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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헤지펀드 목표는 끈끈한 돈(sticky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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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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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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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신용재 아샘투자자문 대표

더벨|이 기사는 02월01일(15:29)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더벨]"헤지펀드 목표는 끈끈한 돈(sticky money)"
강의실에 들어선다. 일부는 이미 자리를 비웠고 대부분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딴전을 피운다. 조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는 아이패드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선수도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 헤지펀드운용전문가 교육과정의 실제 풍경이다. 강사는 국내외 헤지펀드 관련 인사들이고 수강생은 운용 매니저다. 320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대부분은 지루하고, 교과서같은 말만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5명의 강사진 중 눈길을 끄는 강사가 한명 있었다고 했다. 강의 내용도 인상깊었다는 평이다. 바로 신용재 아샘투자자문 대표(55)의 강의였다.

그가 맡은 강의는 '상대가치(relative value) 전략'이었지만 윤리파트도 지원했다. 13년간의 메릴린치 트레이딩 부서경험, 두번의 헤지펀드 설립 경험, 이 중 성공과 실패 한번 씩을 맛본 그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폭설이 내린 1월 마지막날, 그를 만났다.

◇"헤지펀드 목표는 끈끈한 돈(sticky money), 과정은 정공법으로"

신 대표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건네는 훈수는 깔끔하고 당연했다. 펀드 붐, 자문형랩 광풍처럼 자금몰이(자산모집자, asset gatherer)에 집중할 게 아니라 한번 투자하면 여간해서는 환매하지 않는 '끈끈한 돈(sticky money)'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니저 스스로 윤리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선생님이나 할 법한 말을 신 대표는 경험으로 얘기했다. 1990년에 출국해서 뉴욕 메릴린치 트레이딩 부서에 '꿈처럼' 취직했다. 이후로 13년간 매일 새로운 것만 배웠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유기정학까지 당한 그로써는 인생역전이었다. 2004년 메릴린치 인력들이 일부 나와서 만든 팬턴 캐피탈 그룹(Panton Capital Group) 헤지펀드는 3400만 달러로 시작해서 10억 달러를 만들 정도로 대박을 냈다. 하지만 2007년에 설립한 링컨 팍 매니지먼트(Lincoln Park Management)는 금융위기와 맞물려 깨졌다. 신 대표는 깨져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신 대표는 따로 회사를 차려서 헤지펀드를 하면 잘 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투자결정에 있어서 칼자루를 쥐면 리스크 매니저의 제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프롭 트레이더(Prop Trader, 자기자본 거래)들이 헤지펀드를 따로 차려 실패하는 이유도 대부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박에 맛 들일수록 유혹은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신 대표는 1%만 리스크를 더 부담해서 성공시 50억원의 성과보수가 주어진다면 어느 누구나 흔들리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숱한 트레이더들을 봐 오면서 그가 느낀 회의감이나 좌절감은 선수들(트레이더) 사이에서는 상당히 공감하는 얘기라고 한다. 메릴린치 초년병 시절 알파인 스키로 유명한 아스펜에서 만난 여인이 IB를 그만두고 스키숍에서 일하는 경우나, 골드만삭스에서 제의가 와도 거절하고 맥킨지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예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를 속이고 오버 베팅하는 행위에 대해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이 주식 롱숏에서 복잡한 투자상품으로 넓혀갈수록 이 말이 진심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 시장은 기회, 아들도 한국으로 보냈다"

2009년 신 대표는 펀드를 정리하고 귀국했다. 24년만이다. 메릴린치 시절 성당에 함께 다녔던 김환균 대표가 있는 아샘투자자문에 들어갔다. 아샘투자자문은 주식관련증권(ELB)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문사다. 그의 역량인지는 몰라도 350억원의 자산이 현재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마땅히 할게 없어서 들어왔지만 한국 헤지펀드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반적인 해외파 매니저들이 규제완화를 외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강화가 리스크 최소화에 더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향후 한국형 헤지펀드가 바이 사이드(buy-side)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잘 움직이지 않는 끈끈한 돈(sticky money)으로 뭉친 한국형 헤지펀드가 아시아로 영역 확장하게 되면 자연히 국내 셀 사이드(sell-side)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례적인 장밋빛 전망인가 했더니 신 대표는 아들도 한국으로 보냈다고 했다. 윌리엄스 컬리지를 졸업한 아들은 현재 스탠다드챠타드은행에 근무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사내 프로그램에 지원해 2년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86년생이다.

◇"20% 수익 내면 빼고, 5% 내면 돈 더 넣는게 프로...리스크 관리가 핵심"

이제 막 헤지펀드에 입문하게 된 주니어 매니저들에게도 아들같은 입장에서 조언을 구했다. 신 대표는 헤지펀드는 경험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니어 매니저가 경험할 수 있도록 실수도 예산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처럼 작은 금액을 맡겨서 야단치고 혼내면 새로운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소수정예 헤지펀드가 살아 남으려면 시키지 않아도 밤샐 수 있고 일 끝나면 상사보다 먼저 퇴근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투자자들에게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 당시 자산의 30% 정도는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자금이었다고 한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이런 성격의 자금은 함께하는 고객으로 보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20%대 수익을 내면 기관들은 오히려 돈을 뺀다. 운용능력보다는 리스크를 더 짊어지는 투자를 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대로 5~6% 수익을 내면 매니저와 상담을 한다. 매니저의 리스크 관리가 미덥다면 기관은 돈을 더 태운다.

국내 연기금도 단기 운용에 급급하면 헤지펀드의 고객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자금에 매니저들이 관심가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연기금에 투자 설명을 다니는 헤지펀드들은 단순 자산모집자(aseet gatherer)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큰 성과 보수 기대없이 운용보수만 받으려는 펀드들이라는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선량한 관리자 의무(Fiduciary duty), 이해상충 방지, 리스크 관리와 같은 말들을 쓴다. 신 대표는 탐욕(greed), 죄책감(guilty)과 같은 추상적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실전에서 느낀 감정들이라고 했다. 헤지펀드에 첫발을 딛는 후배들은 느끼지 말았으면 하는 감정이기도 했다.

신 대표는 2월 5기 헤지펀드 운용전문가 교육과정에도 강사로 참여한다. 오는 3월 아샘투자자문과는 3년 계약이 끝난다. 중견 기업 중에서는 그에게 헤지펀드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신용재 대표 약력

△ 1957년생
△ 서울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박사학위 수료
△ 1991~2004년 메릴린치(뉴욕) 트레이딩,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담당
△ 2004~2007년 팬턴 캐피탈 그룹(Panton Capital Group, 헤지펀드) 창립 파트너
△ 2007~2008년 링컨 팍 매니지먼트(Lincoln Park Management, 헤지펀드) 창립 파트너
△ 2009년 1월 ~ 아샘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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