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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원 '이영애 가방' 3년간 못팔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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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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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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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명품앓이 한국… 캘리백 물량 못따라가 예약주문 중단도

"해외 나갈 일 있을 땐 샤테크가 기본."

샤넬백에 재테크를 더한 이 말은 이탈리아, 홍콩 등지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국내에서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는 신조어다. 국내에만 들어오면 뻥튀기가 되는 명품가격에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명품열병'이 불어닥치며 명품을 사들이느라 카드빚의 늪에서 헤매는 이들을 나타내는 '럭셔리 푸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명품뿐만이 아니다. 해외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등골브레이커'에 등극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중고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탓에 이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나타낸 말이다.

서민들은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인데 어쩐 일인지 명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가격은 문제되지 않는다. 해외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명품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니 '한국은 봉'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여기저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진=류승희 기자)

◆1000만원 넘는 백, 예약 대기자만 수천명

#1. 지난 15일 찾아간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백화점 명품관.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에르메스 매장에 들러 '이영애 가방', '송혜교 백'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캘리백, 버킨백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요청하자 돌아온 답이 의외다. 향후 2~3년 내에 매장에서 이들 가방을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통 캘리백과 버킨백은 가방 하나의 가격이 1300만원 정도. '상위 1%'에게만 허락(?)된다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찾는 이들이 너무 많아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매장 직원은 "따로 예약주문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신청자가 많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기자만 수천명이어서 각 매장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예약주문 신청을 중단했다. 본사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1년 이내에는 예약 주문을 다시 받는 것도 어려워보인다는 게 점원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매장만 대기 중인 신청자가 노트 3권 분량이다"며 "예약 후 보통 1~2년이 지나야 가방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 예약을 취소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고 귀띔했다.

#2. 같은 날 백화점 명품관의 샤넬 매장.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는 샤넬 빈티지 2.55 가방을 주문하자, 점원이 "우리 매장에 딱 하나 남은 제품"이라며 기자를 안내한다. 샤넬 2.55 모델 중 가장 큰 사이즈의 가격은 740만원. 한달 사이에 10% 정도 뛰어오른 가격이다.

점원은 "정해진 시기는 없지만 보통 반년에서 1년 주기로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모델의 가격은 지난 2008년 334만원에서 4년 만에 값이 2배로 뛰어올랐다. 4년 동안 5차례나 가격을 인상한 결과다. 가격 인상의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점원은 "매 시즌에만 판매하는 신상모델은 기존 가격과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클래식 모델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생산되며 샤넬을 대표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샤넬 2.55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샤넬 2.55 모델은 청담동 며느리(?)들 사이에서 '필수 혼수품'으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개인의 취향을 떠나 명품족들에게는 이 제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점원은 "애초에 물량을 많이 들여오는 경우도 없지만 찾는 이들이 꾸준하기 때문에 물량이 있을 때 구매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채갈 확률이 높다"며 "기회를 놓치면 가방이 입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해외브랜드=명품'…비쌀수록 잘 팔린다

우리나라의 가계 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로 나타났다. 일본의 4%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런 만큼 명품시장의 성장속도도 가파르다. 지난 2006년 이후 국내 명품시장은 해마다 12%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글로벌 명품업체 간부들 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3%가 한국 명품시장의 급성장이 최소 3~5년 동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제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발표한 '한국 명품시장 보고서'에 나타난 결과다.

지난 2011년 관세청에서 발표한 자료도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지난해 1년간 세관 몰래 명품을 반입하려다 적발된 면세 초과품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요 품목별 적발 현황을 보면 핸드백, 시계, 잡화 등 명품이 4만4400건으로 비율이 26%나 높아졌다. 대한민국 명품앓이의 한 단면이다.

그렇다보니 한국은 해외 명품업체들의 '봉'이 되고 있다. 최근 명품 업체들의 지나친 고가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만 해도 에르메스와 샤넬 등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샤넬의 각국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프랑스와 미국에서 500만원대에 판매 중인 제품이 한국에서는 600만원대 후반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차이만 130만원이 넘는 셈이다. 샤넬 측에서는 "각국마다 가격 인상 시기에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100만원이 넘는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샤넬 등 최고급 명품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코치나 토리버치 등은 구찌, 프라다 등과는 수입 경로부터 다르다"며 "보통은 아울렛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아울렛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한 제품이 국내에서는 명품으로 분류되며 현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해외브랜드=명품'이라는 인식을 등에 업고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고가정책에 동참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YMCA의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기능성 5개업체 23종 제품의 가격 조사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에 비해 최대 115.2%, 평균 56.6%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페이스 등 해당 업체들은 즉시 "제품명만 동일할 뿐 기능이 다른 제품이다"며 반박했지만, 서울YMCA 관계자는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2배나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정윤경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사무국장은 "이 같은 명품열풍에는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며 "최고가 되고 싶고, 최고를 갖고 싶고, 최고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유독 국내에서 이같은 명품열풍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대영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유통업체들이 사치품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명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언젠가부터 명품의 의미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명품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호기심과 맹신으로 인해 충동구매를 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명품보다는 해외수입 고가제품 혹은 해외수입브랜드로 정확하게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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