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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200억들인 도서관, '박정희'서적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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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소진 기자
  • 박진영 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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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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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건물 일부인 기념관 개관… 도서관 측 "당연한 것", 서울시 "처음 듣는 소리"

200여억원의 국가지원금을 들여 지난해 11월 완공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이 본래 의도와 달리 운영될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주민을 위한 '일반도서관'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박정희 전문도서관'으로 운영될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운영과 건립에 대해 명확한 기준없이 박정희 기념사업회 측 결정에 의존해 '박정희 관련 책'만으로 채우는 등 사업이 일방적으로 기념회 측의 독단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고 200억들인 도서관, '박정희'서적만 가득?

◇ 1600여평 3층 대리석 건물…삼엄한 경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로변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연면적 5290㎡(1603평)에 달하는 3층 대리석 건물의 출입구 상단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황금색 명판이 걸려있었다. 오는 21일 건물의 일부인 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14일 건물 주위는 출입을 통제하는 노란 바리케이트로 빈틈없이 둘러 싸여져 있었다. 열려있는 유일한 통로인 철제 정문 안으로 들어서자 도서관 경비가 곧장 뛰어나와 출입을 저지했다. 개관 전까지는 관계자 외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곳곳에 폐쇄회로티브이(CCTV)를 설치해 출입자들을 파악하고 있다"던 경비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계단위로 한 발짝 더 올라가기만 해도 "내려와 달라"고 요구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익명을 요구한 박정희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오픈전까지는 누구에게도 기념·도서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은 공개를 할 단계가 아닐 뿐더러 종종 정치적인 단체들이 찾아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21일 일부 개관…박정희 관련 서적만 취급
현재 박정희 기념·도서관은 서울시에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한 기부채납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정희 기념사업회는 21일 전시관을 먼저 개관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준비가 부족한 도서관은 올해 여름쯤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도서관 서적구성에 대해 묻자 해당 관계자는 "일반서적은 전혀 구비하지 않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서적만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희기념·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만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관련 서적'의 범위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 등장 서적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도 새마을사업과 관련된 도서이거나 그시대에 관한 서적, 해외 석학들의 논문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념·도서관 규모의 45% 정도인 1층과 2층 일부는 박정희 관련 영상, 전시물 등으로 구성된 기념관으로, 나머지 2, 3층은 '양서'가 구비된 도서관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이 누구나 출입하여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박정희기념사업회의 기념·도서관 개관과 도서구성 결정에 대한 서울시와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으로만 도서관을 채우려는 것도 이제 알았다"며 "도서구성을 비롯한 기념·도서관 운영의 전반적인 내용은 기부채납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와 기념사업회가 협의 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 '황당'…"일반 시립도서관인줄 알았더니"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도서관에 비치되는 책이 박정희 관련 서적에 한정된다는 사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상암동 인근에는 변변한 도서관 시설이 없던 터라 많은 주민들이 '박정희 기념·도서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

장은지씨(28·마포구 상암동)는 "당연히 일반 서적이 구비된 공공도서관일줄 알았다"며 "대부분의 금액이 국고로 마련되었는데 의견이 분분한 박정희 전 대통령만을 기리기 위한 건물이라는 것은 상식밖"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상암동 주민 이모씨(50)는 "박정희 기념관이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단 상암동 주민들이 구립도서관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없는데 그런 공간으로 기능해야만 한다고 생각"이라고 말해 박정희 관련 서적만 다루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상암동에서 근무하는 송향란씨(45)도 "모든 시민이 일반 도서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 세금으로 왜 박정희 대통령만 기념해야 하느냐. 역대 대통령 모두 기념관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상암동에 거주하는 김국제(74)씨는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사람"이라며 "박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도서관 이름부터 내용물까지 박정희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고 200억들인 도서관, '박정희'서적만 가득?

◇지역구의원 예비후보들 '박정희 도서관 반대'공약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오는 4.11 총선에 뛰어드는 몇몇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박정희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준길 민주통합당 마포을 예비후보(57)는 도서관 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기념·도서관을 박 대통령 관련 서적으로 채운다는 발상은 말이 안 된다"며 "박정희기념·도서관은 서울시 부지에 국고 200여억원을 들여 건립한 시립도서관이다. 기념·도서관을 상암어린이도서관으로 전환해 개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두 통합진보당 예비후보(51) 역시 "기념사업회가 기념·도서관을 정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짙게 느껴진다"며 "막대한 국고를 들인 기념·도서관은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한 전문위원은 "정치적인 논란은 일절 신경쓰지 않겠다"며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의 비중 있는 인물로서 박정희 기념관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건립·운영하는 것이다. 가치판단이나 평가는 개개인이 내릴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은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기념사업회에 건설자금을 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착공됐다. 서울시는 기념사업회가 도서관을 지어 운영을 맡되 완공 후 기부채납을 통해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상암동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행정자치부가 국고보조금 208억원 중 170억원을 회수해 사업 백지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4년 가까운 소송 끝에 보조금 전액 회수는 부당하는 판결을 내려졌다.

2010년 3월 재개된 공사는 현 정부의 174억원 지원금 집행으로 탄력을 받아 작년 11월 도서관이 완공됐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도서관 건립에는 국고보조금 200억여원, 자체모금액 30억원 등 총 230억여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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