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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즉흥적 풍경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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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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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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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People/ 감성여행 즐기는 김남표 화가 - "내 그림은 보고 느끼면 정답"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얼룩말 무리가 잔뜩 겁에 질린 채 몸부림친다. 사나운 맹수가 먹잇감을 찾듯 얼룩말을 향해 힘차게 뛰어간다. 주위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일본 순사 3명이 여유로운 손짓을 하며 재미있는 듯 얼룩말 무리를 구경한다. 대각선에는 조선의 양반집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타고 노비와 걱정스런 눈빛으로 일본 순사와 마주하고 있다.
 
김남표 작가(43)가 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의미는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그림을 보는 이가 느끼면 그것이 정답이며 스토리다. 다만 그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몸부림치는 얼룩말을 중심으로 일본 순사와 조선의 양반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행동은 모두 독자의 시각에서 해석하면 된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노란 꽃 사이에 한자가 적혀 있고 왼쪽에는 조선의 건축물이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려움에 가득찬 얼룩말의 울부짖음. 이는 나라를 잃은 조선인의 한과 억울함을 표현한 듯하다.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감성여행으로 완성된 '여행작품'
 
김 작가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 생동감을 준다. 작은 선에는 세심함이 묻어난다. 놀라운 것은 그가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다. 유화 물감 아니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빙그레 웃으며 파스텔 작품이라고 답한다. 한폭의 그림보다는 멋있는 사진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의 정교함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선물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생각을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생각한다. 하얀 캔버스에 손을 대면 선이 되고 선을 따라 가다보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선이 때로는 얼룩말이 되고 고릴라가 되며 사람이 된다.
 
그는 전시회를 개최할 때 수년째 같은 주제를 사용하고 있다. '즉흥적 풍경(Instant Landscape) 여행가(Traveler)'다. 그의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생물이 존재한다. 사람과 맹수, 말, 물, 고릴라, 앵무새….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존재가 캔버스 안에 모여 조화를 이룬다. 그는 그림의 모든 것들이 감성의 여행을 통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를 따라 가면 항상 사건이 터지잖아요. 엘리스는 순간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을 경험하게 하죠. 저의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얀 캔버스에 선을 그리고 그 선을 따라가면 신기하게도 그 선은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되거든요."
 
고정관념과 상징을 벗어던지고 상상력 코드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 이는 곧 감성의 여행이자 그가 고집하는 작품의 주제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또 하나 새로운 것이 있다. 작품 안에 인조털이 등장한다. 초현실적 풍경 회화에 털을 이용한 오브제를 얹는 기법. 재미있는 것은 인조털을 구입하는 곳이 동대문 상가라는 것.
 
"작품에 쓰일 재료는 수년째 같은 매장에서 구입했어요. 그런데 5년째였나, 모피 주인이 묻더라고요. 값싼 인조털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고요. 작가라고 말하고 인터넷을 통해 제 작품을 보여줬어요. 주인은 값싼 인조털이 이렇게 고급스럽게 사용되는지 몰랐다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웃음)
 
그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흑과 백, 동양과 서양, 고급스러움과 폭력성. 또 상반된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물이 보이기도 한다. 기자로서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이해불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느낌이 좋아서요." 그는 그림을 그릴 때 기준을 두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 물, 사물까지 모두 균등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상상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흑과 백을 사용하는 것은 하얀 여백이 좋기 때문이란다.
 
"모피주인이 제 작품을 보더니 실제 모피를 사용하라며 진짜 모피털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작품에 사용해보니 어울리지 않았어요. 값싼 인조털은 제 작품을 통해 가치가 올라가지만 진짜 모피털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애초에 가치를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어요."

◆해외서 먼저 인정… 작가보다 더 유명한 '작품'
 
김남표 작가는 1998년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거쳐 2006년 동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화가다. 이미 재학시절부터 뛰어난 묘사력과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스펙과는 달리 그의 이름은 조금 늦게 알려졌다.
 
아니 애초에 이름을 알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2005년 '집단마귀'라는 소그룹을 만들었다. 5명의 작가와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고 집단마귀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채 안돼 뿔뿔이 흩어졌다. 개인 전시회를 열고 싶어 하는 욕심과 생활의 빈곤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그는 2007년 영국에서 잠시 머물다 우연히 전시회를 열게 됐다. 그런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해외 첫 전시에서 그의 작품이 모두 팔렸다. 이듬해 중국 베이징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전시회도 말 그대로 뜨거웠다. 해외에서는 그의 이름보다 작품을 먼저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좋은 반응이 올 줄 몰랐어요. 해외에서 인정해주는 것에 대해 희열을 느껴요."
 
이후 유럽과 국내에서 20여차례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고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국내 미술계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은 물론 국립박물관과 서울시립도서관 등에서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또 가수 타블로의 첫 솔로앨범 '에어백'의 표지를 직접 작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관객들에 대한 아쉬움도 빼놓지 않았다.
 
"유럽은 그림에 애착을 가지고 구입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자의 개념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요. 또 너무 빨리 사고 빨리 파는 것 같아요. 그림을 돈보다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품으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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