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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토스카 속 '마리아 막달레나' 그린 박보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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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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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지형 기자=
서양화가 박보순 화백이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서양화가 박보순 화백이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푸치니의 역작 오페라 토스카에 그림으로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이 동양적이라면?

서양의 오페라에 동양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이, 특히 마리아 막달레나가 동양인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페라에 실제화가의 그림을 등장시킨 것도 모자라, 동양적인 감성으로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리기로 한 화가가 있다.

바로 박보순 화백(63·여)이다.

박 화백을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사직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클래식이 흐르는 깔끔한 오피스텔에서 붉은색의 모자와 양말을 신은 수수한 차림의 그가기자를 맞았다.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며 웃던 박 화백의 뒤로 거실 한쪽을 차지한 대형 캔버스(가로 180㎝·세로 240㎝)에 붉은 원피스를 입은 처연한 모습의 매력적인 여인이 보였다.

팔등신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전형적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한 눈에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매력적이다"라고 기자가 말하자 박 화백은 "그렇다면 다행"이라는 대답과 함께 안도하는 듯 미소 지었다.

아직 작업이 끝나지 않은 다소 이색적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상(像)에 대한 첫 관람객이라 평가가 내심 궁금했던 모양이다.

"극의 전개상 마리아 막달레나가 가진 '블루 아이(파란 눈)'와 '블런드 헤어(금발)'를 여주인공 토스카가 질투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따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그러나 그녀를 한 여인의 상으로 이미지화했고 이번 무대가 동양이라는 점에서 파란 눈, 금발 등과 조화되는 동양적인 모습이 떠올랐다"고 자신의 '마리아 막달레나'를 소개했다.

토스카 첫 장면에서 화가인 남자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성당에 기도하러 온 후작 부인의 모습을 모델로 삼아 그린 무대 속 그림이 박 화백의 작품이다.

카바라도시는 자신이 그린 그림 속 마리아 막달레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연인인 검은 머리의 정열적인 여가수 토스카의 모습과 비교하며 아리아 '오묘한 조화'를 노래한다.

그림에 다가서자 마리아 막달레나를 태양처럼 비추고 있는 커다란 매화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비천하고 질시 받던 그녀가 모든 것을 이겨내는 것이 마치 한 겨울 눈 속에서 처음 피어나는 동양적인 멋의 매화와 닮았다"고 했다.

소박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자연스럽게 펼쳐보여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에서 박 화백은 자신의 모습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희망, 빛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제까지 그려온 그의 그림들이 여성의 정체성을 담는 서술적 표현으로 좋은 평을 받는 이유가 짐작됐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2002년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거식증에 걸린 핀란드 출신의 한 학생이 자살을 기도하다 제 그림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는 소식을 접했죠. 감동적이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책임감도 느꼈고요."

박 화백은 자신의 그림에 빛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 빛을 읽어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작품을 해나가는 데 동력이 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박 화백의 그림은 수없이 겹쳐진 선들이 교차하며 어렴풋한 형상으로 그려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 때문인지 환상적이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준다.

마리아 막달레나 그림도 역시 강렬한 붉은 색을 썼지만 몽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18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은 후 3번이나 재발해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이겨내고 힘 있게 붓을 휘두르는 그녀의 에너지가 투영된 듯했다.

그러나 그도 오페라 무대 위에 그림을 올리기로 마음먹으면서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서양화가 박보순 화백이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서양화가 박보순 화백이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박 화백은 "솔직히 어디다 중점을 둬 작업을 해야 하는 지 부담이 됐다. 수천 명의 관객이 공연장이랑 특수성상 그림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그림에 조명을 주는 갤러리 전시와 달리 오페라 무대의 주인공은 그림이 아닌 가수들이기 때문에 멀리서 봤을 때 제 그림이 어떻게 보일 지 저도 궁금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하나의 작품에서 표출하고 싶은 것, 표현하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가장 정직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무대의 장식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페라단 측에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요구했기에 큰 부담 없이 선선히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오페라 토스카 이야기 속에서 모티브를 얻어 박보순의 마리아 막달레나는 지금도 완성돼 가고 있다.

"오페라 무대에서 보일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에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오페라 공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림과 오페라를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 화백이 관객을 향해 건넨 마지막 인사말이다.

30여년 넘게 주로 미국 뉴욕에거주하면서 교수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 화백은 2006년 뉴욕의 100인 화가로 선정됐고 동경전 작가상을 받는 등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죽음과 삶의 감각적 표현으로 신표현주의 경향의 작가로 주목 받아왔다.

홍익대 미술대학과 펜실베니아주립대 회화과 대학원에서 그림을 배웠다.

템파대학에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인천카톨릭대학에 몸담고 있다.

그가 그린 마리아 막달레나를 만나려면 오는 25~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그랜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을 보면 된다.

이번 공연은 최초로 콜레보레이션(합작)을시도하는 공연으로 벌써부터 미술계와 오페라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오페라 속에 실제 화가의 작품이 사용되는 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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