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에 초조한 유럽..사르코지 패배 땐 금융시장 충격?

▲2012 프랑스 대선에 출마,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

오는 22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사진)가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이 서명한 신 재정협약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신 재정협약을 공식화, 각국 의회의 비준 또는 국민투표를 남긴 가운데 올랑드 후보는 이 조치가 지나치게 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이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U 핵심국인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기존 협약을 뒤집는다면 재정협약의 근간이 흔들리고 유럽의 공동 위기대응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변국에선 올랑드 후보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지만 그는 현재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이 유력시된다.

프랑스는 오는 22일 대선 1차 투표를 치른다. 여기서 유효 투표수의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두고 5월 6일 결선 투표로 승자를 가린다.

현직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3월 말 30%로 당시 26%인 올랑드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섰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Ifpo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조사에서 사르코지는 28.5%, 올랑드는 27%로 둘의 격차는 불과 1.5%포인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결선투표에선 사회당 이외 좌파 표를 결집한 올랑드 후보가 53%를 얻어 47%에 그치는 사르코지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랑드는 결선투표를 의식한 듯 "사회당만의 프랑스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승리할 경우 정부의 문호를 열고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희망의 1년과 악몽의 4년= 2007년 5월 사르코지 신임 대통령이 당당히 엘리제궁에 입성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사르코지는 그때까지 12년간 지속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시대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게 총체적이고 신속한 경제사회 개혁을 약속하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사르코지가 약속했던 희망의 시대는 그로부터 꼭 1년만에 끝났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전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프랑스도 그 후폭풍에 휩쓸렸다. 겨우 위기를 극복하는가 싶었는데 2010년엔 그리스 등 유럽 이웃나라에서 잇따라 재정위기의 불길이 치솟았다.

사르코지는 여러 국제무대에서 위기의 해결사로 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그사이 "미룰 수 없다"던 프랑스의 경제 개혁은 뒤로 밀렸다. 특히 연금 개혁은 사르코지의 최우선 과제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는 사이 타이밍을 놓쳤다.

2011년 프랑스는 끝내 국가신용등급 트리플A 지위를 잃었다. 현지에선 독일의 지위가 격상되는 동안 프랑스가 대외 신인도와 경제적 여유를 모두 잃어버린 점을 지적, "사르코지가 독일 베를린에 지갑을 놓고 다닌다"는 뼈있는 농담이 떠돌았다.

프랑스 이코노미스트 니콜라 바베레즈는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개혁에 대한 명백한 요구를 받고 선출됐지만 그의 계획은 위기 때문에 어그러졌다"며 "근본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의 프랑스는 (사르코지 임기 첫해인) 2007년보다 허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파리의 싱크탱크 토머스모어연구소(TMI)도 "사르코지는 열정적이고 단호한 개혁가로써 엘리제궁에 입성했지만 위기 탓에 소방수가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프랑스 대선은 글로벌 경제상황,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거듭된 위기로 정치생명마저 고비를 맞은 사르코지 대통령과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프랑스의 대권을 노리는 올랑드 후보. 두 사람의 승부에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운명이 걸려 있다.

▲포옹하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