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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을 넘자]쇠락하던 탄광촌, '일자리 천국'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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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프랑스)=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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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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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로 도시 재생하라]<1-2>프랑스 '릴'

[편집자주] 정부가 전망하는 2013년 경제성장률은 3%.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은 국민들의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크나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구조화된 저성장 터널에 진입한 한국경제에 희망의 불빛은 아직 살아있다. 유럽 미국 등 이미 서구에서 저성장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사회적 경제가 해답이다.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공동체기업 같은 사회적 목적을 띤 조직들이 영위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들은 지역 개발·복지·교육 같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신년기획으로 사회적 경제로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난 선진국 도시사례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불황기에도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달 6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2시간30분여를 달려 도착한 '릴(Lille)'시(市)의 크리스티앙 부샤르 사회연대경제 고문(사진)은 시청사 집무실에서 만나자마자 이같이 강조했다.
↑프랑스 '릴'시(市)의 크리스티앙 부샤르 사회연대경제 고문
↑프랑스 '릴'시(市)의 크리스티앙 부샤르 사회연대경제 고문

부샤르 고문은 지역 내 사회적기업을 포함, 협회나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재단 등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적 경제에 연대의 개념을 추가해 '사회연대경제(이하 사회경제)'로 통합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사회연대경제 담당 비서실이 신설됐으며, 2004년부터 광역자치단체도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일자리 감소 불황기에 사회경제 분야 6.6% 증가
북부공업지대의 중심도시인 '릴'은 우리나라의 강원도와 비슷한 곳으로 과거 금속광산(철강)과 탄광촌으로 유명했지만, 경제위기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사회경제'다.

부샤르 고문은 "연대적 사회경제는 자본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경제모델로 경제적 부와 사회적 복지에 기여하는 활동이 특징"이라며 "시에선 연간 25만 유로(3억5000만원 규모), 광역시에선 70만 유로(10억원 규모)를 사회경제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에 따르면 릴을 포함해 8개 지역이 포함된 릴 광역시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사회경제 일자리는 6.6% 증가한데 반해 나머지 경제분야는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사회경제 일자리의 밀도도 릴 광역시가 1000명당 48개였지만, 다른 지역은 1000명당 평균 37개였다.
↑'릴'시는 벨기에 접경지대인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인구는 23만명 규모이며, 석탄과 철강 등 공업도시로 옛부터 노동자 의식 강하다. 최근 들어선 프랑스 내에서 사회적 경제가 가장 활발한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릴'시는 벨기에 접경지대인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인구는 23만명 규모이며, 석탄과 철강 등 공업도시로 옛부터 노동자 의식 강하다. 최근 들어선 프랑스 내에서 사회적 경제가 가장 활발한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릴 광역시 내 사회경제 관련 기업의 일자리는 대부분(전체의 87.7%) 사회·교육·스포츠·문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회에서 만들어진다. 나머지는 협동조합 7.2%, 상호공제조합 3.7%, 재단 1.4% 등으로 구성돼있다.

부샤르 고문은 "사회경제 분야는 경기 침체기에도 항상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질 좋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며 "릴 전체 일자리 중 13%(2만5000여개, 2011년 기준)가 사회경제와 관련돼있다"고 밝혔다. 릴 광역시를 기준으로 보면 이 비중은 40%(5만4000여개)로 커진다는 게 시측의 설명이다. 프랑스의 사회경제 분야 일자리가 전체의 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다.

그는 이어 "'사회경제 발전 4개년 계획(2007~2010년)'을 세워 추진했던 기간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웠지만, 사회경제 분야에서 48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지방정부의 지원 시스템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고 자신했다.
↑'릴' 시청사 주변 도심거리
↑'릴' 시청사 주변 도심거리

◇'사회경제=대안경제' 일자리 창출에 초점‥관련 기업도 선별 지원
실제로 '릴'시는 1차(2002~2006년)와 2차(2007~2010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사회경제 주체간 네트워크 활성화 △협회·협동조합 등 각 주체의 혁신 활성화 △경제적 지표 작성 등 홍보를 통한 사회경제 활성화 등 3개축으로 이뤄진 '사회경제 발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했다.

