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신데렐라를 기다리며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하얀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맘껏 그림을 그리듯 꿈을 만들었다 바꿨다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날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소중합니다. 그런데 일부 국제중학교가 성적을 조작해 한부모 가정 자녀에 대한 사회적 배려입학으로 한부모 가정 자녀 대신에 부잣집 자녀를 입학시켰다는 보도는 어린이날 동네 대형 슈퍼마켓 부근 공원에서 본 어린이를 떠올립니다. 어머니는 여동생과 말없이 벤치에 앉아 있고 소년은 혼자 무료하게 운동기구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소년에게 꿈은 무엇이며, 사회적 배려입학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모의 이혼, 사별, 혼전출산 등에 따른 한부모 가정은 전체 가구의 약 10%인 160만 가구 450만 명에 달합니다. 한부모 가정 문제에는 사회의 편견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 중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곤층이라는 점입니다. 한번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면, 가난의 대물림이란 함정을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고 부의 선순환 고리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재산, 교육, 커넥션 등의 자원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발전사가 오랜 미국, 유럽의 사회학자들은 빈곤의 악순환 탈출에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교육'을 들고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가난한 어린이도 부잣집 어린이와 같은 교육기회를 갖게 해주며,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선·후진국의 차이는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가지는지, 일부 계층만이 그러한 기회를 가지는지에 있습니다.

놀랍게도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30%인 13명이 한부모 가정 출신입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11세에 아버지를 잃고 이복형 밑에서 자랐고,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16세에 부친이 사망했으며,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출생 3주 전에 부친이 사망하고 14세에는 모친마저 사망한 천애고아였으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9세에 모친이 사망했으며,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3세에 부친이 사망해 세탁부인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고, 루더포드 헤이스 대통령은 출생 10주 전에 부친이 사망해 유복자가 되었고,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출생 18개월 때 부친이 사망했고,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16세에 부친이 사망했으며,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12세에 모친이 사망했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6세에 부친이 사망하고 9세에 모친마저 사망해 외삼촌댁에서 자랐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성은 원래 킹이었으나 출생 후 이혼한 어머니가 재혼한 계부의 성을 따랐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도 출생 3개월 때 사망한 아버지 성은 블라이드였으나 계부의 성을 택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출생 직후 부모님이 이혼해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하와이 외갓집에서 보냈습니다.


그 밖에 밀러드 필모어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 출신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책벌레로서 대부분 독학으로 뜻을 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흑인은 게으르므로 가난하다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백인과 같은 교육기회가 주어지자 수많은 흑인들이 다방면에서 성취를 보이는 현실 앞에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신데렐라가 되는 데에는 호박과 쥐 대신 책이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사회발전을 위한 새 기술을 발전시키고 창업을 하는 등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주역은 잘 훈련된 어른들이 아니라 뭐든지 매뉴얼 없이 만지는 어린이들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어린이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춰 고등교육만이 아니라 조기 유아교육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창조경제의 실천방안입니다.

한국 역동성의 원천인 전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 비추어 한부모 가정 어린이들이 신데렐라가 되는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