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출신 양주 수입상, 1900만원씩 송금 200억 탈세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수입양주 관세포탈 거래도. 자료=관세청 제공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4일 해외에서 160억 원 상당의 양주를 수입하면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수입 가격을 낮춰 무려 200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양주수입업체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세율이 적용되는 양주의 세금부담을 피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가격보다 낮은 허위 송품장을 세관에 제출했다. 독일산 양주 예거마이스터 등을 실제수입금액의 1/3가격으로 세관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해 왔다.

특히, 이날 적발된 수입업자 중 이 모 씨는 전직 은행원 출신으로 2000만 원이 넘는 현금을 은행에서 빼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로 당국에 보고된다는 점을 알고 1900만 원으로 쪼개 돈을 출금한 후 환전해 이를 밀반출해 왔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업자인 김 모 씨는 저가 신고한 양주를 판매한 차액을 해외로 밀반출 해 홍콩 및 싱가포르 현지의 현지 판매자 은행계좌에 입금시켜주거나 직접 건네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양주 세율은 관세(20%)와 주세(72%) 등을 합해 모두 155%에 달하는 세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높은 이득을 얻을 수 있어 탈세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관세청을 설명이다.

관세청은 대부분의 양주 수입업체가 이 같은 방법으로 저가 수입신고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앞으로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혐의 업체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들 업체가 저가로 수입된 양주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판매함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수입한 업체는 시장경쟁력을 잃게 됐다"며 "이로 인해 거래가 끊어지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