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시몬느, 핸드백에 세월의 깊이를 새기다

머니투데이
  • 고문순 기자
  • 2013.04.02 15:29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어렸을 때 부친의 사업상 나는 서해안 섬뿐만 아니라 베트남 앞바다까지 누비며 바다를 많이 다녔다. 아버지는 내게 세월의 깊이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큰 돈을 들여 오래된 나무를 정원에 심어 놓더라도 그 나무에서 향기가 나려면 돌에 이끼가 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무게를 돈으로 사려는 만용을 부리면 안된다."

시몬느 박은관 회장의 회고이다. 시몬느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핸드백 제조 기업이다.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유럽의 명품브랜드를 개발 제조한 회사,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외국의 디자인 컬렉션들을 기획, 소싱, 연구, 개발, 제조하는 회사이다. 또 ‘처음’으로 아시아 핸드백업계에서는 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상품 또는 재화를 제공하는 생산방식인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으로 채택되어 소재 개발, 오리지널 디자인 제조 등을 주도한 기업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시몬느를 ‘풀 서비스 컴퍼니(Full Service Company)’라고 부른다.

시몬느는 버버리, 지방시,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코치, DKNY, 토리버치 등 22개 유명 브랜드 핸드백을 공급하는 ODM 기업이다. 세계 명품 핸드백의 10% 가량이 시몬느를 거쳐 간다.
시몬느, 핸드백에 세월의 깊이를 새기다

70, 80년대에만 해도 ‘Made in’ 다음에는 공산품에 대한 수백년 신뢰가 쌓인 유럽국가 이름이 따라와야 명품으로 치부하는 것이 세계인들의 편견이자 인식이었다. 이것을 바꾼 것은 박 회장의 ‘막무가내식 정신’이었다.

세계적인 명품 트렌드로 ‘made in korea’, ‘made in china’가 자리 잡기까지 핸드백에 인생을 건 박 회장의 노력이 한 몫을 한 것이다. 그가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을 무렵, 핸드백 아이템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80년대 이탈리아 수출을 처음으로 하면서 핸드백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미국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코치 등 80년대 여성 의류를 담당하던 브랜드들이 핸드백, 시계, 신발 등을 포함한 라이프사이클 사업을 가동했을 때 그 중에도 핸드백의 매출이 가장 높게 나오게 되었다. 또 8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재봉틀이 활성화되면서 봉제에 대한 경쟁력이 사라지고 국내시장도 컴퓨터, 자동차 등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 유럽의 제조업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도 장인들의 평균 나이가 45세가 넘어가면서 기술을 계승받을 인재들이 부족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을 박 회장은 역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시몬느를 세우고 박 회장은 DKNY 제품 7개를 구입해 이탈리아에서 가죽을 구해 견본을 만들어 무작정 바이어를 찾아갔다.

박 회장은 “바이어가 제품을 보고는 한국에서 만든 것이 맞느냐며 놀라워했다. 최고의 품질을 유럽산의 30~40%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지만 마케팅부서에서 고객들이 ‘Made In France, Italy’를 선호한다며 거절했다. 다음날 다시 찾아가 아시아에서 고급 핸드백 생산을 기획한 최초의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냐’고 설득했다. 그렇게 매달려 일부 납품을 약속받아 판매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주문량을 점차 늘리더니 아예 디자이너를 보내서 새 제품을 한 번 개발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세계적 명품 핸드백을 제조, 기획, 디자인한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이같은 핸드백에 대한 애착으로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를 개관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백’은 중의적인 개념으로 무대 뒷모습 즉 ‘가방’이라는 의미와 ‘뒷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가방의 무대라는 의미와 가방이 제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다.

박 회장은 “백스테이지에 대한 콘셉트는 패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열린 무대로 핸드백에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다”며 “또 지하에는 핸드백을 직접 만들어 보는 공간으로 까다로운 공정과정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런던대학교 패션대학원 교수이면서 빅토리아 박물관 수석 경험을 지닌 설치미술가 주니스클락과 함께 박물관에 있는 핸드백을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니스가 18명을 모아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었고 밀라노 스위스츠리위 소노비 경매에서 핸드백 300점을 모아 박물관을 개관하게 됐다.

최근에 시몬느는 자체브랜드 ‘0914’를 론칭해 백스테이지 1층에 매장이 있으며 앞으로 도산공원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낼 예정이다. 이로써 시몬느는 0914 브랜드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첫 번째 공략 대상은 성장시장인 아시아가 아닌 유럽과 미국의 선진시장이다.

박 회장은 “0914를 가지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경쟁하기는 힘들다”며 “앞으로 0914는 단기에 많은 매출을 기대하기 보다는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는 럭셔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20~3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다. 이어 박 회장은 “최근에 시몬느의 강점인 합리적 명품소비 문화가 퍼지면서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는 선진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KB x MT 부동산 설문조사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