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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대화 창구…강남구청-넝마공동체 갈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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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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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서울 강남구청과 노숙인 재활단체인 넝마공동체의 대치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구청과 공동체 양측이 탄천운동장 앞 임시주거지 철거과정에서 서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기온 영하 6도를 기록한 1일 밤 12시.

서울 수서경찰서 민원인 대기실은 여느 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소 같았으면 한두 명의 민원인만 앉아있어 한적했던 대기실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대기실 회전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고 있을 뿐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에서 이불을 덮고 앉아있던 20여명은 자신들을 '넝마공동체'라고 소개했다.

넝마공동체는 지난 1986년 윤팔병씨(71)가 재활용품 수거와 판매를 통해 노숙인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만든 공동체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영동5교 밑에 자리를 잡고 지난달 초까지 집단생활을 해왔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넝마공동체 터'

그런데 구청은 지난 2010년 외곽순환도로 화재를 계기로 불법구조물 정비에 나섰다. 공동체의 컨테이너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난달 9일 구청은 그동안 공동체가 모아온 컨테이너 박스 7개를 현장에서 모두 강제철거(행정대집행)했다.

이로써 지난 26년간 노숙인들에게 쉼터 역할을 했던 '넝마공동체 터'는 단 하루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윤선 강남구청 건설관리과장은 "컨테이너를 철거하는 대신 그곳에 있던 15명에게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겠다고 윤팔병 전 대표와 합의를 봤다"며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철거 직후 다리 밑에서 지내던 공동체 회원 15명은 구청이 마련한 세곡동 부지로 이주해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일부 공동체 회원들은 영동5교 밑에 있던 옛 터전의 복원을 요구하며 구청에 맞섰다.

급기야 구청 대책에 동의하지 않는 회원들이 탄천운동장 앞에 임시주거지를 설치하면서 두 단체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 폭행·인권유린 있었나.

공동체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새벽 구청이 탄천운동장 앞 임시주거지를 강제철거(행정대집행)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자행하고 인권침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덕자 공동체 대표(73)는 "구청장이란 사람이 이렇게 주민을 학살할 수 있느냐"며 "용역들은 안에 있던 돈과 카드, 통장 등까지 훔쳐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체 회원들은 "용역들이 잠옷 바람의 회원들을 컨테이너 박스 밖으로 집어던지고 욕을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내복 바람에 신발도 못신고 밖으로 내던져졌다"며 "용역 중에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철거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중철 강남구청 주거정비팀장은 "구청 측의 폭력은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공동체의 폭력으로 구청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또 "우리는 공동체 사람들의 생활용품을 하나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이삿짐센터까지 불렀다"며 "그런데 철거과정에서 공동체 측이 불방망이를 휘드르는 바람에 우리 직원이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인권침해 사례도 소개됐다.

이옥단 공동체 부대표(54)는 "구청이 탄천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전기와 물을 끊어 우리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윤선 과장은 "공동체는 구청 가건물의 전기를 끌어다 썼는데 우리가 가건물을 사용하지 않아 끊은 것 뿐"이라며 인권침해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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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나도 넝마공동체 회원?

두 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공동체 회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청은 탄천운동장 앞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공동체의 '진짜' 회원으로 보고 있지 않다.

김중철 팀장은 "이들이 원래부터 공동체에 소속돼 활동해온 사람들이 아니라 (구청으로부터) 떡고물을 얻어 먹으려고 모인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윤선 과장은 "7월30일 95명이 갑자기 나타나 자기들도 연고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탄천운동장 앞 주거지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공동체 회원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옥단 부대표는 "이곳 저곳에서 노숙을 하다 비정기적으로 공동체를 찾는 사람들도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인권위가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명백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세곡동 부지에는 최대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공동체 인원은 최대 수용인원의 3배에 달해 공동체의 전체 수용은 불가능한 상태다.

공동체 일부에서 세곡동 부지보다 더 넓은 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등과 협의를 해야하는 구청은 "어디서 온지 모르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탄천운동장 앞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 회원 20여명은 인근 노숙인 쉼터,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며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라진 대화창구…갈등 장기화 조짐

4일 밤 9시 공동체 회원 20여명은 탄천운동장 진입을 위해 인근의 한 정자에 모였다.

그러나 탄천운동장 진입로에는 구청직원들과 용역들이 밤낮으로 경비를 서고 있어 운동장으로 진입은 힘들어 보였다.

얼마 안있어 공동체 회원들은 발길을 돌리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이처럼 대화가 없는 대치상황은 탄천운동장 앞 임시주거지 철거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옥단 부대표는 "우리가 다가가도 구청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며 "회원들이 구청을 찾아가면 셔터를 내리고 전경과 용역들을 앞세우기 일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청의 생각은 달랐다.

김중철 팀장은 "모든 일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공동체는 무법천지 그 자체"라며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이윤선 과장은 "남의 땅을 불법 점거하고 있으면서 대화를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동체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처럼 대화없는 대치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언제쯤 양측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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