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이제부터 나아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는 그가 어렸을 때 따돌림을 당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특히 7학년 때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부모님은 그를 전학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사실은 놀랍지 않습니다. 천재들은 보통사람들과 다르고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천재들의 '차이점'이 약점으로 보여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레이디 가가나 빌 게이츠 같은 유명 인사들도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어떤 분은 이러한 사례, 즉 따돌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고 유명해진 사례들을 지적하며 따돌림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평생 피해자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정신적 피해를 남길 수 있습니다. 최근 심한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동급생들에게 잔인하게 구타당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위협을 받은 대구 중학생이 자기가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소식을 접하고 온 국민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얼마 뒤에는 광주에서 세 학생에게 돈을 강탈당하고, 위협적인 문자메시지를 받고 구타당한 학생이 자살했다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사건이 8000건 넘게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연세대에서는 최근 서울·경기지역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140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중 48%가 학교에서 폭력을 경험했고 42.3%가 설문 전 1주일 동안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다행히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학교폭력 단속을 강화하고 학교폭력사범 신고를 위한 전국적 핫라인과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특수 경찰부대의 설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원행 버스, 문자메시지, 인터넷 등 다양한 방법으로 따돌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신문편집자 댄 새비지(Dan Savage) 가 시작한 '잇 게츠 베터 프로젝트'(It gets better project)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9월 동성애자거나 동성애 의심을 받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10대들이 자살한 후 시작되었습니다. 동성애자 및 일반 성인들이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아무리 외롭고 우울해도 삶이 결국 나아졌다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저스틴 비버, 톰 행크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유명 인사들을 포함해 3만명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계획하면 어떨까 합니다.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자살이 따돌림 문제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를 순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피해자의 관점에서 그들에게 삶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예술계, 연예계 및 재계 거장들이 어린 시절 느낀 절망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스티브 잡스같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아이가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잠재적인 빌 게이츠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결책이 절실합니다. 학생이 1명 자살하면 그것은 단순한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 미래의 한 부분이 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