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강아지 장례' 치렀다는 곳, 비용이 '헉'

화장로 앞,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15년간 함께 했던 반려견 한입이를 보내며 이정남씨(65)는 말없이 화장로를 바라봤다. 이씨는 "마지막 가는 길에 같이 살던 사람으로서 도리를 지키기 위해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찾았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가족 같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 죽은 반려동물의 사진과 장난감 등으로 꾸며진 추모카페 모습.

◇ 반려동물 화장 비용 적어도 20만원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에는 이씨와 같은 사연을 가진 고객들이 많게는 하루 열 명까지도 찾아오고 있다.

반려동물 화장비용은 가장 저렴한 일반 화장을 선택하더라도 20만원(5kg 미만 소형견 기준) 선이다. 수의, 유골함 등 여러 선택사항에 따라 비용은 300만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겼던 이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크다.


장례업체 안치실에 유골함과 함께 보관된 주인들의 메모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있다.

"엄마 딸 띵!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실컷 뛰어 놀고, 이제는 편안히 쉬기를 바라" 등 메모에는 유명인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배우 고소영씨는 "우리 센토, 하늘나라에서 귀하게 살아, 사랑해"란 메모를 남겼고, 배우 정보석씨, 조향기씨 등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

↑ 불교를 믿는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분향소

◇ 반려동물 화장 등 장례 과정, 사람과 비슷
9일 찾은 반려동물을 위한 화장 장례업체는 2층 건물에 화장로 2대가 설치된 화장장, 장례식장, 추모카페, 분향소 등이 마련돼 있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가족의 종교에 맞는 장례식 절차를 받을 수 있도록 장례식장 구성도 다양했다. 안치실에는 화장된 반려동물의 유골함과 주인들이 남긴 사진, 개껌, 장난감, 편지 등이 함께 보관됐다.

동물 화장 과정도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일단 동물 사체를 깨끗이 정리한 후 천이나 수의로 사체를 감싼다. 그 상태로 화장로를 이용해 화장을 한다. 유골은 유골함 넣어 장례업체에 마련된 안치실에 안치하거나 가족들이 원하는 장소에 뿌리게 된다.

장례용품도 가족들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크리스털에 반려동물 사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유골함에서 순금이 함유된 수의까지 마련돼 있다.

◇ "증가하는 수요 맞춰 사업 분야 파이가 확대될 것"
지난 2008년 8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화장이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후 반려동물 장례업체들은 성장세다.

이전까지는 합법적으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병원에서 다른 의료폐기물과 함께 소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려동물 장례업에 10년 가까이 종사해온 업계 관계자도 "매년 반려동물 화장 관련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미국이나 일본 등 사례를 감안하면 소득이 올라가면서 반려동물 화장 등 장례문화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며 "경제 성장에 따라 산업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시작한 에이지펫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실적, 고객 만족도 등이 기대 이상"이라며 "새로운 파이를 키워 가는 단계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수요증가가 예상되지만 까다로운 기준 탓에 공식 등록업체는 다섯 곳에 불과하고 비용도 높게 책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장묘업을 관리하는 농림수산식품부 담당자는 "까다로운 기준 탓에 업체 설립이 어렵고 비용이 올라가는 현실을 고려, 소형 동물 화장이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