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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폭동' 남 얘기 아냐…대비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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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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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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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포비아! 다문화 사회의 赤신호]<마지막>

# 지난 2005년 11월, 프랑스에서는 자동차와 상점이 불에 타고 거리에 화염병이 날아다녔다. 소요 사태를 일으킨 이들은 프랑스 내 이민자들. 주로 아프리카계 또는 이슬람계의 이민 2~3세 젊은이들이었다. 폭동에 불씨를 던진 것은 10대 소년 2명의 죽음이었다. 파리시 외곽 지역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변압지 주변에 숨어들어간 이민 3세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프랑스 방리유(banlieue·도시 외곽 지역)의 청년들은 그동안의 차별에 분노하며 화염병과 돌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는 저출산 등으로 산업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이민 수용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똘레랑스'(tolerance, 관용)의 나라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시민권까지 받은 이민자 2~3세대조차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인해 쌓였던 설움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등 이주민 2세대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 1세대 이주민들이 국내에 정착하면서 그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서 엄연한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향한 사회 인식과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역시 이민자들에 의한 소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 내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문화사회에 대비한 제도·교육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한국 명절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다문화가족의 모습. 이동훈 기자 photoguy@
한국 내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문화사회에 대비한 제도·교육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한국 명절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다문화가족의 모습. 이동훈 기자 photoguy@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화되고 무시와 혐오가 깊어지면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에 의한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인종·종교·문화의 공존에 대해 한국인은 36%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해 유럽 18개국의 찬성 비율 74%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연령이 낮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개방성이 높은 점으로 볼 때 외국 문화를 많이 접하고 다문화교육을 받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다문화사회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과 다문화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의 김미선 상임이사는 "이번 정부에서 다문화정책에 예산을 많이 투입했지만 그에 비해 인식개선은 여전히 미미하다"며 "학교·직장 내 성희롱교육을 강화해 효과를 얻었듯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에 이주민들 없이는 사회 유지가 어렵다"며 "이들이 진정한 '주민'으로 받아들여지고 주민공동체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니미츠 초등학교(Chester W. Nimitz Elementary School)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교는 아시아 학생 수가 전체 학생의 40%에 이르고 모국어가 히브리어·스페인어인 학생이 각 21%를 차지하는 다민족·다문화 학교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주 니미츠초등학교 도서전시회의 '다양성위원회' 홍보코너. (자료:한국이주민건강협회)
↑ 미국 샌프란시스코주 니미츠초등학교 도서전시회의 '다양성위원회' 홍보코너. (자료:한국이주민건강협회)
여기에는 '다양성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어 교장과 학부모 위원들이 월 1회 정기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다양성 이해를 위한 커리큘럼 논의와 관련 도서 수집, 다문화 행사 등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영국·이스라엘·파키스탄·중국·인도·베트남·한국 등 다양한 문화를 대표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학교는 학칙을 통해 학생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제재한다. 김 이사는 "이처럼 학교가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학생들은 타문화를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고 전했다.

또 한편으로는 다문화사회로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민청' 설립과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의 곽재석 소장은 "현재 정부는 법무부·문화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별로 다문화사업을 펼치고 있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미흡하다"며 "대부분의 선진국과 이민국가들이 이미 갖고 있는 총괄 조직으로 '이민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문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조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의 다문화사회 준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지난 2009년 발의에 실패했던 '인종차별금지법'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의 전병헌 의원이 처음으로 인종차별금지법 발의를 시도했지만 보수 단체와 부정적 여론에 밀려 추진되지 못한 바 있다.

곽 소장은 "인종·종교·문화에 대한 차별을 선언적으로만 규제할 게 아니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공공연히 올라오는 인종 혐오 글도 엄연한 '공격'이기 때문에 단순히 모니터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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