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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밴드만 붙이는 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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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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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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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World News/ 권성희 특파원의 New York Report

시장은 스페인의 은행 부실 문제가 악화되지 않고 조기에 해결되기를 원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9일 유로존이 스페인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문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조치를 내놓은데 대해 잠시 안도하는 듯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전화회의 끝에 전격적으로 스페인 은행권에 1000억유로(125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시장의 안도감은 금세 사라지고 불안만 깊어지고 있다. 이 결과 스페인의 국채 가격은 더 떨어졌고(국채수익률 상승)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에간-존스는 연쇄적으로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에간-존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의 신용을 분석해 판매해도 좋다고 허락한 미국 9개 신용평가사 중의 하나다. 무디스, S&P, 피치 등 이른바 3대 신용평가사에 비해 유명도는 떨어지지만 에간-존스는 최근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낮추며 명성 혹은 악명을 떨치고 있다.

어쨌든 왜 시장은 스페인 은행 부실에 대한 유로존의 나름대로 발 빠르고 과감한 대처에 실망한 것일까. 이에 대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대마불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앤드류 로스 소킨은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단순하지만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는 듯한 결론을 내렸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더 이상 구제금융은 필요 없을 것이라며 "스페인은 올바른 길에 들어섰다"고 밝혔고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R. 코톡은 "유로존 리더들이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킨은 이런 전망들이 모두 틀렸다고 지적하며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유로존 각 회원국의 은행들을 개별적으로 구제하는 것은 헛돈 쓰는 헛수고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에 7000억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다. 소킨은 많은 사람들이 이 TARP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해결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TARP는 전체 구제 프로그램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TARP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을 보장해주는 은행 예금의 한도를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올리고 전체 머니마켓 산업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단호한 조치였다.

머니마켓에서 돈을 회수하고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려 했던 투자자들과 은행 고객들은 정부가 머니마켓 자금과 예금을 전적으로 보장해 주겠다고 나서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돈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는 씨티그룹에 돈을 맡기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돈을 넣어두나 큰 차이가 없었다.

소킨은 그러나 유럽의 현재 구제 프로그램은 TARP처럼 돈을 투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을 뿐 시장이 믿을만한 지급 보장 약속이 없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은행의 고객들은 유로존이 스페인 은행권에 구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음에도 여전히 은행에 맡긴 자신의 돈이 안전한지, 더 나아가 자국이 안전한지 걱정한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스페인 은행의 고객들은 돈을 인출해 더 안전한 독일 같은 국가의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낫다.

게다가 무디스가 지난 13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밝혔듯 스페인 은행권에 투입될 유로존의 구제금융은 궁극적으로 스페인 정부가 상환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이번 구제금융은 스페인 정부의 부채를 크게 늘리는 부메랑이 되는 셈이다.

이 역시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지적했지만 스페인 정부가 채무를 상환하고 부족한 재정을 메우려 발행하고 있는 국채는 최근 스페인 은행들이 대부분을 매입해주고 있다. 국제 자금시장에서 이미 스페인 국채는 위험자산으로 외면당하고 있어 사실상 스페인 은행들밖에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에서 돈을 받아 자국 은행들에 투입한 뒤 돈을 갚으려 국채를 발행해 자국 은행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무디스는 이를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소킨은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을 맡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주체로서 스페인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무책임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각자가 최선의 이익을 위해 스페인 은행에서 돈을 빼가면 불길한 일을 예상하고 했던 행동이 그 불길한 일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자기 충족적 악순환이 야기되고 결과적으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은행을 구제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페인에도 예금보험공사가 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 자체가 그리스 정부처럼 외부의 구제금융에 의존하지 않고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의 지급을 보장해준다고 아무리 말해도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소킨은 현재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위원회(EC)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로존 공동의 예금보험공사가 스페인은 물론 유로존 전체 은행 시스템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하고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어느 은행에 돈을 맡기든 유로존 공동의 예금보험공에서 예금 지급을 보장해준다면 굳이 스페인 은행의 예금자들이 돈을 빼내 독일 은행으로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킨은 유로존 공동의 예금보험공사가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는 예금보험공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로존은 미국과 같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공동의 예금보험공사는 필연적으로 유로존 회원국간의 더 긴밀한 통합, 다시 말해 각 회원국들의 주권에 대한 추가적인 희생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유로존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유로존 예금보험공사의 또 다른 문제는 유로존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된다는 믿음이 없으면, 다시 말해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국가가 유로존에서 밀려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위기 차단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스페인 은행 고객들이 조만간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유로존 공동의 예금보험공사가 예금 지급을 보장해준들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유로존 위기는 벌써 올해로 3년째다. 이와 관련해 소킨은 마지막으로 위기를 3년째 끌어오면서 유로존이 보여온 태도, 즉 문제가 불거지면 밴드를 붙이듯 일단 봉합하고 상처가 덧나면 더 큰 밴드를 붙이는 미봉책이 어느 순간에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 유로존은 바로 그 운명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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