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라크 80억불 신도시 수주 '공신'…김현중 부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한화건설이 이라크 국가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10만가구 규모의 신도시 조성공사의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공사로는 역대 최대인 80억 달러 규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은 이번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을 위해 빠르면 다음주 이라크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초대형 공사 수주의 숨은 공신으로는 단연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사진)을 꼽을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 부회장은 1년여간 이라크 현지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현지 관리들을 치열하게 설득했다.

그는 지난해 초 우리 정부가 마련한 민관경협사절단 일원으로 전후 복구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이라크를 둘러봤고 현지의 주택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고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했다.

이후 현지를 수차례 오가며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를 설득하는데 성공, 지난해 5월 이라크 프로젝트 합의각서(MOA) 체결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은 프로젝트 규모, 국가적 이익과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전사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며 관련 회의까지 주관하는 등 프로젝트가 최종 수주될 수 있도록 직접 진두지휘했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 ⓒ자료 제공=한화건설

김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확보할 경우 수많은 국내 협력업체들도 이라크 현지에 함께 진출하게 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본계약 체결을 위해 김 부회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김 부회장에게 있어 본계약에 이르는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바뀌는 이라크 정부의 조건과 사업승인 지연 등으로 속앓이를 했다.

일각에선 한화건설이 이라크 정부와 체결한 협약이 구속력없는 각서 수준이다보니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내기도 했다. 본계약이 늦어지자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루머까지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부회장의 뚝심은 빛을 발했다. 김 부회장은 실무진과 함께 이라크 현지에서 1년여간 거의 살다시피하며 협상 전반을 주도했다.

특히 신도시 사업제안은 단순히 주택 10만가구 건설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와 도로, 상·하수도, 조경 등 관련 노하우 전수를 제시해 현지인들을 감동시켰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위치도 ⓒ자료 제공=한화건설

김 부회장은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장 등 현지 정부 관계자들이 방한하자 헬기까지 띄워 인천 남구 고잔동 일대 238만㎡ 부지에 조성중인 1만2000여가구 규모의 '인천 에코메트로'를 보여줬다.

당시 현장을 둘러본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어메이징"을 외치며 감탄했다. 이같은 노력끝에 마침내 이라크 정부는 이달초 국무회의에서 비스마야 신도시건설계획을 승인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누구?
김 부회장은 서울고와 서울대학교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1976년 대우건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2000년 ㈜한화의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2002년 분사한 한화건설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해외사업을 전담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 요르단 삼라, 알제리 아르쥬 프로젝트 등 굵직한 해외 공사를 연이어 따내며 한화건설을 해외건설 강자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