해성사 받는 것과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낭비라는 죄를 졌음을 고백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해야 지원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낭비벽 때문에 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은 문제의 일부일 뿐입니다. 위기전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GDP 대비 채무부담은 독일보다도 낮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유로존 무역수지를 건드리지 않는 위기대책은 공허하다는 것이죠. 독일의 정책변화가 필요합니다.

- 독일이 지금과 같은 전략을 고수한다면 유로존 붕괴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아예 작심하고 유로존을 해체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당연히 가능하다 봅니다. 그와 함께 거대한 정치적 혼란도 예상합니다. 독일이 지금과 같은 긴축을 밀어 부치면 위기국 국민의 고통이 클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오고 위기비용을 부담해낸 근로자 다수가 고통을 겪으며 사회가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아일랜드,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 고통이 막 시작됐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독일의 내수억제는 적자국에 막대한 보전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독일의 성장은 수출, 다른 말로 하면 EU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내수억제책을 중단해야합니다. 그게 싫으면 차라리 해체하는게 답이 될 수 있겠죠. 환율을 움직여서 무역불균형을 해소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그렇지만 유로존 해체자체가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실패를 자인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거꾸로 돌리는 것인데...유로존의 자괴감도 클 수 있고요.

▶ 얼마나 준비하느냐 문제죠. 그런데 아무도 해체에 대한 준비가 없습니다. 모든 금융시스템을 이전으로 돌릴 때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자본통제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체후 이행기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입니다.

-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들어가서 채권을 직접 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기고, 위기국의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듯합니다. 어느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시장의 생각이 틀렸다고 봅니다. 미국사례로 의견을 말하죠. 위기후 미국에서 은행시스템을 구제하는 것은 옳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불명확합니다. 하나의 큰 블랙메일이었다고 봅니다. 큰 은행이 파산하면 경제가 망가진다는 협박이 통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위험한 일을 한 사람에게 보상을 준 셈이 됐습니다. 매우 큰 모럴 해저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구제는 옳았지만 결과는 단순히 예스, 노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 ECB는 채권시장 직접 개입 대안으로 상업은행에 금융지원을 하면서 정부부채를 사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위기 후에도 미국 중앙은행은 경제가 계속 굴러가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에 어마어마한 돈을 대줬습니다. 그러나 은행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돈의 용처에 대해 정부와 명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강제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은행에 돈 대주고 그 돈으로 국채를 사도록 유도하려면 그것을 명시적으로 강제하는 규제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은 보면 미국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듯 합니다.

- 이제 주제를 미국 경제로 옮겨가볼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제임스 R 크로티 美 매사추세츠주립대(앰허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교수<br />
▲ 제임스 R 크로티 美 매사추세츠주립대(앰허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명예교수


▶미국 경제는 한마디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공황(1930) 이래 최악의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트타이머, 구직포기자 등을 합친 광의의 실업률은 17~18%로 추정됩니다. 근로인구 증가세가 지금과 같다고 가정하고 매년 2~2.5%로 성장한다면 지금 같은 노동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지출을 늘려서 경제를 살려야합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그것을 할 의지도 없고 할 능력도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너무 소심하고 공화당은 돈이 없으면 정부 문닫으란 식으로 막나가고 있습니다. 전망이 어둡습니다.

- 주택부문 회복없이 미국 경기 회복을 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이 점을 잘 알고 또 돈을 풀어 모기지증권을 사줄 태세입니다. 소위 양적완화정책인데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정말 해야하는 것일까요.

▶ 주택경기 침체가 약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큰 거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빌려 2채, 3채씩 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효과도 불확실한 끔직한 은행구제가 있었습니다.

미국경제는 구조 자체가 고장 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경제엔 건전한 제조업이 위축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제조기업은 해외에 투자합니다. 상무부가 공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지난해까지 과거 10년간 해외에서 2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미국내에서 2백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양적완화정책 본질은 이자율을 낮추고 가계가 차입을 쉽게 하도록 해서 주식투자를 늘리도록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자산효과를 통해 경기진작효과를 가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기본 구조가 고장나 있는데 돈을 풀어 주가를 부풀리겠다는 정책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지금 기업들은 돈 빌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 올해에는 한국도 미국도 정치시즌입니다. 두나라 모두 대선이 있습니다. 경제학자시지만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미국 정치를 전망해 주실 수 있습니까.

▶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주목하길 권합니다.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손꼽히는 갑부 집안이고 본인도 베인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월가에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롬니의 색깔은 보수입니다. 규제완화, 감세, 정부지출 축소, 반노조 성향 등 부시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통 보수는 아니죠. 오바마 행정부 스타일의 의료개혁을 연구하는 등…뭐랄까…세련된 보수주의자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것이 골수 보수주의자들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지만 말입니다.

올해 대선결과는 경제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경제가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좋아져 실업률이 뚝 떨어지면 그 어느 누구도 오바마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이대로 가다간 오바마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롬니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대담=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정리=강호병 뉴욕특파원

제임스 R. 크로티(James R. Crotty) 명예교수는

케인지언으로서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립대(유매스) 앰허스트 캠퍼스에서 미국 경제학계의 진보적 학풍을 주도해왔다. 1973년 카네기 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후 당시 진보적인 방향으로 경제학과의 도약을 모색하던 유매스로 옮겨왔다.

그 스스로 애덤스미스, 칼 마르크스, 존 메이나드 케인즈, 조지프 슘페터 등의 경제학자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진보성향 학자답게 공화당 정책을 매우 싫어했다. 미국의 저성장과 사회불평등 확대, 재정적자는 신자유주의적 자유시장 경제의 구조적 결과라고 믿고 있다. 재정적자는 부자나 대기업에 대한 증세, 군사비지출 축소로 우선 풀어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개인적으로 10년간 한국연구에 심취했다.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흥미를 느끼고 보따리 싸서 한국을 아예 찾아왔다. 많은 기관들을 방문해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하는 등 발로 뛰면서 한국에 대한 논문을 써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연구에 더욱 매력을 느낀 그는 2007년까지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한국경제에 대한 논문을 집필하고 발표했다. 덕분에 한국 교수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지금까지 쓴 논문이 100편이 넘는다. 70이 넘은 고령이지만 젊은 사람 뺨칠 정도로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점심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연구논문 쓰던 것 마무리해야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약력) △1961 포댐대 학사 △ 1963 카네기 멜론대 경제학과 석사 △ 1973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박사 △ 1974~현재 유매스 조교수, 정교수, 명예교수

안현효 대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87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91년 서울대 대학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탐라대, 이화여대를 거쳐 현재 대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자본주의의 역사로 본 경제학이야기' '신자유주의시대 한국경제와 민주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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