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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電)맥경화' 비상… 전기 있어도 못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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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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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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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로 부족탓 만성적 과부하 운전… 송전로發 '제2 블랙아웃' 가능성도

↑경인 아라뱃길 지하의 전력구 내부 모습[사진제공=한국전력]
↑경인 아라뱃길 지하의 전력구 내부 모습[사진제공=한국전력]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인천 경인아라뱃길 중심부, 그 지하 57m 아래에는 길이 2.1㎞의 해저터널이 있다.
서인천복합, 신인천복합, 인천화력, 포스코복합 등 4개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수도권 북부와 서남부로 공급하기 위한 한국전력 (23,800원 0.00%)의 아라뱃길 지하전력구다.

충격에도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해 탄성의 여유를 주는 '스네이크 공법'으로 설계돼 뱀처럼 꼬불꼬불한 송전선로가 설치된 전력구 내부는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온도계는 40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습도가 높아 금세 땀이 뚝뚝 떨어졌다.
송전선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시로 스프링쿨러로 물을 뿌려 열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현장 안내를 맡은 박중길 한전 인천지역본부장은 "송전케이블을 정격용량의 90% 이상으로 과부하 운전하다보니 열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는 정격용량의 60% 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도권 전력수요에 비해 공급수단인 송전선로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매일 과부하 운전이 불가피해 물을 뿌려가며 아슬아슬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 인천본부는 수도권 전력공급의 42%(1302만㎾)를 담당하고 있다.

2011년 7월, 6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이곳 송전선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최소 수도권 20만가구에 전력공급이 강제로 차단되는 광역정전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송전선로에 이상이 생기지나 않을까 현장 직원들은 매일 긴장감 속에 땀을 흘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인천본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송전선로가 정격용량을 넘어서는 과부하 운전 중이다. 순간적으로 한계치인 120%를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존의 송전선로가 포화상태에 달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신규 건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에 설치된 한국전력의 송전케이블헤드(사진=한전 제공)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에 설치된 한국전력의 송전케이블헤드(사진=한전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겨울철 이후 상시화된 전력난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0만㎾급 신월성 2호기, 140만㎾급 신고리 3~4호기 등 대형발전소가 잇따라 준공, 설비예비율이 16%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이 예측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송전선로 때문이다.
송전선로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산업체나 가정으로 수송하는 통로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송전선로가 없으면 가정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심장이 튼튼해도 신체의 혈관이 막히게 될 경우 심각한 혈액장애를 겪게 되는 '동맥경화'처럼 '전(電)맥경화'가 생기는 셈이다.

한전은 올 7월 시운전을 시작할 신고리 3호기 건설에 맞춰 신고리~경남 창녕을 잇는 90.5㎞ 구간 765㎸급 송전설비 건설을 지난 2005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8년째 표류중이다. 2008년 8월 착공한 이래 당초 준공목표는 2010년 12월이었지만 현재 공정률은 73%에 불과하다.

단장, 산외, 상동, 부북 등 밀양 4개면에서 생존권과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분신자살, 밀양시의회 여성의원 성추행 논란 등으로 충돌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9월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남은 송전선로 건설에는 최소 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고리 3호기는 올 7월 시운전을 시작해도 여름철 전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없다.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현재 올 12월로 계획된 상업운전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연이어 준공되는 신고리 4호기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기존 선로를 이용한 우회 송전을 주장하지만 이미 과부하 운전 중인 가운데 추가 전력을 보낼 경우 송전망이 충격을 받아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밀양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지중화는 건설에 12년이 걸리는 것은 차치하고 765㎸급 지중화 기술이 세계적으로 개발조차 안된 상태이다.

일단 산업부와 한전은 전향적이고, 파격적 주민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달 내로 밀양 지역주민과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월에 가장 급한 현안이 밀양 송전탑"이라며 "음식점에서 손님(지역주민)이 짜다 하면 짠 거다. 책임을 우리 부와 한전이 져야 하며 고개 숙이고 가야 한다"고 사태 해결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부나 한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열과 성을 다해 우리가 만든 방안을 알려줄 것"이라며 "보상수준을 올리는 것도 있고 지역주민을 위한 동반사업 등 모든 것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취임한 윤장관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을 정도로 전력수급 상황은 심각하다. 고리 4호기가 신호 이상으로 재가동 나흘만인 14일 또다시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예방정비를 위해 △신고리1호기 △울진2호기 △고리1호기 △월성2호기 등 이달에만 4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

또 5월에는 고리 2호기, 신고리 2호기, 6월 월성 3호기, 신월성 1호기 등 가동을 멈추는 원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예방정비 기간이 일반적으로 60~90일 임을 감안하면 5월에 이상기후로 초여름 더위가 찾아올 경우 심각한 전력난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믿고 있던 신규 발전소들이 송전선로 부족으로 계획대로 전력계통으로 편입되지 못할 경우 예비전력이 있음에도 공급하지 못해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발전소 건설 등 국책사업이 특정 지역에 갈등을 일으키는 반면 밀양 사태와 같은 문제는 송전선로를 따라 광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 갈등조정에 범정부차원의 관심을 기울임과 동시에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민원이 정당한 것인지 혹은 지엽적 이해관계에 의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대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법제화를 통해 보다 분쟁소지를 사전에 없앨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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