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철권통치' 무바라크 '혼수상태'···비참한 최후?

호스니 무바라크(84·사진) 전 이집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주요 외신은 이날 수감 중이던 무바라크가 카이로 남부의 토라교도소 내 병원에서 심장 마비와 뇌졸중 증세로 외부의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직 이집트 육군 소장인 사메흐 세이프-엘-라이질의 말을 인용해 "무바라크가 군 병원에 후송됐으며 혼수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가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하긴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무바라크는 이날 오후 카이로 남부 토라교도소 내 병원에서 심장마비와 뇌졸중 증세를 보여 응급 시술을 받은 뒤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바라크는 지난 2일 종신형을 선고 받고 카이로 외곽의 군 병원에서 교도소 병원으로 이송된 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집트 관영 메나(MENA) 통신은 무바라크의 심장 박동이 멈췄으며 "그가 '임상적으로'(Clinically)' 사망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바라크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바라크가 실제 위독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 7월에도 '위독설'이 제기됐지만 무바라크는 이후 법정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아랍의 봄' 이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칩거해오다 지난해 8월 재판을 받은 무바라크는 법원 명령으로 카이로 인근 병원에 머물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 병원에 수용됐다.

무바라크는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공군사관학교에서 비행학을 전공하면서 군 통치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다트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계엄법을 무려 30년 동안 휘두르며 장기간 철권 통치자로 군림했다.

다섯 번에 이르는 연임을 통해 무바라크는 야권을 탄압하면서 수많은 인명을 죽이고 고문을 자행하는 범죄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특히 그의 재임기간 중 군부를 비롯한 고위층과 시민 간 빈부격차가 극도로 커지면서 시민들의 생활은 나날이 곤궁해져갔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올해 이집트 경제가 정치적 혼란 등에 따른 영향으로 지난해(2.5%)보다 낮은 2%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집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 비해 낮춘 올해 1.5%로 조정했다.

군부는 대선 결선투표가 시작된 16일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고 다음날 새 대통령 권한을 규정하는 잠정헌법을 발표하면서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권력의 핵심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는 오는 21일 대통령 공식 당선자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 출신 모하메드 모르시 후보는 자신의 승리가 예상된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시위대 수 만명은 카이로 광장에 모여 반(反) 군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