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못 넘긴 '신동규號'…겹겹 악재에 사퇴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5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지 11개월만이다. 새 정부 들어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3번째 사의 표명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신 회장이 농협중앙회에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임기는 2년이었다. 따라서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신 회장은 "보다 유능한 인사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는 것이 농협금융지주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고 사의 표명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신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고 취임 첫해 공언했던 당기순이익 목표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고군분투했지만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3월 터진 전산망 장애는 치명적이었다. 당시 농협금융지주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와 방송사도 해커의 공격을 받았지만 농협은 사후 대응 과정에서 치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복구가 늦어지는 등 고객들의 불편도 초래했다. 신 회장의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이유다.

여기에 농협금융지주만의 독특한 지배구조도 신 회장의 사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절대적 권한을 보장받지 못한다.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는 농협중앙회다. 농협지주 회장이 선출직인 중앙회장 아래에 위치하는 것.

일단 신 회장은 당분간 회장직을 유지한다.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 공식적으로 퇴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지주가 새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 설립목적에 걸맞게 잘 운영돼 명실상부한 국내 유수 금융지주회사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자진사임 한데 이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사의를,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연임포기 의사를 각각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