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캠코, 대창스틸 엑시트 'IPO가 최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대창스틸 지분(7.4%) 공개매각이 잇따라 유찰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회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투자기업 상장을 통해 엑시트하는 건 드문 사례다. 비상장사 중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이 많지 않을 뿐더러, 최근엔 조건이 돼도 상장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달 9일부터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 대창스틸의 국세물납 비상장주식 88만8500주를 경매에 붙여 왔지만 투자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다섯 회 유찰됐다. 6회 경매마저 성사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넘어간다. 캠코는 지난해에도 대창스틸 지분 공개입찰에 나섰으나 여섯 차례 모두 무산됐다.

올 들어 실시된 최초 입찰에서 캠코가 제시한 감정가(최저입찰가)는 약 85억 원으로 전년 1회 입찰 가격 대비 4%가량 오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거듭된 유찰로 지난 6~7일 실시된 5회 경매 최저 입찰가는 59억4500만 원까지 내려갔다.

국세물납주식은 1~2회 유찰시 3회부터 가격이 10%씩 다운된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6회 입찰도 전회 가격보다 10% 내린 50만9600만 원으로 진행된다. 최초 입찰가 대비 40%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다.




◇파리 날리는 경매시장…"가격 너무 비싸"

캠코 관계자는 "유통성이 결여된 비상장주식 매각인데다 매물 가격이 매수자가 판단하는 적정 수준보다 비싸 입찰 참여가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경매 물건 감정가는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대창스틸 주식의 6회 경매 입찰가는 주당 5735원 수준으로, 회사가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면서 제시한 심사청구가 상단(3300원)을 크게 웃돈다.

이같은 가격 괴리는 지분가치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먼저 국세청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을 적용한다. 기업이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납세할 때에도 마찬가지. 단, 주식의 경우 캠코가 국세청으로부터 위탁 받아 별도의 매각 절차를 거친다. 주식을 현금화하는 것.

캠코로 넘겨진 주식은 국유재산법령에 의해 재평가 받는다. 자산, 수익 등을 더해 가중평균으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캠코 측은 "대창스틸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감정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법령으로 산정한 가격은 주관사와 거래소를 거치면서 수 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공모가 혹은 상장 후 주가 등 시장 가격에 비해 고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창스틸 상장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 측은 "상증법 등을 통해 지분가치가 오르면 대체로 투자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캠코, 대창스틸 IPO 통해 '엑시트'

의도치 않게 캠코의 연내 엑시트 여부는 대창스틸 IPO가 좌우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6회 입찰은 물론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

수의계약에선 경매가 끝난 물건에 대해 누구든 매수 의지를 보이면 '마지막 입찰 조건(감정가 50만9600만 원)'으로 거래한다. 사실상 6회 입찰의 연장이다.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게 아닌 만큼 낙찰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수의계약에서조차 투자자 관심을 끌지 못하면 해를 넘겨야 지분 매각 작업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IPO 외에 다른 자금 회수 방도가 없다. IPO를 통해 만족스런 가격에 판다는 보장은 없지만 매각을 계속 미루는 것보다는 낫다. 이에 따라 캠코는 대창스틸의 연내 IPO가 확정되면 굳이 수의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거래소에서 시장 가격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 보니 캠코의 관심은 자연스레 대창스틸 측이 거래소에 제시할 공모가에 쏠릴 수밖에 없다. 경매 시장 수요 부진으로 주식 매각가를 잇따라 낮춰 온 터라 내심 대창스틸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길 바라는 눈치다.

대창스틸 측은 그간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을 감안할 때 공모가를 높게 책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가 이번에 유가증권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때문이다.

대창스틸의 지난해 매출액은 375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올해 매출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대창스틸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최근 실사를 마친 하나대투증권 측은 "시장 상황 등 변수가 산재해 있지만 현재까지 상장을 추진하는 데 큰 무리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