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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이시네요" 위암말기 6년, 그의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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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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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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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2012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위암 말기 극복한 조규성씨

2005년 10월 초. 평소와 달리 몸이 피곤하고 양치질을 할 때마다 피를 토했다. 앉으면 금방 잠이 오고 살도 급격히 빠졌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는 소심한 그였지만 언젠가부터 성격도 거칠어졌다. 참다못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더 큰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에 다음 날 대형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5일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금 위암 말기입니다. 서둘러 수술을 하셔야 합니다."

순간 머리가 띵하고 앞이 캄캄했다.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어렵게 질문을 던졌다. "수술 후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돌아온 답변은 더 절망적이었다. "20% 안팎입니다."
 
◆같은 처지의 시한부 환자 보고 희망 찾다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2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서 인쇄·출판사업을 하고 있는 조규성(48) 씨. 그는 위암 말기 환자였다. 3~4년간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한 끝에 지금은 거의 완치됐다. 물론 아직 완치를 장담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 4일 오전 10시. 조씨를 처음 본 기자는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었고 얼굴색도 환했다. 위암 말기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진=류승희 기자)

"동안이네요"라며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위암 수술 이전에는) 더 동안이었어요"라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의 표정은 힘들었던 과거를 되새김질 하듯 다소 힘겨워 보였다.

"병원에서 앞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남짓이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몸이 떨리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흘렀어요. 당시 상황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아내와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떠올랐고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서 위암말기 선고를 받은 후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눈빛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물론 말도 못하게 상심이 컸다. 25년간 인쇄·출판사업을 해온 조씨는 일반 사업가와는 달리 내성적이다. 거래처에서 제때 입금을 하지 않아 당장 사업이 어려워져도,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어도 속으로 여러 차례 곱씹으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성격이다. 사업가들이 즐겨 먹는 술, 담배도 일체 하지 않았다. 담배는 처음부터 입에 대지 않았고, 술은 연중행사로 먹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 자신보다 세상을 탓했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착하게, 그리고 남들에게 상처도 준 적 없는 자신이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원망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이 바뀌게 된 것은 자신과 같은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인 요양소를 방문한 후부터다.
 
◆매일 행복하다 생각하니 기적 일어나

큰 수술을 끝내고 곧바로 경주의 한 요양소를 찾은 그는 위암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내성적이고 모든 스트레스를 겉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주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놀랐어요. 저처럼 담배도, 술도 안하는 사람들이 암 판정을 받았는데 성격이 모두 내성적이었죠. 병원에서는 정확하게 왜 병이 걸렸는지 말해주지 않아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때부터 저는 변하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기억은 모두 지웠습니다. 즐거운 상상만 하며 오늘과 내일만 생각했죠. 말을 많이 하고 주위사람들에게 매일 행복하고 긍정적인 말만 했어요.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죠."

조씨는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6년을 더 살았고, 시한부라는 꼬리표를 뗀 것이 행복해서다. 위암 판정을 받은 이후 그가 얻은 것은 또 있다. 세상이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고 느낀 것.

"병에 걸린 후 주위에서 암에 좋다는 음식을 엄청 많이 보내왔어요. 위가 없어 음식물이 바로 소장으로 넘어가지만 보내준 음식을 모두 다 먹었죠. 항암치료를 할 땐 온 몸에 7~8개의 바늘을 꽂고, 혼자서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는데, 아내가 묵묵히 다 도와줬어요. 아내의 헌신적인 봉사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의 현실이 그에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년여 만에 사업을 재개했지만 그가 암과 싸우는 동안 거래처는 모두 떨어져 나갔고,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대부업체에서 연 49%의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한다. "어제의 일은 생각하지 마세요. 오로지 즐거운 일이 가득할 오늘과 내일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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