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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 동심초'와 작곡가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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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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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식=
서울 음대 교수를 지낸 원로 작곡가 김성태 선생이 21일 향년 102세로 별세했다.

김성태 선생은 1910년생으로 1930년대에 동요집<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내며작곡가로 데뷔한 이래 가곡<동심초> <즐거운 우리집> <꿈> <한송이 흰 백합화> <이별의 노래> 등 주옥같은 노래를 남겼다.

고 김성태 선생을 추모하며 유명 가곡 <동심초>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곡가 김성태(1910-2012).  News1
작곡가 김성태(1910-2012). News1


<동심초>의 가사는 1200년전 중국 당나라의 여류시인 설도(薛濤, 768-832)의 한시(漢詩) 춘망사(春望詞)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번역한 이는 김소월의 스승 김억이다.

김억 선생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춘망사> 가운데 제3수를 <동심초(同心草)>란 제목으로 여러 차례 번역했다.

제목 <동심초>는 원시(原詩) 내용 중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 사천성 성도의 망강루 공원에 있는 설도상.  News1
중국 사천성 성도의 망강루 공원에 있는 설도상. News1



필자의 책 ‘이정식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에서 <동심초>의 관련부분을 다시 정리해 아래에 옮긴다.

◆<동심초>, 신문 · 잡지에 실릴 때마다 번역내용 달라져

번역시에 곡을 붙였다는 <동심초>의 가사 1,2절이 매우 유사한 점이 늘 궁금했다.

2010년 어느 날 원본 번역시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 간단치 않았다.

마침내 <안서김억전집>(한국문화사, 1987) <김억한시역선>(홍순석 역, 한국문화사, 1988) 등 관련자료들을 찾아보았는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김억이 번역시 <동심초>를 <망우초>(忘憂草, 동심초가 처음 실린 김억의 한시번역시집, 1934)에 싣기 전에도 1930년부터 신문, 잡지 등에 실었고 그 때마다 번역 내용이 조금씩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1943년에 아예 <동심초>란 이름으로 펴낸 번역시집에서는 1, 2행의 번역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집 <동심초>는 이 도서관에 없었다.
<춘망사> 제3수의 원문과 이를 번역한 번역시 4종류의 변화를 연도별로 추적해 보면,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춘망사 제 3수 원문>
1.
꽃잎은 하욤업시 바람에 지고
만날날은 아득타 기약이 업네
서로서로 맘과맘 맺지 못하고
얽나니 풀잎사귀 쓸데잇는고
(중외일보, 1930. 9. 4)
2.
꽃잎은 하욤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날은 아득ㅎ다 기약이 없네.
무심ㅎ다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가피의 풀잎만 뭐라 맺는고.
(학등, 1934. 6. 6)
3.
꽃잎은 하욤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망우초, 1934. 9. 10)
4.
바람에 꽃이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길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닢만 맺으랴는고.
(동심초, 1943. 12. 31)
<김억한시역선>에는 마지막 4번째의 번역이 본문으로 실려 있다.

엮은이 홍순석씨는 책머리에, ‘같은 작품이 여러 지면에 발표된 경우에는 가장 뒤에 발표된 작품을 본문으로 삼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것이 최종 작품이란 얘기다.

시집 '망우초'에 실려있는 번역시 '동심초' 원본.  News1
시집 '망우초'에 실려있는 번역시 '동심초' 원본. News1


◆가사 1,2절은 같은 <춘망사> 3수의 다른 번역
당시에 시작(詩作)이나 번역시(飜譯詩)에 있어서 이러한 개작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가 부르는 가곡 <동심초>의 1,2절은 <춘망사> 제 3수의 다른 번역이었던 것이다.

<동심초>는 해방 다음해인 1946년 김성태 선생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어 세상에 나왔다.

선생은 당시 시의 아름다움에 끌려 <동심초>를 작곡하면서, 1934년에 나온 김억 시집 <망우초>에 실린 <동심초>번역시를 1절로, 9년 후에 나온 시집 <동심초>의 최종 번역을 2절로 하여 노래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알려진 일이 없다.

가사 자체로는 <망우초>의 번역이 더 멋드러지기 때문에 이것을 1절로 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는 김억이 생존해 있을 때였다. 김억은 1950년 6.25 때 납북되었다.

나는 이 번역시들을 가지고 한문학자들을 만나보았다.

그 분들은, “최종 번역인 ‘바람에 꽃이지니 세월 덧없어---’가 그 앞의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보다 원 뜻에 가깝다”고 하면서, “김억 시인이 앞서의 번역이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후일에 또다른 번역시집 <동심초>를 낼 때 이 시를 다시 실으면서 번역 내용을 바꾼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억의 한시 번역이 참으로 뛰어남을 새삼 느낀다”고들 했다.

김억은 <망우초> 서문에서 번역시에 대해 “원시(原詩)에서 얻은 바 시상(詩想)을 나의 맘에 좋도록 요리(料理)해 놓았을 뿐”이라면서 “그야말로 김안서식 표현품”이라고 적었다.

이어 1943년에 펴낸 한시번역시집 <동심초> 서문에서도 번역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원시의 뜻을 따다가 소위 김안서 식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억은 그의 여러 글에서 “시의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창작이며, 역시(譯詩)는 역자 그 사람의 예술품”이라고 강조한다.

가곡 <동심초> 1절 뿐 아니라 2절로 불리우는 ‘바람에 꽃이지니---’ 역시 역자의 오랜 고뇌 끝에 나온, 원문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는 또 다른 예술품이었던 것이다. (*)

<저작권자 뉴스1 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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