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과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캠코 본사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가접수 현황 점검 및 서민금융 간담회'에 참석해 채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채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어버리자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낡은 경차 한 대를 몰고 죽기 위해 외곽 순환도로를 달리던 그 때, 갓 태어난 둘째의 얼굴이 떠올라 어느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한 없이 울었습니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 본사에서 열린 서민금융 간담회에서,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채무자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국민행복기금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관계자들도, 국민행복기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를 기대하는 채무자들도 모두 숙연해졌다.

이날 간담회는 가접수 시작에 맞춰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안내하고, 채무자들의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등과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하려는 채무자들이 참석했다.

지난 2002년 친구가 시작한 식품 사업에 투자한 A씨는 친구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대출 받은 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빚을 갚기에도 벅찼던 A씨는 40살이 넘도록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채무 부담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로 뇌출혈까지 발생해 건강도 해쳤다.

A씨는 "행복기금 출범 소식을 들었을 때 희망의 빛이 보였다"며 "우울증까지 찾아오고 있었는데 행복기금의 혜택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무자인 B씨는 5년 전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조그만 슈퍼마켓을 마련했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경기 침체까지 겹쳐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져만 갔다. 과도한 채무 부담에 이혼까지 한 B씨는 대부업체의 추심이 심해져 결국 야반도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당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락으로 빠졌다"며 "(행복기금을 통한)채무조정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끈"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 위원장은 더 많은 채무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관계자들에게 네 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홍보를 잘할 것 △채무자 상환 능력에 맞게 효과적으로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것 △행복기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아닌 만큼, 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제도와 연결하고, 채무자들의 상환 능력을 높여줄 것 △참여 금융기관과 잘 협력할 것 등을 강조했다.

채무자들의 어려움을 들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추심에 대해서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원장은 "불법 추심을 겪는 분의 어려움 등을 잘 알고 있다"며 "부당한 채권 추심은 처벌을 받게 돼 있고, 불법적인 추심을 엄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가접수 시작에 따라 30일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농협은행, KB은행 지점, 인터넷 홈페이지(www.happyfund.or.kr)에서 가접수 신청을 받는다. 본접수는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다.

신청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소득증빙자료(국세청 발급 증빙서류, 최근 3개월간 급여명세, 근로(사업)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를 제출하고, 채무조정신청서, 신용정보 조회와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작성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