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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은 있고 손학규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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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률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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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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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따뜻한 정치인물칼럼, 감싸고 정치!] <4>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

[편집자주] 정치혐오증은 사회발전을 늦춘다. 정치인이 싫다고 정치까지 혐오하는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칼럼은 따뜻한 정치비판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기대하며 우리나라 대표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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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갈아탄 게 무슨 그리 큰 문제가 되겠는가. 어차피 같은 태평양이다. 배가 종교도 아니고 배가 조강지처도 아닌데 한번쯤 갈아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요즘 같은 세상에 말이다. 등 뒤에 비수를 꽂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좇아서 다른 섬으로 홱 날아가버린 철새들과는 좀 다르지 않는가. 조영래, 김근태와 함께 그 시대 학생운동의 주역도 했고, YS시절 발탁돼 정치를 시작했지만 누구처럼 ‘관등성명 대라’고 할 정도로 전향한 것도 아니지 않았던가. 도무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족보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 그를 위한 변명이다.

그는 점잖다. 그가 민주당 대표일 때 같은 시기 다른 당 대표처럼 ‘막말’을 쉽게 하지도 않았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절 그에게서 배운 학생들은 그를 열려있고 실력 있는 교수라고 평한다. 그는 잘 생겼다. ‘기럭지’도 길다. 그 나이에 화면 발이 그만큼 받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약해 보인다. 딱 부러지게 이런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던 그가 많이 달라졌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 그는 사표를 던졌다가 도로 집어 넣었다. 그는 자기 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원죄를 다 떠안고서도 공동후보를 위해 유세장을 누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번쯤 배도 갈아탈 수도 있고, 내 당에서 후보를 못 내도 유세장에서 목청껏 한 표를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런 ‘유도리’가 좀 있어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다음에 그는 좀 더 큰 게임을 했다. 그가 항상 주장해온 ‘통합’이라는 목표를 이룬 것이다. 민주당과 노무현 전대통령계의 시민통합당, 그리고 한국노총이 하나로 뭉친 민주통합당 시대를 연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구 민주당의 일부와 척까지 지면서 대의를 선택했고 밀어붙였다, 두고두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만들어 낸 통합의 가치는 빛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4%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얻고 있을 뿐이다. 미미하다. 지난해 4.27 분당 재보선에서 승리한 후 14~15%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반의 반으로 꺾인 것이다. 정치의 중앙무대에는 발을 대보지도 못한 정치무명들이 단박에 그의 지지율의 몇 배를 얻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에 비해 행정과 정치 경험을 두루 갖춘 준비된 대선후보임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지지율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스타성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성이 없다는 얘기는 그만의 스타일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제는 카리스마의 시대가 아니다. 스타일의 시대다. 안철수처럼 착한 남자 이미지도, 문재인처럼 믿음직한 남자의 이미지도 없다. 도무지 손에 잡히는 손학규가 아니다.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서 보여준 그의 애매한 태도로, 그의 스타일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의 주변에서는 “지금은 반MB 정서 때문에 안철수, 문재인이 약진하고 있지만, 정책비전을 따지게 되는 국면이 되면 손학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프레임대 프레임, 카리스마대 카리스마로 대결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스타일대 스타일로 대결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바다의 주인은 태풍이 몰아치는 칠흑의 밤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아니라 바다를 구하기 위해서, 분노한 검은 바다의 혓바닥 속으로 심청이처럼 온몸을 던졌던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지금 지지율을 보면 바다는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 재보선과 민주통합당 창당으로 심청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재평가를 기다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단, 프레임도 좋아야 하지만, 유니크한 그만의 정치스타일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손학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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