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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돌리던 나쁜 버릇으로 특허왕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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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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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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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석·박사 4년간 기술이전료 8억 받은 KAIST 박사과정 황성재씨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황성재씨는 특허청으로부터 공인받은 '특허제조기'이다. 국내외 140여 개 특허출원을 통해 석, 박사 4년 동안 약 8억 원에 가까운 러닝로열티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또 사람들을 즐겁게 할 특허출원을 했다.

펜 형태의 스마트기기용 입력장치인 '매그젯'(MagGetz: Magnetic gadGet의 줄임말).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구비된 지자기 센서를 이용해 기존 펜처럼 복잡한 회로나 통신모듈, 배터리 없이 설계 및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황성재씨
카이스트 박사과정 황성재씨
여기에 '연필 돌리기' 제스처를 하나의 UI(사용자 환경)로 도입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미 HCI(인간컴퓨터상호작용)계 한 획을 긋게 될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입력방식을 고민하던 중 제가 버릇처럼 펜을 손에서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주위가 산만해 진다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고치라고 지적받아온 버릇이 스마트기기 시장의 차세대 UI가 될 줄이야. "알아보니 '연필 돌리기' 세계대회도 있더군요. 방법도 '트위스트' 등 수백여 가지가 넘었어요. 이 같은 제스처 중 일부를 UI로 도입한 거죠."

황 박사가 새롭게 디자인한 입력방식은 간단하다. 일정 패턴으로 펜을 돌리면 된다. 가령 왼쪽으로 돌리면 형광펜, 오른쪽으로 돌리면 지우개 모드로 전환되는 식이다.

원리는 S와 N극의 서로 다른 자성을 이용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는 마그네틱센서를 다른 방식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응용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세계 톱 순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황 박사 특허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필 돌리기 UI를 통해 선의 두께를 변환하는 매그젯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황성재
연필 돌리기 UI를 통해 선의 두께를 변환하는 매그젯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황성재
"지금까지 펜은 색상이나 원하는 디자인을 고를 때 관련 메뉴가 화면에 나타나 그림이나 기록을 가리는 불편함이 있었죠. 일일이 터치해서 고르기도 번거롭고 해서 스마트폰 베젤 영역을 이용하는 연구를 하던 중 우연찮게 연필 돌리기 제스처를 떠올리게 됐어요."

최근 HCI계 메가트렌드는 '가짜센서'다. 센서가 없는 데 마치 센서가 있는 것처럼 구동된다는 뜻이다. 가령 스마트폰을 카메라처럼 쥐고 손을 꽉 움켜쥐면 초점을 맞추고, 힘을 또 한번 주면 촬영이 되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는 그 제품에 압력센서가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은 스마트폰 내부에 진동모터를 재활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품이 집적화되고 고밀도화 되면서 이 같은 연구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황 박사의 이번 특허도 같은 콘셉트에서 나왔다.

황 박사는 영화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는 가급적 보지 않는다. 극장에서 대중들이 원하는 재미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도 마찬가지란다.

"논문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제 사람들에겐 무의미한 연구들이 많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진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연구, 대중과 소통이 가능한 연구, 이런 것이 지금까지 많은 특허를 낼 수 있도록 저를 드라이브한 에너지가 된 것 같아요."

황 박사는 실용과 동떨어진 연구는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평가기준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하나의 고품격 논문보다 하나를 10개로 잘게 나눈 논문을 내놔야 평가를 더 후하게 받는 제도적 문제죠. 이렇다보니 장기적인 R&D(연구개발) 보다는 결과가 명확하고,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R&D를 우선하는 것 같아요."

그는 또 국내특허를 싸구려 정도로 폄하하고 '이왕이면 외제가 좋다'고 보는 분위기를 걱정했다.

"국내특허 중엔 참신하고 기발한 게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국내특허와 해외특허에 대한 가치판단은 달라요. 미국이나 인도, 중국 등 특정국가 특허만을 인정해 주는 경향이 남아있죠."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거래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시장이 열리기 전에 당부할 게 있다. "우리 특허의 품격을 스스로 격상해야만 세계시장에서도 한국특허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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