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취직 좀" 아버지 애원 뿌리친 그녀가 일냈다

"부모님께서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 하냐'며 많이 말리셨어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놔두셨는데 사업에 푹 빠져있으니 아버지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제발 취업을 하라'고 사정을 하시기도 했죠."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2013'에서 3월 으뜸앱으로 선정된 '수학 바로풀기(이하 바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이민희 아이앤컴바인 대표(사진). 공부 잘하는 수재임에도 부모님 속을 이렇게 썩일 줄은 이 대표도 몰랐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던 이 대표는 주위 친구들에게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주고, 서울대 재학시절에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교육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다 교육 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창업에 기웃거리다 4학년 때 본격적으로 교육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부모님의 애원에 못 이겨 삼성 테스코에 취업했다. 큰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한 번 경험해보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와 2011년 6월 2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대표는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교육환경에는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 질문을 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더라는 것. 혼자 공부하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란 어려워 보였다. 심지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질문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앱을 만들게 된 계기도 지방에 있는 동생에게 수학문제를 좀 더 쉽게 풀어주기 위한 데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지방에서 공부하는 중학생 동생이 학원에 다니면서도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물어보기 부끄럽다며 수학문제를 매번 물어봤다"며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자 등으로 문제를 풀어주다가 좀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과정에서 앱을 만들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고 설명했다.

'바풀'에서는 누구나 1대1 과외처럼 모르는 문제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풀이과정이 자세히 적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변도 달 수 있다. 따로 답변을 달아주는 직원은 없다. 사용자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공유한 질문과 답변이 '바풀'의 자산이다.

이 대표는 "'왜 질문에 돈을 내야하나'는 생각에 누구나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였다"며 "제일 좋은 선생님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풀이해주는 내 옆의 친구"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사용자는 약 3만명. 수학공부에 관심있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집단이 크지 않은 가운데 이뤄낸 의미 있는 숫자다.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이지만 대학생들도 상당수다. 실제로 학창시절 혼자 공부하던 '설움'을 아는 대학생들이 '바풀'에서 과외교사로 맹활약한다. 일종의 지식기부이자 사회공헌을 이끌어내는 셈이라는 게 이 대표의 자평이다.

'바풀'은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문제에 대한 답변을 받아보면 검색할 필요 없이 이와 유사한 문제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추가될 계획이다. '바풀'이 맞춤형 문제집이 되는 셈이다.

무료답변 외에 관련 단원을 공부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휴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에 '영어 바로풀기'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수학전용인 '바풀'에 영어질문도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회원수를 꾸준히 늘리려는 고민은 하고 있다"면서도 "한 명이 쓰더라도 정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아가는 앱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