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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형사들은 수사 브리핑도 말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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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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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건팀 =
서울시내 한 경찰서 지능팀장이 통화·유가증권(수표) 위조·유통범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시내 한 경찰서 지능팀장이 통화·유가증권(수표) 위조·유통범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일선 형사들은 수사 브리핑조차 하지 말란 것이냐. 검찰이 기소하기 전까지는 다 피의사실 공표인데 그러면 검사들만 잘 된 수사를 발표하고 자랑하겠다는건지 원…."

29일 만난 서울시내 한 경찰서 강력계장은 작심한 듯 검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수사에 대한 책임은 각 경찰서 과장이나 팀장이 지는 것인데 그럼 누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경고를 위해 브리핑에 나서겠냐"며 얼굴을 잔뜩 구겼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앞으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최일선에서 수사를 도맡아 하는 경찰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아 해외로 도피했던 현직 부장검사의 형인 전 용산세무서장 윤모씨(57)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것과 맞물려 채 총장의 발언에 검경 갈등의 불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서울지역 경찰서의 한 지휘관은 "큰 사건들에 대해서는 검찰들이 앞장서 피의사실을 공표해 놓고는 우리들한테 하지 말라는데. 참…이게 참 난감한 문제다"라며 답답해 했다.

또 "전 용산세무서장의 영장이 기각된 것도 마찬가지다. 7개월인가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도망다닌 피의자를 구속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떤 범죄자를 구속시켜 수사해야 하는지"라며 목청을 높였다.

경찰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건 채 총장이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채 총장은 검사들에게 "경찰에서도 피의사실 공표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휘권을 철저히 행사할 것"을 콕 집어서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 경찰 등 수사담당관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검사의 기소 전에 외부에 알리는 것을 말한다.

피의사실 공표죄를 폭넓게 적용하면 언론이 취재를 통해 범죄자들의 범행사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도 위법행위에 속하게 된다.

특히 브리핑을 통해 강력범죄자들의 검거상황, 검거율 등을 밝히는 경찰의 경우 채 총장의 말대로 피의사실 공표를 명확한 기준없이 적용하게 된다면 경찰이 공적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뇌부가 연루된 건설업자 성접대 의혹 사건과 같은 검찰 대상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찰도 기소 전에 브리핑 등으로 성과를 과시해 놓고 검찰과 관련된 '성폭행 검사', '고위층 성접대 사건' 등과 같은 사건이 터지자 이런 조치를 내린 것 같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경찰이 검찰 관련 수사를 하면 수사지휘라는 명목으로 검찰이 수사방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온 게 사실"이라며 "이럴 때 중간 수사발표는 권력기관의 수사방해를 돌파하는 수단인데 손발을 묶으려는 게 아닌가"라며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경찰관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자 권리의 문제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적절한 조정을 거쳐 어느 정도 합리적 조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도 역시 "원칙에 충실하겠다"며 검찰 방침에 대한 직접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는 늘 국민의 알권리와 충돌이 되는 부분이다.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될 내용"이라면서 "검찰총장이 이야기했다고 특별히 신경쓸 일도 아니고 평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지휘여부를 떠나서 경찰이 자발적으로 지켜야할 사안"이라고 반문하며 "검찰의 수사 지휘여부에 따라 변경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만간 전현직 경찰 수뇌부를 대거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침은 '전 용산세무서장 구속영장 기각'과 더불어 검경 갈등을 한층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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