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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매 걸려도 받아줄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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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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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0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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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열전]<6>김정열 리드릭 대표 겸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상임대표

[편집자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설계사들이 있다. 이들은 불평등·환경훼손·인권침해·동물학대 같은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기업의 사회적책임 같은 활동을 통해 해소하자고 나선다.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의 실행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들을 머니투데이가 소개한다.
↑김정열 리드릭 대표 ⓒ임성균 기자 tjdrbs23@
↑김정열 리드릭 대표 ⓒ임성균 기자 tjdrbs23@
"인간은 누구나 죽기 전에 장애인이 됩니다. 내가 늙어 기억력이 없어졌을 때, 치매가 왔을 때, 그 사회는 나를 받아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사회적 약자한테 그러하듯 나를 배제시킬 것인가. 그걸 생각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지향을 가져야 할지 분명해집니다."

장애인 사회적기업 리드릭의 김정열 대표(52)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는 우리가 미래에 겪을 장애를 미리 겪고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는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됐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조기를 쓴다.

하지만 사회는 그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사회관계의 중심에 놓는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일하자며, 말을 들려 달라며 그를 끌어당긴다. 그 관계망 속으로 그는 다른 장애인, 사회 약자를 끌어당긴다.

◇"장애인 위해선 20년만 일하고" = 김 대표는 올해 전국 600여 개 사회적기업의 대표조직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SK계열 (주)행복나래 사외이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강대대학원 등 외래강사이기도 하다.

그 이전부터 그는 장애인 사회에서 활동가로 이름이 높았다. 1990년대 초반, 그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팀장으로서 김성재 이사장, 이성재 전 소장 등 연구소 창립멤버들과 함께 장애인복지법·장애인고용촉진법 등 주요법 제정을 끌어냈다.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 살던 시절이었다.

당시 30대 초반의 그는 지금과는 다른 50대를 꿈꿨다. 주요법 제정을 어느 정도 마친 후이니 아마 1990년대 초반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이 전 소장은 말했다.

"우리, 나이 50 넘으면 노인 쪽 일할까? 그때쯤이면 노인복지가 사회 문제가 되기 시작할 거야. 20년 정도 지나면 장애인 쪽은 심각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겠어? 그 땐 우리가 아니어도 괜찮을 거야."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한 20년만 더 하고 다르게 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2006년까지 10년 동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을 지냈다. 그 다음 2년 반은 장애인개발원(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후신) 사무총장으로 직접 공공 역할을 수행했다.

정권 교체로 자의 아니게 총장직을 사퇴한 후, 그의 삶에 모처럼 여유가 찾아왔다. 한신대 재활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면서 그는 모 대기업 계열사 일을 도왔다. 돈벌이는 일주일에 하루만 해도 사는 데엔 큰 지장이 없었다. 환경교육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내 이연숙 씨, 아들·딸과도 일상의 삶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못했다.

◇부도위기를 넘어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로 = 2010년 늦여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직원들이 그를 다급하게 찾아왔다. "차압이 들어왔다"고 했다. 연구소 지점이자 장애인보호사업장인 '리드릭'이 원자재 값을 갚지 못해 거래처 사람들이 본점인 연구소로 지급을 요구한 것이었다.
↑김정열 리드릭 대표가 지게차로 복사용지를 나르고 있다. 그는 박스 쌓인 게 보일 때마다 일을 거든다고 했다. ⓒ이경숙 기자
↑김정열 리드릭 대표가 지게차로 복사용지를 나르고 있다. 그는 박스 쌓인 게 보일 때마다 일을 거든다고 했다. ⓒ이경숙 기자


당시 리드릭 매출은 40억 원이 넘었다. 연구소의 다른 이사들도, 정책위원장이었던 그도, 리드릭은 스스로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던 터였다. 이상했다.

그는 회계 관련 서류를 몽땅 가져오라고 했다. 아랫돌을 빼 윗구멍을 막는 식으로 현금이 돌아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그게 경영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듯했다. 이대로 놔두면 본점인 연구소도 무너질 지경이었다.

결국 리드릭 대표직을 수락했다. 그는 우선 원재료비,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줄였다. 급여도 30% 삭감했다. 50명 직원 중 4명이 떠났다. 남은 직원들이 노력해 미지급금을 갚았다.

경영의 큰 고비를 넘긴 지난해 여름, 그는 다시 결단을 내렸다. 인쇄시장의 대목은 10~12월이었다. 대목을 잡으려면 인력과 원재료 투입을 늘려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거래처에 외상거래를 제안했다. 승락 메시지가 왔다. 밀린 돈을 잘 갚았다는 신뢰 덕분이었다.

지난해 리드릭은 매출을 62억 원으로 끌어올리고 흑자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5년 만에 처음 법인세도 냈다. 임직원은 77명으로 늘었다. 55명이 장애인, 특히 38명은 중증 장애인이다. 이제 리드릭은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로 꼽힌다. 복사용지·인쇄 사업으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사회 문제를 푸는 데에 기여한다.

◇"장애를 없애려들지 말고 사회를 바꿔라"= 8월부터 그는 전국 16개 지역을 돈다. 한기협 공동대표, 이사들과 함께 지역별로 사회적기업 정책 토론회를 연다. 사회적기업 현장의 얘기를 들어 대선 주자들에게 정책과제로 제안하기 위함이다. 그는 이 투어가 사회적기업가 간 연대 의식을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던 그가 왜 이토록 사회적기업 전체의 문제에 열심히 나서는 걸까.

"장애는 질병과 다릅니다. 질병은 고쳐서 없앨 수 있는 것이지만 장애는 없앨 수 없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기 또래 비장애인과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하려면 장애를 없애려들면 안 됩니다.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김 대표가 꿈꾸는 사회는 그의 어릴 적 또래집단과 비슷하다.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서 살던 때, 그는 여름엔 바다낚시나 물놀이를 하고 겨울엔 꿩이나 토끼를 잡으러 다녔다. 그 시절 친구 중 누구도 그를 장애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일부러 배려하려 들지 않았기에 그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기억력이 떨어져도, 치매를 앓아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어도 배제 당하지 않는 사회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팁]기업가로 변신하려는 사람을 위한 조언
1. 도전의식이 있는가. 사업에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 흥미, 모험심,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사업을 관리만 하겠다는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기업가가 아니다.

2. 멈추지 않을 수 있는가. 기업이라는 건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상 유지만 하려 들면 시장에서 쳐진다. 계속 살아남으려면 모험도 해야 하고 운도 맞아야 한다. 사회적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3. 의사결정이 빠른가. 기업은 늘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따라서 기업가는 판단이 빨라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이게 될 거냐, 안 될 거냐 판단해 쭉 밀고 나가는 힘이 이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주저하거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쁜 자질이다.

4. 내 전문 분야가 아니어도 체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가. 기업가는 인력 관리를 위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것도 체득해야 한다. 자기 주도성을 갖고 시간 투자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자기 사업에 대해 '그건 내가 모르니 직원들한테 물어봐라' 하는 기업가가 있으면 회사에 문제가 생긴다.

5. 죽을 힘을 다할 수 있는가. 한 기업이 망하면 거기에 투입했던 인적, 물적 자원은 일거에 사라진다. 설사 기업이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이거 망하면 나는 죽는다' 하는 생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일어난다.


↑공장 직원들이 김정열 리드릭 대표한테 "밥 드셨어요?" 인사하자 김 대표가 환한 웃음으로 대답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
↑공장 직원들이 김정열 리드릭 대표한테 "밥 드셨어요?" 인사하자 김 대표가 환한 웃음으로 대답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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