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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과 751'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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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찬선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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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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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World News/ 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

전자부품 회사의 공장은 화랑(畵廊)이 되고, 화력발전소의 석탄 저장탱크에선 패션쇼가 열린다. 공장 사무실은 패션 디자이너의 작업실이 되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차역은 연인들의 데이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중국의 '798 예술구'와 '751 D-PARK' 얘기다. 이곳의 공식 행정구역 명칭은 '베이징시 차오양구 지오시앤차오졔 따산즈지구'.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행정명칭보다는 그냥 798(중국말로 '치지오빠'로 읽는다)과 751(치우이)로 통한다. 언뜻 보면 한국의 집 주소 끝에 붙어있는 '번지수'를 가리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번지수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앞에서 보면 투명한데 옆에서 보면 꽉찬 관세음보살. 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작품이다.

공산주의의 유물,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코리아타운, 왕징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를 타면 5분,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치지오빠(798)'. 화가와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유명한 이곳은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

이는 과거 '공산주의 중국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중국 공산혁명에 성공한 마오저둥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곳곳에 여러 공장을 건설했다. 그런데 공장이름을 ○○철강이나 ××발전, △△전자처럼 짓는 대신 일괄 번호를 부여했다. 중공업 공장을 중요한 전략시설로 판단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번호를 부여해 관리한 것. 우리나라 강원도 철원이나 화천의 길가에 1234부대, 5678부대처럼 숫자로 된 부대 표지판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숫자로만 돼 있으니 무엇을 만드는 공장인지,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798은 1950년대에 설립된 전자부품공장이었다. 인근에는 798 외에 706, 707, 718, 751, 797 등 모두 6개 공장이 밀집돼 있는 중요한 공업단지였다. 이곳은 1950년부터 1964년까지 '718연합공장(국영베이징화베이 무선전기재료연합공장)'으로 불렸다. 1964년부터 독립경영체제로 바뀐 뒤, 2001년에 751을 제외한 5개 공장은 ㈜화룽자산으로 통합됐다. 곧바로 화력발전소였던 751을 포함 '치싱화뎬그룹'으로 단일화돼 '798예술구'와 '751 D-PARK'를 관리하게 됐다.

'798 예술구'와 '751 D-PARK'는 서로 인접해 있어 통상 '798'로 불린다. 일반인이 보기에 큰 차이도 없다. 하지만 798은 화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과 그림을 전시하는 화랑(갤러리) 위주인 반면 751은 'D-PARK'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디자인과 패션이 중심이다.

798과 751의 특징은 과거의 공장시설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751 기관차광장'은 석탄과 원자재 및 생산품을 실어 나르던 '751역'의 자리에 기관차가 그대로 전시돼 있다. '751 동력광장'은 화력발전을 위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커다란 관을 발견할 수 있다. 웨딩드레스가 진열돼 있는 곳에 들어가면 공장의 온도와 압력을 조정하던 컨트롤 기어가 그대로 있다. 갤러리도 공장 창고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대규모 연소탱크가 있던 곳은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 굴뚝 산업의 대명사인 화력발전소라는 '과거'와 21세기 첨단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패션과 예술이라는 '미래'가 함께 숨쉬는 전위공간이다.

게다가 798 인근에는 차오창띠 환톄라는 예술구가 있어 미술 및 디자인과 관련된 협업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 그다지 멀지 않은 통저우구에는 쑹좡예술구도 있다. 이렇게 미술과 디자인 관련 전문가와 산업이 집중돼 있다보니 한국을 비롯한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각국의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국제 예술구로서의 기능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꼭 가봐야 하는 세곳 중 한곳이 798인 이유다. 다른 두곳은 만리장성과 자금성이다.


 
한국과 인연 깊은 '798'


798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해마다 8월이면 'K-POP 월드 콘테스트'를 위한 중국 본선이 이곳에서 열린다. 지난 7월 예선에서 뽑힌 15개팀이 오는 11일 '751 공연장'에서 한국 본선에 참여할 수 있는 1개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또 지난 7월20일부터는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로 '트릭아트 베이징전'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트릭아트란 과학적 화법과 특수 도료(물감)를 사용해 평면 그림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려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오는 9월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트릭아트전에서는 전설적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의 치마를 들춰 보는 주인공이 되고, 백설공주와 키스하는 행운아가 되는 상상을 사진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상대성원리에 대해 강의할 수도 있고 유비, 관우, 장비와 도원결의의 형제가 되기도 한다.

798은 한국 화가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이 798의 인근에 있는 환톄예술구에 '베이징 창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지역(앞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에서 활동하는 화가 가운데 매년 4명을 선발해 이곳에서 1년 동안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국 화가들과도 교류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798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기도 한다. 또 중국인 화가 1명도 선정해 4개월 동안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한국 작가들과 교류하도록 지원한다.

베이징 창착센터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 신윤호 화가는 정면에서는 투명하게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꽉 차게 보이는 '종이 부처'와 '종이 보살'을 통해 중국 화가와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원숭이의 얼굴과 눈동자를 통해 사람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윤일권 화가도 오는 11월 798에서의 개인전을 열기 위해 작품삼매경에 빠져 있다. 창작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박웅규 작가도 향(香)을 통해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철학을 구현하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장과 미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는 798. 이곳은 중국 베이징의 예술중심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코리아 타운인 왕징과 798이 가까운 것도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의 '지리'(地利)이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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