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막장 드라마'…4가지 결말은?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AFP=News1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재고조되고 있다.그리스 주요 정당들이 연립정부 구성협상에 실패하면서 또 다른 총선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른바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은 1730억유로에 달하는 2차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은 그리스가 긴축을 통한 재정균형을 회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리스의 긴축을 주도했던 신민주당과 사회당의 거국 연정이 지난 6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으로 붕괴하면서 그리스 정국은 혼돈 그 자체로 빠져 들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연정구성 마감시한을 이틀 앞둔 15일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연정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의회가 시작되는 17일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문제는 총선을 새로 실시할 경우 긴축에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당)이 제1당으로 등극할 것이 유력시된다는 점이다.

시리자당은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파기하더라도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 년째 채무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의 '막장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내릴 지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4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전망했다. 다음은 WSJ의 4가지 시나리오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1. 탈퇴 (Exit)

시리자당이 주도하는 연정이 구제안을 거부할 경우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제공한 구제금융 지원금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 중단에도 그리스는 당분간 채무 지급을 중단할 수 있겠지만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한 나라의 정부가 빚을 못 갚겠다고 파산을 신청한 것이나 진배없다. 국가부도는 소요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뱅크런 조짐이 포착됐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5일 "그리스 은행들에서 예금자들이 14일 하루 동안 약 7억유로(약 1조732억원)을 인출해 나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뱅크런이 가속화한다면 그리스는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서 수십억 유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을 살리기 위해 유로를 마구 찍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그리스는 어쩔 수 없이 유로를 버리고 옛 자국통화인 드라크마로 복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리스크컨설팅업체인 컨트롤리스크의 데이비드 리 애널리스트는 "재선거로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 긴축 거부(Repudiate)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당 대표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더라도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긴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는 그리스 국민 상당수가 치프라스의 이러한 주장에 매료됐다. 이에 변방에 머물렀던 시리자당은 지난 6일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유럽 전역에서 일고 있는 정권교체 바람도 치프라스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6일 프랑스 대선과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의 지방선거 결과 역시 경기 침체로 시작된 긴축조치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그리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국가들과 달리 유로존 회원국이 모은 세금으로 마련된 구제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 애널리스트는 "긴축안 거부와 유로존 탈퇴 사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초 아테네에서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로 현장에 다수의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News1

3. 재협상(Renegotiate)

긴축을 주도한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재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 승리하더라도 그리스 국민의 긴축에 대한 반감을 확인한 만큼 긴축안에 대한 재협상과 같은 당근이 필요하다.

지난 3월 구제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안을 재협상한다는 것은 그리스가 더 많은 구제금을 받아야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로이카는 재협상이나 추가 지원은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6일 도이칠란트풍크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구제 프로그램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준비가 끝났다. 우리는 재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당 지도자들이 15일 대통령궁에서 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다. 포티스 쿠벨리스 민주좌파 대표(왼쪽 첫번째)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PASOK) 대표(왼쪽 두번째),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대표(왼쪽 세번째),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중앙),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오른쪽 두번째), 파노스 캄메노스 독립 그리스 대표(오른쪽 첫번째) AFP=News1

4. 긴축 지속(repent)

유럽 정상들이 입을 모으는 그리스의 위기해결안은 간단하다. 그리스 정치권이 옥신각신 다툼을 중단하고 이미 합의를 끝낸 구제금융안을 고수하라는 것이다.

2차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그리스는 올해 중순까지 추가 긴축안을 내놔야 한다.

긴축안을 통과시켜 시행할 경우 그리스는 공무원에게 줄 임금, 사회복지를 유지할 자금, 은행의 자본확충을 도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치권은 또 다른 긴축을 추진하기에 감당할 수 없는 반대에 부딪혔다. 리 애널리스트는 "트로이카와 합의된 긴축조건은 (그리스 국민들로부터) 확실히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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