여기엔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보육과 환경, 교육 등 전반적인 지방정부의 정책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 사회경제가 '복지의 실천'이 아닌 '경제적 실체'로 '대안경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추진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저성장을 넘자]쇠락하던 탄광촌, '일자리 천국'된 비결은
1차 때는 관련법 제정과 인프라 조성에 공을 들였으며, 2차 때부터 본격적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시민(소비자)과 공공기관이 사회경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테면 공공기관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조항을 신설하거나, 공사 발주시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적 기업에 입찰 기회를 먼저 줬다. 지역 내 사회경제 분야 소비 중 '릴'시의 비중이 8%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릴'시가 이와 별도로 사회경제 관련 기업에 대해선 지원에 앞서 엄격한 조건을 내건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에 대해 부샤르 고문은 "△경제적 활동 존재 △사회적 필요성(보육, 육아, 노인·교통문제 등과 같이 거주지나 집단의 요구가 있는 서비스)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 △양성 평등에 기여 △조직 내 민주적 의사결정권 보장 △수익의 재투자 등 6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자동차공유협동조합(Lilas, 이하 '릴라스')'이다. 릴라스는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빌려쓰는 '카셰어링Car-Sharing)' 사업을 하는 '공익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최소 3개 이상의 그룹이 공익적 목적을 갖춘 사업계획서를 지방정부에 제출해 인증을 받는 것이다.
↑릴라스가 운영 중인 차량
↑릴라스가 운영 중인 차량

릴라스도 시와 시 산하 대중교통관리공단, 노동자, 이용자, 투자자(사회경제조직) 등 5개 그룹을 대표하는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운영한다. 현재 회원은 1000여명이며, 이들은 매달 6유로의 회비를 내고 공유차량(30여대)을 이용한다. 릴시는 초기 자본투자는 물론 사업자금도 지원했으며, 현재는 시설 설치비 등 특정항목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태양광 설치나 유기농 야채 배달업체, 장애인 고용식당 등도 설립단계에서 시의 자금지원을 받은 사례들이다.

사회경제 활성화를 위한 '릴'시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미 '사회경제 5개년 계획(2011~2015년)'을 내놓고 추진 중인 것. 이를 통해 300개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회투자로 사회경제 활성화‥佛정부도 7000억 규모 기금조성 추진
'릴'시는 최근 들어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인 뒤 보육이나 주거, 실업자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경제 분야 지원을 '사회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소액투자방식으로 운영되는 '예금투자자조합(CIGLES, 이하 '시갈')이 가장 먼저 형성된 사례다.

시갈은 20여명의 조합원(시민)이 모여 매달 평균 8~450유로를 5년간 예금하고, 일정금액(기금)이 적립되면 사회경제 분야에 투자하는 일종의 저축 투자자클럽이다. 투자여부는 공고를 통해 창업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을 받은 뒤 투자설명회를 열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보고 결정하게 된다. 시갈은 투자기업에 대해 5년간 무료로 상담이나 경영컨설팅을 해준다. 투자금에 대해선 시로부터 25%까지 세금혜택을 받는다.

시갈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의 예금을 좀 더 가치있게 사용하는 윤리적 투자를 실천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시민을 경제 환경의 주체로 만들고, 고용창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릴'시는 아울러 펀드 형태의 '사회투자'를 이끌어낸 재단도 후원하고 있다. 부사르 고문은 "최근 지원하고 있는 재단은 3가지"라며 "지역의 전력·가스공사(EDF·GDF) 임직원들이 돈을 모아 1만5000유로(2000만원 규모)로 조성한 재단(FAPE)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취업을 도와주며, 나머지 2곳도 개인들의 펀딩으로 쌓인 기금을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사회적 기업 설립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엄형식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도 "시민들이 공익을 위해 예금을 예치하고, 투자를 하는 우호적인 금융환경과 이를 사회경제 주체들과 연계해주는 지방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사회경제가 활발해진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전했다.
↑어두워지는 릴 도심 전경
↑어두워지는 릴 도심 전경

중앙 정부도 '릴'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투자 형태의 기금을 조성, 사회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브누아 아몽 프랑스 사회연대경제 담당 장관이 직접 주도, '공공투자은행(BPI)'을 설립하고 5억 유로(약 7000억원) 규모의 예산(기금)을 확보해 사회경제 분야에 투자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법안 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9월이면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샤르 고문은 "그 동안은 사회투자 형태의 사업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돼 추진되는 것"이라며 "(사회투자가 동반된 사회경제의 활성화로)도시 전체가 혁신되고 있는 릴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보험회사나 은행 같은 대규모 기업보다는 1~2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공공임대주택기관을 활용해 건물을 지어준 후 자격증 가진 사람 중 실업자를 찾아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치원을 건립하는 사업 같은 것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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