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 20대, 경찰 수사 종결 비관 자살

(부산ㆍ경남=뉴스1) 강진권 기자= 사기를 당한 20대 청년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이 절차상의 이유로 수사를 종결한 데 좌절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청년이 숨지고서야 사기 용의자를 검거했다.

대학생 A(22)씨는 지난해 7월 군복무를 마친 뒤 대학 선배 B(24)씨가 동업하자는 권유를 받고 의심 없이 주민등록증과 인감, 통장사본 등을 넘겼다.


B씨는 A씨의 명의로 300만원을 대출받았고 A씨는 대부업체로부터 채무독촉을 받고지난 3월 8일 B 씨를 사기 혐의로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B씨의 전화번호와 자동차 번호 등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수사 진척이 없자 지난 3일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각하 처분 통지서를 받은 A씨는 좌절에 빠졌다. 그동안 대출금을 갚기 위해 불법 다단계 판매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추가로 800여만 원의 빚을 졌다.

각하 처분 통지서를 받은 A씨는 실망한 나머지 통지서를 찢어버렸고 경찰이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원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각하 처분 보름만인 지난 18일 오전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유족들은 A씨의 발인날인 20일 새벽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뒤 경찰서로 찾아가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 경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 이날 하루 만에 B씨를 검거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한 뒤 통지서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출석을 요구했지만 연락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절차상 수사 진행이 어려웠다"며 "사건이 각하됐지만 A씨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수사를 재개할 수 있었고 A씨 사망 뒤에는 고인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B씨를 검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A씨가 사망하자 부랴부랴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며 "A씨의 휴대전화에 경찰의 출석 요구 문자 메시지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해명을 반박했다.

한 유족은 "A의 자살이 전적으로 경찰 책임은 아니지만 경찰이 조금만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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