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카드' 외환銀, 카드명가 재건 노린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요즘 식사 자리에 항상 들고 나가는 게 있다. 얼마 전 출시한 외환2X카드 신청서다. 가까운 지인들이나 관료 시절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하는 편한 식사 자리를 마칠 때쯤 어김없이 카드 신청서를 꺼내들어 가입을 권유한다고 한다. 이만한 카드가 없으니 한 번 써보라는 거다. 윤 행장이 이렇게 유치한 고객도 제법 된다.

행장이 직접 뛰니 임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룹장(부행장급)들도 카드 마케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일반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 지하철 역 앞에서 외환2X카드 홍보에 열심이다.


21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 선보인 이 카드는 출시 9일 만에 2만장의 가입 신청이 접수됐다. 발급 건수는 1만5000장에 달한다.

외환은행은 원래 국내 카드시장의 맏형이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1호 금융회사가 외환은행이다. 포인트와 마일리지 제도도 처음 도입했다. 외환카드 고객 중 고연령대 VIP 고객 비중이 높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외환은행이 새로 출시한 '외환2X카드'.

하지만 대기업이 카드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편입되면서 카드 부문 지위는 약화됐다. 2003년 4.5%이던 점유율은 지난해 말 2.8%까지 줄었다. 그래서 꺼내든 게 바로 외환2X카드다. 지난 2월 취임한 윤 행장이 외환카드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외환2X카드에는 전혀 다른 '컨셉'(개념)이 담겨 있다. 기존 카드들은 사용액이 많은 고객에게 높은 할인을 제공한다. 반면, 이 카드는 오래 쓸수록 혜택이 커진다. 카드 이름이 2X인 것은 '6개월만 사용하면 모든 혜택이 2배가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커피 전문점에서 이 카드로 결제하면 월 1만 원 한도에서 25%를 할인받는다. 카드를 6개월 이상 쓰면 한도는 2만원, 할인율은 50%로 2배 커진다.

외환은행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외환2X카드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다. 내달 1일 지상파 TV와 케이블을 통해 대대적인 상품 광고가 전개된다. 모델은 외환은행 이미지 광고모델인 영화배우 하지원씨(34)가 맡는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사진 왼쪽)은 20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2X카드 새 상품광고 시연회에서 모델인 영화배우 하지원씨에게 1호 고객 인증 카드를 선물했다.

외환은행은 TV광고에 앞서 지난 20일 본점에서 새 광고 시연회를 열었다. 윤 행장과 그룹 임원들은 물론 모델 하지원씨도 직접 참석했다. 윤 행장은 이날 행사에서 외환2X카드의 성공기원을 위해 하지원씨에게 행운의 2달러와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 지폐를 액자에 담은 화폐 세트를 선물했다. 하지원씨도 윤 행장에게 직접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다. 하지원씨는 외환2X카드 1호 고객 인증 카드도 받았다.

외환2X카드가 고객 연령이나 니즈에 맞도록 알파(커피 50% 할인), 베타(아파트관리비 10%), 감마(골프 10%)로 구성된 만큼 15초짜리 광고도 이에 맞춰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윤 행장의 지시로 외환은행 신입행원과 20~30대 젊은 직원, 대학생 홍보대사들의 선호도 투표 결과도 광고에 반영했다고 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X카드의 새로운 개념에 맞게 새 광고에 톡톡 튀는 에피소드를 담아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알려줄 계획"이라며 "2X카드가 외환카드 명가 재건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