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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손톱 밑 가시'로 전락한 소액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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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수 기자
  •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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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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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신용카드]<2>VAN 수수료와 의무수납제 논란도 '진행형'

[편집자주] 카드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35년만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개편됐고, 올해 하반기에는 부가가치통신망(VAN) 수수료 개편도 예고돼 있다. 정부가 체크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결제관행도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고금리'라며 카드사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당연히 카드사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신용카드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할 정도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신용카드 환경과 대안을 살펴본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다보면 여행사로부터 "이 지역은 백화점에서도 소액은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하라"는 주의사항을 듣는 경우가 있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껌 값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국내 소비자들로선 의아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소액결제로 인한 폐해는 나타나고 있다. 소액결제가 신용카드 구조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결제는 결제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소비자가격은 비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용의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속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껌값 결제' 전성시대…"달콤한 독약"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건당 1만원 이하의 카드 결제비율이 전체의 38.41%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매입건수 중 취소건은 제외된 수치다. 자료에 따르면 5000원 미만의 결제비율도 전체의 21.99%를 차지했다. 1000원 미만의 '껌값' 결제도 전체의 3.14%에 이른다.

체크카드의 경우 소액결제 행태는 더욱 두드러진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건당 1만원 이하의 체크카드 소액결제 비중은 전체의 48.2%를 차지했다. 5000원 미만의 체크카드 결제비율도 27.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신용카드 소액결제가 보편화된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신용카드 '손톱 밑 가시'로 전락한 소액결제
소액결제가 보편화되면서 결제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가가치통신망(VAN·Value Added Network) 수수료가 있다. VAN사들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승인을 중계하거나 전표매입 업무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VAN 수수료는 승인 수수료와 전표매입 수수료로 구분된다. 승인 수수료의 경우 통상 건당 73.06~83.9원 수준이다. 전표매입 수수료는 매입방식에 따라 12.67~85.8원으로 편차가 크다. 이를 합한 전체 VAN 수수료는 건당 85.73~169.7원이다. 평균적으로는 건당 120원 정도 된다.

문제는 VAN 수수료가 정률제가 아니라 정액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1000원을 결제하든 100만원을 결제하든 수수료가 동일하다는 의미다. VAN 수수료를 지불하는 카드사로서는 소액결제가 활성화될수록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보다 VAN사에 지불하는 VAN 수수료가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드사의 역마진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개편된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는 원가를 반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원가에는 VAN 수수료도 포함돼 있다. 결국 소액결제가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도 올라간다. 올라간 가맹점 수수료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이 같은 왜곡현상에 대해 정부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비판 여론과 맞물려 무산됐다. 하지만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 직전까지 신용카드 소액결제와 VAN 수수료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와 카드업계는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VAN 수수료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연구용역 결과는 오는 8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제도로 정착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정액제인 VAN 수수료가 정률제로 개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카드 '손톱 밑 가시'로 전락한 소액결제
◇의무수납제가 뭐길래…학계 "폐지해야"

소액결제 증가는 VAN 수수료와 함께 '의무수납제'도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의무수납제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어떠한 경우에도 카드 결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제도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따르면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여전법 제19조 1항은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이유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가맹점들이 소액결제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껌값 결제'를 부추긴 이유이기도 하다.

의무수납제와 관련해서는 오래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폐지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신용카드학회 회장)는 "가맹점이 일정 금액 기준을 두는 등 상황에 따라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가맹점일수록 상대적으로 소액결제가 많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일정금액 이하의 결제액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이 교수는 "3년전 소액 결제에 한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소비자들 반발에 실패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결제 비용이 계속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아울러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과도하게 권장하면서 불필요한 결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득공제항목에 카드 사용 항목을 포함시킨 것도 신용카드 사용 권장의 한 사례다. 학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1% 증가하는데 부가가치세수도 0.7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세원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경우는 해외 어디에도 없는 사례"라며 "세원 확보, 투명화는 다른 방식으로 보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수납제를 개정하고 신용카드가 본연의 지급결제기능에 맞게 사용되도록 환경을 재조성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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