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스페인…국채 금리 7% 근접

유로존 위기 전염 우려로 스페인 국채 금리가 6.5% 너머로 치솟으며 디폴트 위험선으로 여겨지는 7%에 근접하고 있다.


6일 총선 후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은행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으로 유독 불길이 거세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16일 장 중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유로존 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지난해 11월 후 처음으로 6.5%를 상회했다. 이날 같은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5.83%로 동반 상승했으며 스페인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금리 차도 유로존 사상 최대인 500bp까지 확대됐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마의 7%'를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11월을 상기시키는 모습이다. 국채 금리 7%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구제 금융을 받게 되기 시작한 시점이자 지속 불가능한 금리로 여겨져 왔다.

그리스 연정 구성 실패로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되자 이후의 막대한 파장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피터 고브스 씨티 투자전략가는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그리스 정치권 불안에 스페인 은행 부문 지원 필요성이 불거지고 거시 경제까지 취약해지며 위험 기피 성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레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16일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스프레드의 급격한 확대는 앞으로 올 일들의 전조"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채권 시장에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국채 금리가 6.5%를 웃돌자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긴축 정책 이행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빌리지 못하거나 천문학적인 금리로 자금을 빌리게 될 심각한 위험이 있어 반드시 공공부문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며 "이 모든 조치들이 우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옌스 라르센 RBC 유럽지역 이코노미스트는 "라호이의 발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유로존에서 실제로 변화된 부분은 매우 적을 뿐이며 지속되는 시장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이 그리스 정치권이든 스페인 당국의 은행위기 대처법이든 이와 관련한 신뢰할 수 있는 분명한 계획을 고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17일 국채입찰로 다시 한 번 시장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스페인 재무부는 이날 2015년, 2016년 만기 국채를 15억~25억 유로 발행할 예정이다. 스페인이 올해 필요한 자금의 반 이상을 조달해 두기는 했으나 입찰 금리가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할지로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페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후 하락세를 그려왔다. 지난해 12월과 올 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권에 공급한 3년 만기 저리대출 프로그램(LTRO)으로 스페인 국채 매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하락이 LTRO 자금을 이용한 스페인 은행권의 자국 국채 매입에 따른 '임시변통'이라는 시각과 지난 11일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은행 개혁안에 따라 스페인 은행권에 더 많은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고조되며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