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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직한 정치인이 그리스를 '빚더미'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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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그리스)=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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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0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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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극과 극' 그리스·독일을 가다④-2]

↑ 관광객들이 아테네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격렬했던 긴축반대 시위는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아테네(그리스)=홍봉진 기자
↑ 관광객들이 아테네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격렬했던 긴축반대 시위는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아테네(그리스)=홍봉진 기자
 2009년 총선을 앞두고 좌파 사회당(PASOK) 파판드레우 당수는 부자증세, 공공부문 임금인상, 저소득층과 연금수혜자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복지증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국민들이 점점 무력해지는 이때 사회주의자인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 국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자"고 외쳤고 그가 이끄는 사회당은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했다.

 하지만 8개월도 안돼 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줄인다며 선거공약을 파기하고 말았다. 공공부문 임금을 삭감하고 연금을 축소했으며 근로정년을 올렸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급격한 긴축정책은 그동안 누려온 복지혜택마저 없애는 결과를 초래, 국민들은 선거 이전보다 더 무력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후 임금삭감과 연금축소가 몇 차례 거듭되면서 복지수준은 더욱 추락했다. 계속되는 근로자 해고로 실업률도 20%를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50% 이상이었다.

 그리스의 정치인들은 복지정책을 줄이지 않으면 그리스가 구제자금을 받을 수 없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재무장관을 지내고 현재는 사회당 당수인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는 "외국자본이 요구하는 긴축정책, 즉 복지혜택을 줄이는 방법만이 그리스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보수언론인 게오르기오스 키르소스는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다음 세대가 짊어지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테네의 한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20대 타나시스 아나그노스토포로스는 "무능력한 정치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퍼주기식 지출과 낭비로 그리스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럽 및 외무정책을 위한 헬레나재단(Hellenic Foundation for European and Foreign Policy)의 루카스 투카리스는 "그리스정부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 올림픽경기를 치렀고, 부정직한 정치인들은 그 돈으로 공무원 수를 늘려 고용과 실업 등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해외에서 쉽게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정치지도자들은 그리스 같은 작은 나라가 유로존에 가입하면 2가지 큰 위험에 봉착할 것이란 점을 무시했다.

 첫째, 공통화폐인 유로를 사용하면 화폐공급량을 조절할 자가능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둘째, 정부가 환율을 조절할 능력이 없어지면서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스터지오스 스카퍼다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 Irvine) 교수는 "그리스는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이 2가지 능력을 상실, 국가경쟁력이 약 30%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그리스정부는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관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알렉 말리는 "그리스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들은 의문투성이"라며 "정부는 수치를 조작하고 공무원들은 컴퓨터 조작으로 재정적자를 축소했다"고 회고했다.

 2010년 그리스 통계청장 안드레아 게오르기오는 "과거 그리스정부는 회계장부를 조작,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 이상 숨겼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발표된 그리스 재정적자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15.8%에 달하고 이는 과거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었다.

 역대 그리스 총리들 중 하버드대학이나 MIT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가 적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유로존 가입의 위험을 쉽게 무시하고 정부의 회계장부까지 조작했다는 사실은 그리스 정치인들이 얼마나 부정직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관련기사: '포퓰리즘' 재앙 물려준 그리스 세습정치)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리스 출신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신뢰가 결여되고 부정직한 정치인들이 그리스의 복지시스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둘 다 망가뜨렸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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