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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외길 20년, 日 요시미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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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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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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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오대 역사학과 교수…"日 사과가 진정한 자긍심 살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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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온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6) 츄오(中央)대학교 상학부 역사학과 교수
-"일본軍 연구하다 우연히 위안부 문제 접해"
-"일본 내 지지세력 많지만 점차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
-"일본이 과거사 사과하는 것이 진정한 '자긍심'"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는 특별한 손님이 왔다. 20년이 넘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측 사과를 촉구해온 '일본의 양심'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6) 츄오(中央)대학교 교수다.

요시미 교수는 이날 사단법인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에서 주최한 세계 여성의 날 맞이 특별전시 개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가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있었다' 세미나가 진행됐다.

그는 이날 진지하지만 온화한 표정으로 위안부 할머니께 보내는 메시지를 노란 종이 나비에 남겨 벽에 단 뒤 "건강한 '할머니'들을 만나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말은 못하지만 '할머니'만은 한국발음 그대로였다.

◇"우연히 접한 위안부의 진실…전쟁 잊어가는 세대 안타까워"
요시미 교수가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접하게 된 것은 1992년이었다. 일본이 중국에서 치사성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연구하던 중 일본 정부가 직접 일본군 위안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에 대한 다수의 자료를 발견하게 됐다. 그렇게 '우연히' 위안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요시미 교수는 말했다.

"알게 된 이상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안부 연구를 하자'고 해서 하게 된 것도 아니고 알게 된 겁니다. 일본군에서 직접 자행했다는 증거가 많이 나왔으니까요. 알게 된 사실을 말하는 거죠. 그렇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 이미 20년을 넘었습니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인으로서,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가감없이 펼쳐왔다. 그의 발언에 대한 일본 국내의 비판은 굉장했다. 한 때 밤늦게 전화가 걸려오거나,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강하게 비판하는 세력도 있지만 생각보다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관심 자체가 많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올해 66세인데 저조차도 전쟁을 직접적으로 접한 적이 없으니까요. 지금 젊은이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인거죠. 시간이 지날 수록 전쟁의 기억이 잊혀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미 수차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 1년에 최소 2번 정도는 방문한다.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살아계실 때, '바로 지금'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괴로운 기억에 대해서 거듭 여쭤보는 것이 매번 몹시 괴롭습니다. 하지만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할머니들의 말씀을 최대한 정확하게, 많이 들어야만 합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시니까. 정말 지금 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 개관 행사의 한국인  참가자가 요시미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시 개관 행사의 한국인 참가자가 요시미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괴로운 기억일수록 많이 듣고 기억해둬야"
우경화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하시모토 토오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망언' 등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온화한 말투와 달리 강한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은 위안부 여성들이 자유 의지로 그런 일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본 밖으로, 단 한발만 나가도 그것이 강제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듣는 귀'가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은 결백하다는 것, 그것이 일본의 '자긍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시미 교수는 '자긍심'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이는 곧 국가와 개인에 있어 '진정한 자존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사과를 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그것이 더할 나위 없는 자존심의 상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했을 때는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긍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은 미래에 살아나갈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요시미 교수에게는 부인과 딸이 하나 있다. 이들은 여성으로서, 가족으로서 요시미 교수의 활동을 '자긍심'을 갖고 지켜보고, 지지하고 있다. 요시미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통해 '여성 문제'에도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우선은 위안부 문제에 천착해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 '듣는 귀' 없다…日 사과가 진정한 자긍심"
수차례 한국 방문으로 요시미 교수에게 한국은 '정이 있는 나라'라고 했다. 서울과 부산, 경주, 제주 등 국토 횡단도 해보았고 여행도 꽤 많이 했다. 경주에서 등산을 할 때 생면부지의 한국인 부자(父子)로부터 도시락을 나눠받아 먹은 적도 있고, 목포에서 배를 탔을 땐 아낙들이 과일을 깎아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활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쌩쌩한' 이미지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될 것이고,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츄오대 상학부(한국의 경영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역사학부에서 가르치는 것은 아닌 셈이다.

▲20년 이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온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6) 츄오(中央)대학교 상학부 역사학과 교수
▲20년 이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온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6) 츄오(中央)대학교 상학부 역사학과 교수
하루에 절반가량을 강단에서 보내는 그는 "한국도 그렇겠지만 요즘 일본 학생들도 취업하려고 대학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같은 세상은 회사에 입사를 한다고 해도 한국, 중국과 교류가 잦을 수밖에 없고 다 연결이 돼 있다"며 "그런 만큼 일본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상식을 갖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정작 요시미 교수는 젊은 시절 특별한 꿈은 없었다고 했다. 심리학과를 갈까 생각했지만 요시미 교수가 수학한 도쿄대 문학부의 심리학과에서는 쥐 실험을 위주로 하는 걸 보고 '자신과는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기업에 취업을 한 들 자신이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입사는 선택지에서 제외시켰다. 뭐든 찾아보고 조사하는 것이 좋아서 역사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 여기까지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연속된 우연 속에서 자신이 선택해 걸어온 길은 지금 돌아봐도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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