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3년 받은 김승연, 다시 병원으로···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15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면서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인용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1심 징역 4년보다는 1년이 감형된 판결이다. 김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집행정지 상태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계열사들의 피해회복이 이뤄져 실질적인 피해가 없고 김승연 피고인이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 벌인 일이 아니다"라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은 결심공판이 있었던 지난 1일과 마찬가지로 이동식 간이침대에 실려 법정에 들어왔다.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얼굴에는 오랜 투병생활로 지친 표정이 가득했다. 얼굴은 여전히 부어 있었고 코에는 산소호흡기가 연결돼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김 회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이따금 몸을 뒤척거리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반쯤 누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법정 안에 울려 퍼지는 윤성원 부장판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하는 듯 보였다.

윤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려 갈수록 한화 측 변호사들과 회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시한 대부분의 죄목이 그대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가 "대규모 기업 집단은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한 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을 때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관계자의 모습도 보였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도 이날 법정을 찾았다. 김 실장은 재판 시작 전부터 맨 뒷자리에 앉아 재판을 방청했다. 김 회장의 유죄 판결 항목이 하나 둘 늘어나자 얼굴을 수차례 쓸어내리기도 하고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재판이 끝나자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법정을 떠났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 역시 재판이 끝나자마자 의료진에 의해 구급차로 옮겨져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화 관계자는 "재판부도 김승연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으면서도 배임죄가 계속 적용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변호사와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