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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당 1명 공무원, 이 나라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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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그리스)=최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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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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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극과 극' 그리스·독일을 가다②-1]공무원·연금천국이 만든 '票퓰리즘' 지옥

성인 5명당 1명이 안정직인 공무원, 퇴직해도 월급의 95%를 받는 나라. 그리스는 침몰 직전까지만해도 유럽 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했다.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세금은 깎아주고 복지는 늘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복지확대정책에 환호했지만 나라살림은 거덜났다. 정치인들은 집권에만 몰두했다.

지난달 28일 아침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피레우스항에서 만난 그리스인 택시기사는 "피레우스에선 문을 닫은 가게가 40% 넘는 것같다"며 "아테네 도심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불황의 원인을 거론하다 복지확대정책을 주도해온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 등 정치인들의 이름이 나오자 "엿먹으라고 해라"며 "정치가 나라를 망쳤다"고 언성을 높였다.

1981년 그리스 최초 사회주의 정당으로 정권을 잡은 사회당은 '복지국가 건설' 이념을 주창하며 보편적 연금과 건강보험을 도입했다. 특히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공공부문 인력을 늘리고 임금을 인상하는 데 전력했다. 집권 초 30만명에 불과하던 공무원 수는 집권 10년 동안 10만명 가까이 순증했다.

↑그리스는 혹독한 긴축으로 빈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걸인이 아테네 신타그마광장 인근에서 동냥을 하고 있다. ⓒ사진=아테네 홍봉진 기자
↑그리스는 혹독한 긴축으로 빈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걸인이 아테네 신타그마광장 인근에서 동냥을 하고 있다. ⓒ사진=아테네 홍봉진 기자
1990년대 초와 2000년대 중반 우파 신민주당이 집권했지만 지지층 확보를 위해 공무원 인력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무원은 지난해 8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공무원 숫자가 100만명을 넘는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근로가능 인구 5명 중 1명이 공무원인 셈이다.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재정여건은 취약해졌지만 그리스 정치권은 임금 대비 연금비율, 즉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경쟁적으로 끌어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에 발표한 연금통계에 따르면 그리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95.7%에 달했다. 이는 독일의 43%와 프랑스의 53.3%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연금을 많이 주다보니 조기퇴직자들이 급증하면서 재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까지 발생했다. 총인구 1100만명 가운데 약 4분의1이 은퇴한 그리스에서 정부재정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수확보를 챙긴 집권당은 없었다. 재집권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세수의 25%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상황임에도 2004년 신민주당은 정권을 잡자 법인세율을 35%에서 2007년엔 25%로 매년 3~4%포인트씩 인하하고 친척간 부동산 상속시 세금 등을 폐지하는 등 각종 세율을 대폭 인하했다. 1980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34% 수준이던 누적 공공부채가 지난해 160%로 급증한 이유였다.

아테네 북부 고급 주택가에서 납세용으로 신고한 수영장 보유 가구수는 324채였지만 인공위성 촬영으로는 약 1만7000개의 수영장이 확인됐다거나, 이미 사망했지만 100세 넘어서까지 연금을 수령 중인 사람이 321명이나 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된다. 나눠먹기가 일상화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극에 달했다.

1990년대 후반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요건을 갖추기 위해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회당 소속 코스타스 시미티스 당시 총리는 이 여세를 몰아 연금개혁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쳐내기 위한 시도에 나섰지만 아테네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로 극렬히 저항했고, 개혁은 수포로 돌아갔다. 공공부문, 노동시장 등의 개혁 추진도 무산됐다. 10여년 전 그리스의 운명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테네 베스트웨스턴호텔에 근무하는 아젤리키씨는 "2년 전보다 수입이 25% 정도 줄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떨어질지 걱정"이라며 "인구의 약 70%에 달하는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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