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누가 법원을 흔드나? '부러진 화살·곽노현 후폭풍' 계속

  • 뉴스1 제공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2.01.26 15:53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공교육살리기 국민연합이 26일 곽노현 교육감 판결을 내린 김형두 부장판사의 아파트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공교육살리기 국민연합이 26일 곽노현 교육감 판결을 내린 김형두 부장판사의 아파트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법원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재판 당시 팩트(fact)와 많이 다르다'는 대법원의 해명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흥행 가도에 묻히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설 연휴 기간에 81만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8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관객은 이미 손익분기점(50만명)의 두 배에 해당하는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부러진 화살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법원 판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는 곧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판이다.

검찰은 검찰대로 매번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재판 결과가 엉터리라고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위상이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재판에 불만을 가진 시민단체가 법관의 자택에까지 몰려가 시위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흡사 '부러진 화살'의 영화장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26일 학부모 단체인 공교육살리기연합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1심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의 자택 앞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학부모는 김 부장판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벽면에 달걀을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교육감에 대해 3000만원 벌금형을, 2억원을 받은 혐의로 박 교수에 대해서는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이 재판의 피고인인 박명기 교수도 옥중 성명을 발표했다.

곽 교육감 사건의 당사자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는 설 연휴 기간에 면회 온 부인을 통해 "곽 교육감과 나의 형량에 형평성이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후보직을 팔아넘겼다고 나에게만 중형을 선고했는데 판 사람이 있다면 산 사람은 누구란 말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재판부의 양형 참작 사유에 대해서도 "곽 교육감은 양형 사유를 참작해 검사가 구형한 징역 4년을 벌금 3000만 원으로 낮춰 선고했다"며 "이에 반해 나에게도 양형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지만 검사가 구형한 징역 3년을 그대로 선고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교수는 "재판부가 유리한 정치지형을 갖고 있는 진보진영을 의식해 곽 교육감을 석방하고 저에게 중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일찌감치 선수를 쳤다. 검찰은 곽 교육감 선고 당일인 20일 검사장인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선고결과에 대해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며 비판하는 논평을 냈고,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판사들만 이해할 수 있는 화성인 판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대법원에서 BBK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판결에 의문을 제시하고 석방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면회와 1인시위도 법원의 권위를 훼손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 출연진인 정 전 의원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의 언행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법관들에 대한 신상털기와 음모론적 판결 분석이 횡행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법원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돈 준 사람보다 돈 받은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한 곽노현 1심 선고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동료 판사들의 지적도 있다. 여기에 최근 일부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SNS)상 거침없는 의사표현도 법원의 위상을 스스로 흔들리게 한 원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역인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43)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법원조직법을 위반하고 "당시 김 교수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고 재판부 합의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평소 페이스북에서 거침없는 의견개진으로 유명한 이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최초 합의 당시에는 김 교수의 승소로 재판부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작성하던 중 '1996년 3월1일자 재임용 거부를 무효로 한다'는 김 교수의 청구를 발견했다"며 "공휴일인 3·1절에 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변론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공휴일에 학교의 처분이 있었다는 청구로 확실히 하지 않을 경우 '3·1절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반론에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며 "김 전 교수를 위해 변론을 재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법원 내부에서조차 '엉터리 판결을 했다', '외부지시가 있었냐'는 메일을 받았다"며 "심판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어기고도 합의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로 인한 불이익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법원 흔들기는 결국 법관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법 김형연 판사(46·연수원 29기)는 지난 25일 곽 교육감의 재판부 판결에 대한 검찰 반응을 비판하는 '다시 법관독립위원회를 떠올리며-검찰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김 판사는 검찰 언행에 대해 "이 나라 공안수사의 책임자라는 분이 눈앞의 사건 하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법원을 마음대로 농락한다면 그분이 그토록 추구하고자 하는 공안 유지의 수단인 사법질서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검찰 관계자의 언행은 담당 재판부에 대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도 남는다"라고 평했다.

김 판사는 검찰이 법원의 선고결과에 반박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3심까지 무죄가 나도 검찰의 터무니없는 기소로 무고한 국민이 고초를 겪었다며 검찰을 공개 비난한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 "'법관독립위원회'와 같은 재판 독립 수호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고인과 시민단체, 검찰, 정치인이 거침없이 법관을 인신공격하고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에서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관들도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개진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조용히! 말 그만 하세요!"...심판이 겨우 말린 삼성 vs 공정위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부꾸미
머니투데이 탄소중립 아카데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