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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톡] '넌 재능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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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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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거장' 디아길레프에 음악스승 림스키-코르사코프가 호통치자...

"넌 재능이 없어! 이 길은 네 길이 아니야!" 라는 말을 듣고도 계속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을까.

러시아 발레단(Ballet Russe)을 창단하고 러시아 예술을 세계에 알린 세르게이 디아길레프(1872-1929)가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서 찾아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에게 들은 말이다.

디아길레프는 자신을 냉혹하게 푸대접한 스승의 작품 '세헤라자데'(Scheherazade) 등을 파리로 가지고 가 불꽃같은 환호를 받았다. 인생은 그렇게 아이러니하다.

↑ 레온 박스트(L. Bakst, 1866-1924)가 그린 디아길레프
↑ 레온 박스트(L. Bakst, 1866-1924)가 그린 디아길레프
디아길레프는 예술을 사랑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언제나 그의 집은 살롱음악회를 열어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문학을 논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뻬쩨르부르그 법학과에 갔지만 예술을 향한 자신의 끓는 피를 주체할 수 없어 음악원에서 음악을 복수 전공했다.

그런 그에게 당시 가장 잘 나가던 뻬쩨르부르그 음악원 교수인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재능이 없다며 음악세계로 발도 들여놓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디아길레프가 아니었다.

그는 여러 신문에 예술칼럼을 기고했고 젊은 화가,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세계'(Мир искусства, World of Art)라는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 중 화가인 알렉산드르 베누아(1870-1960)와 함께 동일 제목의 잡지를 창간했고 이 잡지는 후에 러시아 발레단의 모태가 되었다.

예술세계에 푹 빠져있던 디아길레프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바로 황실발레단에서 일하게 된 것,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마음껏 펼쳤다. 아마 그때 발레라는 장르에 눈을 떴을지 모른다.

이렇게 예술 세계에 발을 담그고 여러 장르에 손을 뻗을 즈음,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파리에서 러시아 화가들의 전시회를 여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다.

러시아는 항상 유럽에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해 자격지심으로 베르사유 보다 더 큰 여름 궁전을 지었고 유럽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문화를 향유하는 등 자신들만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또 많은 러시아 귀족들은 유럽의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었지만 러시아 예술가들도 서방세계에 알려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때마침 디아길레프도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며 러시아문화도 유럽에 소개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에 흔쾌히 그 청을 받아들였다.1906년 그는 황실의 후원금과 귀족들에게 그림을 후원받아 파리로 갔고 전시회는 성공했다.

파리는 알렉산드르 베누아, 레온 박스트, 일리야 레핀 등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에 매료됐고 이를 계기로 일 년에 한차례씩 러시아문화를 소개하는 '러시아 시즌'이 열리기 시작, 20여 년간 지속됐다.

↑ 발렌틴 세로프(V.Serov, 1865-1911)가 그린 림스키-코르사코프
↑ 발렌틴 세로프(V.Serov, 1865-1911)가 그린 림스키-코르사코프
1907년 두 번째 시즌은 러시아 음악이었다. '역사적인 러시아 음악회'(Historical Russian Concert)라는 부제와 함께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꾸짖은 스승 림스키-코르사코프와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색채가 강한 음악가들과 파리로 갔다. 파리는 클래식이면서도 동양미가 가미돼있는 흥미로운 음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1908년은 오페라의 해였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로 유명한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L'Opera Garnier)에서 초연한 것이다. 당시 최고의 베이스였던 표도르 샬랴핀(F. Chaliapin, 1873-1938)이 주인공이었고 공연은 상상 이상의 사랑과 환호를 받았다.

여러 해에 걸쳐 러시아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을 유럽에 전파한 디아길레프는 1909년 상당히 중요한 결심을 하게 된다. 아직 소개하지 않은 장르인 발레를 보여주기 위해 '발레 뤼스', 즉 러시아 발레단을 창단한다. 이 발레단은 디아길레프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1929년까지 유럽은 물론 미국과 남미까지 순회공연을 하며 러시아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파했다.

디아길레프의 꿈은 자신이 사랑한 음악과 함께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예술가가 되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 낙담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또 다른 길을 만들어 예술계를 빛나게 했다. 말하자면 음악을 사랑했지만 작곡가나 연주자가 되진 않고 기획자가 되어 음악가를 지원하고 예술계의 발전을 도모했던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을 한데 모아 전시·공연을 기획했고 러시아예술을 유럽 및 전 세계에 전파하는 파이오니아 역할을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디아길레프는 음악과 함께 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이렇듯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달리하면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다.

그때 그는 알았을까? 문화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직접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큰 파장이 되어 후세에게 전달될 것을...



[컬처톡톡] '넌 재능이 없어!'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은...

오랜 시간 러시아에서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은 러시아의 광활하고 음울한 음악세계를 강렬하고 단호한 열기로 지극히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열정적인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서울예고 출강,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원학교 시절 러시아 유학
-모스크바에서 17년 유학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전문학교 졸업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졸업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제 27회 주목할 예술가상' 수상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두루미 연주 대음
-G20 청와대 연주
-김연아 아이스쇼 '죽음의 무도' 연주
-음악 에세이 '불멸의 사랑 이야기' 저자
-한옥 속 클래식콘서트 '불멸의 사랑 이야기' 기획&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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