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회장 장기 경영공백사태…100억불 공사 날릴판

↑지난해 초 이라크를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이 누리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실형을 피하지 못하면서 1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 총수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투자·고용 등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 신사업 추진은 물론 기존 사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이라크 정부와 협의중이던 발전·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의 추가 수주 논의는 지난해 김 회장의 법정구속 이후 8개월 가까이 답보상태에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한화건설은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실형이 유지되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 회장의 조기 복귀를 통해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를 추진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을 수주할 경우 연인원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이라크내 한국기업의 위상이 제고돼 2017년까지 310조원 규모로 발표된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에 국내기업들의 선점효과도 기대했었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까지 주택(800억달러) 교통인프라(460억달러) 에너지(800억달러) IT·의료·보안 등(690억달러)에 걸쳐 총 2750억달러(약310조원)을 전후 재건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정유공장, 발전소, 도로, 인프라, 공공시설·군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최소 700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도 김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한화건설의 이라크에서의 공사 수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라크 사업의 경우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를 오가며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김 회장 공백이 심각하다는 게 한화건설의 설명이다.

　한화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김 회장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본계약 체결 이후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현지 재건사업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었다. 이 자리에서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김 회장에게 발전·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 100억불 규모의 이라크 추가재건사업 수주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면서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 사업단의 설득만으로는 이라크 정부에 확신과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 1월 방한한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의 경영공백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여러 문제들이 순조롭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이는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중동 비즈니스 관례를 비춰볼 때 이라크의 우려는 그동안 양국간 협력의 민간 가교역할을 담당해 온 김 회장의 부재에 따른 불안감을 나타낸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한화가 이라크 시장 공략에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고 앞으로 국내기업들의 할 일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국익차원에서만 본다면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는 이라크 2,3단계 재건사업뿐 아니라, 중국이나 터키 등 경쟁국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