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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이건희의 외침..'나로부터의 인식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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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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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0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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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신경영 20년]<상>68일 350시간의 글로벌 신경영 여정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을 긴급 소집해 '마누라와 자신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인식전환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을 긴급 소집해 '마누라와 자신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인식전환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150년 전 허모라는 의사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예방 의학을 해서 병을 예견하고 고쳐 큰 병이 되기 전에 환자들이 나아서 사람들은 그 형의 실력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생은 큰 병이 난 환자를 잘 고치는 의사여서 이름이 나고 유명해져 환자들이 집 앞에 줄을 서고, 형보다 열배 백배 더 많이 버니, 이것이 세상물정이다."

1993년 3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 삼성 사장단을 모아놓고 일본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는 '이것이 경쟁력이다'라는 KBS의 특집을 함께 시청한 뒤 선대 이병철 회장이 자신에게 들려준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 자신이 벌써 15년 전 부회장으로서 삼성을 이어간다는 시점에서 떠든 소리가 오늘 여기서 떠드는 것과 단어가 바뀌고 개념이 약간 차이가 날 뿐 기본정신은 70~80% 같은 소리인데도 결국 안 듣고 있다. 그것이 답답했다."

이날 삼성 사장단을 불러 모은 이유는 7년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세기인 2000년에는 세계 톱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기말적 변화가 오는데도 아무도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지 않고, 현실에만 안주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나부터 바꿔보자'는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이 시점을 전후해 LA-도쿄-서울-프랑크푸르트-베를린-로잔-런던-오사카-후쿠오카 등을 돌며 68일 동안 1800명의 임직원과 350시간을 대화하며 '나부터 바꾸자'라는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던 '신경영'의 틀을 마련했다.

◇신경영 여정의 출발..LA회의=이 회장은 도쿄회의 직전 삼성전자 사장단을 미국 전역의 전자매장을 둘러보게 했다. 이어 LA 회의에서 "(올림픽이 아니라) 전국체전에서 1등 했다고 나한테 자랑하지 마라, 그런 것을 들으면 화가 난다. 지금은 세계 챔피언이어야 챔피언"이라며 싸구려 전자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사의 제품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LA에 온 전자 사장과 임원들에게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이 우리 제품을 진열해 놓은 꼴을 보고 우리 상품이 얼마나 천덕꾸러기가 돼 있는지, 또 한쪽 귀퉁이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쌓여 있는지 똑똑히 보고 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알아주는 괜찮은 골프채 드라이버 하나 값이 150~200달러다. 부품 1000개가 들어가는 (우리 회사) 13인치 컬러TV 값보다 비싸다. 좋은 드라이버는 500달러 이상이다. 삼성 27인치 컬러TV가 400달러 내외다. 이래서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반환해라. 우리 주력상품이 한쪽 구석에서 먼지 구덩이에 처박힌 것에다 왜 '삼성' 이름을 쓰느냐. 삼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행위는 주주와 종업원, 국민, 나라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지난 10년간은 놀았다는 증거"라고 쓴 소리 했다.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귀국 길에 미국 전자매장을 들러 경쟁사인 소니와 히타치, 도시바 등의 제품을 사서 이를 삼성 제품과 비교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신경영 여정의 시작이었다.

◇삼성전자에 '암' 선고한 도쿄회의=이 회장은 LA에 이어 다시 1993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의 경쟁력을 기업과 정부,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는 시스템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나부터 변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내가 삼성에 1968년부터 이사로 입사한 뒤 부회장이라는 자체가 표 안나는 자리여서 항상 떠들어봤자 귀 안 기울인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회장이 되고 나서도 이야기할 때도 (제대로 안 듣는 것에) 아쉬움 때문에 소리가 높아졌다. 이 세상 풍토가 6개월, 1년 앞을 내다보고 떠들면 바보취급을 받는다"며 미래준비에 무관심한 경영진을 질타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15년 전부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라고 했을 때부터 움직였으면 훨씬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었는데, 이제 7년밖에(2000년까지) 남지 않았다. 이 시간 내에 완전히 배수의 진을 치고 한다는 것이 40조가 넘는 이 큰 덩치를 가지고 좀 위험수위다"라고 말했다.

그는 5년전 쇼크요법을 했다면 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투자를 한 삼성전자가 400억~500억 원밖에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망한 회사라고 강한 어조를 각성을 촉구했다.

20년전 이건희의 외침..'나로부터의 인식변화'
◇신경영의 결정판..프랑크푸르트 회의=1993년 6월4일, 이 회장은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을 맡고 있던 후쿠다 다미오로부터 일본 호텔방에서 13쪽 분량의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보고서에는 회사가 장기적 성장전략과 부가가치 창출, 시너지 같은 질적 요인들은 소홀히 한다는 내용과 책임 회피성 경영진의 태도, 책임 부서의 부재로 인한 문제 등을 담았다.

이 회장은 후쿠다와 장장 1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는 길에 자사의 불량 세탁기 양산과정이 그대로 담긴 사내방송의 비디오테이프를 본 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을 긴급 소집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인식전환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1977년부터 모든 제품의 불량은 암적 존재라고 말해왔다. 암은 진화한다. 초기에 자르지 않으면 3~5년 내에 죽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자칫 암의 만성기에 돌입할 우려가 있다"고 도쿄 회의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니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며 개혁에 반대하는 사내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나부터 변하자..오사카와 후쿠오카 신경영 회의=이 회장은 7월에는 오사카와 후쿠오카에서 각각 사장단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변신을 강조했다. 임진왜란 직전 모든 면에서 일본에 비해 선진국이던 우리가 오늘날 왜 여러 면에서 뒤지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낫다는 삼성의 상품수가 수천가지, 계열사는 30여개에 달하는 데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은 반도체, 그것도 메모리 하나고, 나머지는 1.5~2.5류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개방은 필연적이다"며 글로벌 경쟁과 개방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남 탓을 하기보다는 나부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신경영을 통해 실현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미·도덕성·예의범절·에티켓 등을 기본으로 해 변화를 한 방향으로 통일해 질 위주 경영, 국제화, 정보화, 복합화를 이룩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인류사회에 봉사하는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가 삼성 임직원들의 의지를 한 방향으로 모았다.

꼭 20년 전의 일이다.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지는 불량품을 없애기 위한 '무선전화기 화형식', 의식 변화를 이끄는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도입 등 삼성 내부변화를 몰고 왔고, 20년이 지난 오늘날 글로벌 톱 기업 삼성의 기초를 닦는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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