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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 과학고 안가고 공고 간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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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희은 기자
  • 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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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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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8>수도전기공고 1학년 천한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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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때 마이스터고를 지원한다고 하니까 담임선생님이 뜯어말렸어요. 과학고가서 열심히 하면 명문대도 갈 수 있는데 후회한다고요. 계속 말렸지만 아이의 결심이 워낙 확고했어요. 지금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 싶어요."

서울 수도전기공고 전기에너지과 1학년 천한성(사진·17세)군은 새벽 5시 50분에 잠자리에서 털고 일어난다. 학교까지 1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느 고등학생처럼 온갖 인상을 쓰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설 것 같지만 천군은 생기에 넘친다. '오늘은 또 뭘 배울까' 하는 생각에 등굣길이 설렌다.

천군의 형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에 진학했다. 전교 1, 2등에 부회장까지 한 천군도 과학고에 입학해 명문대에 들어가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러나 천군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이스터고 진학을 택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출연해 운영 중인 전기에너지 분야의 명문 마이스터고, 수도전기공고에 진학한 것. 학교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 마이스터고에 간다니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담임선생님부터 정색을 하고 말렸다. 원서 내기 전날까지도 천군을 설득했다. 어머니 정경희(47세)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천군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작년에 입학원서 낼 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아들이 남들보다 일찍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실력을 쌓는 건 좋지만 학교생활을 충분히 즐기지도 못하고 너무 어린 나이에 사회로 나가는 것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고요."

전교 1등, 과학고 안가고 공고 간 이유가…
천군은 수도전기공고에서 1학기를 공부하는 사이 부쩍 자랐다. 입학 전에는 전기에너지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 한전에 취업하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꿈이 커졌다. 취업 자체보다는 전문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고, 필요한 대학공부를 병행해 관리자, 경영자가 되고 싶어졌다.

"남들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마이스터고를 택했어요. 1학기를 다녀보니까 취업을 위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많은 뒷받침을 해준다는 게 느껴져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식도 마음에 들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활기찬 학교분위기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쪽잠을 청하기 바쁜 인문계고와는 달리 스스로 관심 있는 전공을 택해 입학한 학생들은 꿈을 이루겠다는 열기가 대단하다.

"쟤는 공부를 잘 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겠지, 이렇게들 생각하는데 성적을 유지하려면 압박과 스트레스가 정말 심해요. 이 학교에선 제가 택한 전기에너지 전공을 배우니까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재미도 있어요. 친구들끼리 전공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만족스럽고요."

수도전기공고 3기인 천군은 3학년 선배들이 상반기에 절반 이상 취업에 성공한 것을 보고 일찍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쩌면 대학에 다니는 형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저는 무작정 취업하겠다는 게 아니라 3년을 고등학생답게 보내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에 가서 일하겠다는 거예요. 나중에 필요한 공부를 하러 대학도 갈 거고요. 고졸은 단순노무직에서 일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전문가가 돼서 나중에 관리직도 맡고 경영자, 지도자도 되고 싶어요. 열심히 실력을 쌓아 기회가 오면 당당하게 사회로 나갈 거예요."

17살 어린 나이에 또박또박 꿈을 이야기하는 천군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정씨는 그런 천군을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고졸채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계속됐으면 하는 게 정씨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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