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안철수는 왜 개표도 하기전 미국에 갔을까?

머니투데이
  • 샌프란시스코=유병률 특파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206,040
  • 2012.12.24 06:0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체인지더월드] <27>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한국과 샌프란시스코의 시차는 17시간. 지난 19일 오후 6시 제18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새벽 1시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이어지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많은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새벽까지 인터넷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서너 시간 쪽잠을 자고 일터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투표열기는 뜨거웠고, 특히 20~30대 젊은 엔지니어가 많은 지역 특성 때문에 대선결과가 발표됐을 때 희망보다 절망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주인공중 한 명이었던 안철수 전 후보는 그 시간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마음 졸이며 개표결과를 밤새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과는 달리. 대체 왜였을까? 정말로 정치쇄신, 정권교체를 원했다면 정말로 가슴 졸이며, 두 눈 똑바로 뜨고 개표결과를 지켜봐야 했던 것 아닐까?

이튿날 오전11시(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기자들로 아수라장이 된 대합실에서 그는 선거결과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밝혔던 유일한 소감은 '국민들이 선거결과에 대한 소감을 기다린다'는 질문에 "별로 안 기다리실 겁니다"라는 짧고 건조한 멘트가 전부였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지못해 뒤이은 한마디가 "여기 인터뷰하러 온 게 아닙니다. 생각 정리하러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간다.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측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고, 선거운동 과정이 매우 고단한 시간들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준비 안 된 발언을 쉽게 내뱉는 스타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가 서둘러 공항을 떠난 뒤, 북새통 속에서 겨우 사진 한 장 찍고 겨우 두어 마디 들은 기자들 중에는 허탈한 표정을 짓는 이가 많았다.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 진짜 결정적이었던 것은 유신도, 독재도, 광주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실정도, 정치쇄신도 심지어 민주주의조차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국민들은 알 건 다 안다. 승부를 가름했던 50대는 10년 전 노무현을 찍었던 40대이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나 힘든 지난 10년을 겪어왔다. 인생에서 가장 짐이 많은 40~50대를 말이다. 이들에겐 매달 적더라도 자식들 다 키워낼 때까지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안정된 삶, 소박하더라도 노후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삶이 더 절박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은 ‘싸우지 않겠다’는 신사가 아니라 ‘잘 살아보세’라는 여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공약 일부라도 내 삶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을 가진 여왕을. 그래서 이번 대선결과는 지난 총선에서 이미 예고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여소야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 탓도 할 수가 없는 대선 결과이다.

안 전 후보는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개표결과조차 보지 않고 미국으로 날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정치는 민생의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고 마감되는 것이다. 정치는 민생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보고 듣고 깨닫고 느끼고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던가. 이제 '생각정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듯하다.

그가 정말 정치를 계속 하겠다면 5년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단 하루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당장 오늘 민생의 현장으로, 중요하다는 많은 가치보다 당장 내 삶에 필요한 것을 먼저 찾을 수밖에 없는 그런 민생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정치도, 정치적 구상도 미국에서 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 해야 한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투맨 the 유튜브가이드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