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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원들 '딴 짓' 허용했다가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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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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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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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개발연구소 1호 안구마우스 '아이캔'… 아이디어 지원이 만들어낸 성과

삼성전자 차트
소속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인 삼성전자 (84,000원 보합0 0.0%) 직원 5명이 회사 몰래 '딴 짓(?)'을 하다가 들켰다. 맡고 있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를 알게 된 회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맡은 일이나 하라"는 말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회의실도 내줬다. 돈 쓸 일이 생기면 경비도 지급했다. 조만간 포상금까지 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는 지난해 11월 이렇게 탄생한 조직이다.

삼성전자가 23일 공개한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은 창의개발연구소의 1호 과제였다.

'아이캔'은 손 대신 눈동자 움직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다. 삼성전자는 아이캔의 제작 매뉴얼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23일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23일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 국내외로 보급하는 사회공헌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이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더니 회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를 발굴해냈을 뿐 아니라 공익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성과를 낳은 것이다.

안구마우스 프로젝트의 출발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조성구 책임의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5월 기술(Tecjnology)과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테드(TED)' 강의를 본 것이 계기다. 루게릭병으로 전신마비 상태인 친구를 위해 눈 깜빡임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한 믹 에블링의 이야기였다.

조성구 책임은 그림을 그리는 기능 뿐 아니라 책을 읽고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 전신마비 장애인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알리고 함께 개발할 동료를 구했다. 정진용 시스템LSI사업부 책임과 유경화 글로벌전략팀 대리, 이준석 무선사업부 사원, 이상원 네트워크사업부 사원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하는 일도 일하는 곳도 다른 5명이 그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 1호과제 안구마우스 '아이캔' 팀. 왼쪽부터 이상원 네트워크사업부 사원, 조성구 시스템LSI사업부 책임, 이준석 무선사업부 사원, 유경화 글로벌전략 대리, 정진용 시스템LSI사업부 책임.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 1호과제 안구마우스 '아이캔' 팀. 왼쪽부터 이상원 네트워크사업부 사원, 조성구 시스템LSI사업부 책임, 이준석 무선사업부 사원, 유경화 글로벌전략 대리, 정진용 시스템LSI사업부 책임.
이들은 업무 시간이 아닌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코드를 짜고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일 모두 스스로 했다. 테스트를 위해 전신마비 환자를 찾아다니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시간도, 돈도, 경험도 충분치 않았지만 환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개인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내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이 프로젝트를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마침 임직원들의 열정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고양할 제도를 준비하던 인사팀이 이들에게 지원 의사를 나타냈고 안구마우스 개발은 창의개발연구소 1호 과제가 됐다.

이때부터 근무 시간에도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취미처럼 시작한 일이 회사 업무가 된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주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주지 않았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회사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모든 결정은 이들 5명이 의논하고 정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도 전적으로 이들의 뜻으로 정해진 것이다.

'아이캔' 프로젝트에 대한 회사의 반응은 뜨거웠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에 삼성전자 경영진이 가장 크게 놀랐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현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이캔을 활용한 후속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를 연장하도록 했다. 또한 2호, 3호 과제에 선정되고 싶다는 직원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창의개발연구소 1호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아이캔' 프로젝트 팀에겐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당초 성공이나 실패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취지여서 특별한 성과 보상 기준은 없지만 워낙 좋은 성과를 내서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이들 5명은 성과에 대한 보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성구 책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편의를 봐주고 그 결과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할 때부터 돈을 벌겠다거나 개발한 제품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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