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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보청기'로 年42억 번 대학생,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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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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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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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열전]<16>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편집자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설계사들이 있다. 이들은 불평등·환경훼손·인권침해·동물학대 같은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기업의 사회적책임 같은 활동을 통해 해소하자고 나선다.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의 실행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들을 머니투데이가 소개한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구혜정 기자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구혜정 기자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년에 공자는 자신이 '나이 육십에 귀가 순해지는(六十而耳順)' 이순의 경지에 갔다고 말했다.

남의 말이 들리지 않아도 이순의 경지에 갈 수 있을까. 국내 노인 인구 4명 중 1명은 귀가 잘 안 들린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25%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노인청 난청 인구 중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청각장애인 보청기 보조금은 34만 원인데, 시중 보청기 가격은 75만~150여만 원에 이른다.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자력으로 사기엔 불가능한 가격이다.

2009년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청년이 이런 생각을 했다.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 수 있는 보청기가 있다면 어떨까.'

3년 후 이 아이디어는 연 매출 42억 원, 직원 42명, 13개 직영영업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품을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제거해 가격을 시장가 대비 50~70%로 낮춰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 수 있는 보청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소셜벤처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26) 이야기다.

"저희 보청기는 사실상 공짜에요.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이거야말로 보편적 복지에요. 장애 진단을 받으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부자도 공짜로 저희 보청기를 받을 수 있어요."

◇20대의 성공한 벤처기업가? 알고 보면 = 밖에서 볼 때 딜라이트와 김 대표의 외형은 화려해 보인다. 대학생 3명이 2010년 7월 설립한 이 기업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4월 대원제약 (19,250원 상승150 0.8%)으로부터 2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지난 7월엔 미국의 사회적기업 인증기관 비-코프(B-Corp)로부터 동북아시아 최초로 소셜벤처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됐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으로부터 올해의 청년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소셜벤처 아이디어를 선별해 투자하겠다며 5억여 원의 출자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20대에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비춰지기 충분했다.

정작 김 대표는 언론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낯설어 했다. "그게 그런 게 아닌데, 그렇게 보이게 기사가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번 "제가 아직 어려서 잘은 모르는데, 하다 보니 알게 되었는데"라고 덧붙이면서 말을 이었다.
↑딜라이트 보청기 ⓒ류승희 기자 grsh15@
↑딜라이트 보청기 ⓒ류승희 기자 grsh15@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이 와요. 정말 많이 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것 같아요. 저희도 넥스터스(대학생 사회적기업 동아리) 출신이라,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심정을 잘 알거든요. 저도 갈 길이 멀고 한 푼이 아쉬운 처지지만 꿈을 가진 사람들의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어요."

가톨릭대 학생이던 그가 대학생인 김남욱 이사(25·KAIST)와 원준호 팀장(27· 연세대)과 함께 '무료 보청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회적기업가들이 듣는 말이다.

김 대표는 시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응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기업가한테 "저라도 지지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몇 지인들의 소셜벤처에 1000만~3000만 원 정도 알고 투자했다. 그것이 언론에는 마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사실 그와 창업멤버들이 돈을 크게 벌려고 기업을 세운 건 아니었다. 저소득 난청인을 도우려 했을 뿐이었다. 창업멤버들은 제품을 표준화해 1가지만 인터넷사이트에 올려놨다. 그러자 "직접 보고 사고 싶다", "AS를 해달라" 등등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가 쏟아져 들어왔다.

"저희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한 일인데,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어요. 없는 것보단 낫지만 불완전한 제품이었죠."

대학생이던 창업멤버들은 다들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에 몰입했다. 보청기 가격을 정부 보조금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인건비도 받지 않았다. 기업체가 아니었다.

경영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이들은 사업을 비영리재단에 넘기려 했다. 인수 받겠다는 재단이 없었다.

그러던 중 라준영 카톨릭대 경영학 교수 등 주변의 조력자들이 "저가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고 자원도 모았으니 차라리 돈 되는 기업으로 만들어서 완전한 서비스를 만들라"고 이들의 용기를 부추겼다.

이들은 창업과정에서 많은 것을 내놨다. 김 이사와 원 팀장은 아직도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한 때 오른쪽 귀가 안 들려 치료를 받았다. 난청인을 위한 소셜벤처를 창업하느라 난청을 앓았던 셈이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 6시간 빼놓고는 일만 했어요. 하루에 열두 번씩 회의가 들었어요.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사회적기업 동아리에서 같이 고민하던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해보리라 결심했거든요."

◇원가 절감으로 사회적 비용 낮춰 = 결심의 힘일까. 지금 딜라이트는 그의 표현을 빌자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무료 보청기' 보급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고급형 보청기로 일반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그는 "난청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보청기를 원가를 아끼지 않고 가장 좋은 품질로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며 "이러한 점을 고객들이 인정해주셔서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딜라이트 상담실 문 옆엔 나무로 새긴 간판이 있다. '공짜로' 보청기가 생겼다고 한 할아버지가 직접 조각해서 걸어준 것이다. 김 대표는 "그런 분들 때문에 딜라이트가 생겼고 그런 분들 덕분에 힘을 낸다"고 말했다.

"근처에 오실 때마다 떡볶이 사오는 할머니도 계세요. 우리 영업점점장한테는 미혼이면 여자 소개해주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대요. 편지도 많이 와요."

'무료 보청기'는 제품 혁신과 정부 복지의 합작품이다. 만약 딜라이트의 반값 보청기가 없었다면 사회는 75만~150만 원짜리 보청기를 살 수 있도록 보조금을 높여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사회 공동의 비용을 낮추는 혁신. 이것이 우리가 딜라이트에서 배울 수 있는 성공의 포인트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구혜정 기자 photonine@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구혜정 기자 photonine@

[팁]김정현 딜라이트 대표가 말하는 '소셜벤처 창업 노하우'
△ 경영팀을 꾸려라. 적어도 경영진이 1명은 더 있어야 한다. 대표는 벤처든, 소셜벤처든 외부로 불려 다니는 일이 많다. 내부일도 중요하고 외부약속도 중요하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 대표자 한명이면 안 된다. 이사급으로 대외관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2명인데 그것도 부족하다.

△ 소셜미션이 있더라도 일단 시장을 바라보면서 가라. 하고 싶은 일은 소셜벤처라면 다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수익원을 분명히 확보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구성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처음엔 수익에 큰 생각 없었다가 사업을 지속하기로 한 후엔 수익원 확보에 집중을 했다. 어떤 산업, 어떤 영역이든 사회적 미션과 수익을 연결할 수 있는 시장과 기회는 있다. 그 시장까지 가기 위해 정부 지원, 기업 사회공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선배들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아라. 간단한 회계, 세무 지식 등 창업기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것들을 공부해야 한다. 주먹구구로 시작하면 탈이 난다.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내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일자리 외에도 벤처기업에 주는 정부 지원금 등 여러 가지 비용 절감 노하우가 있다. 미리 거쳐 간 선배들은 이런 노하우를 안다.

△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 ‘프라이머’ 등 벤처1세대 선배가 후배들을 돕기 위해 만든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푸는 노하우가 있으면 창업기의 여러 리스크를 실용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창업멤버 3명이면 1명은 1년 안에 떠나는 확률이 30% 정도 된다. 이걸 알고 있으면 실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 일단 시작해라. 주변에 잘 되는 소셜벤처를 보면 준비기간만 몇 년이었던 곳이 많다. 일단 3년 버티면 뭐라도 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포기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치가 정말 있다면 그 가치를 평가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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